▲이재오 "메르스 방지 위해 전력 다해야"이재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 여당 내 논란이 되고 있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메르스는 뒷전으로 놓고 당청 간에 내분이나 일으키고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청와대가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메르스부터 해결 후에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최고위원은 "청와대도 오늘 이후 정쟁을 유발하는 발언을 그만두고 메르스 확산방지에 전력을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유성호
"정부가 이러고도 양심이 있는가. 싸우다가도 즉각 중단하고 메르스부터 해결하자고 해야지."비박(비박근혜) 중진인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의 말이다. 이 의원은 3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메르스는 뒷전에 놓고 당청 간에 내분이나 일으키고"라면서 청와대에 직격탄을 날렸다. 모법(母法) 취지를 벗어난 정부 시행령에 대한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게 한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싼 당청·당내 갈등에 일침을 놓은 것이다. 그는 '유승민 책임론'을 제기한 친박(친박근혜)을 향해서도 "국회법 개정안을 원내대표가 단독 처리했냐"라며 불쾌감을 표했다.
이 의원만이 아니었다. 정병국 의원도 "국회의원 모두의 책임이지 유 원내대표 혼자의 책임인가"라며 거들었다. 그 역시 비박으로 분류되는 당내 중진이다. 결국, 청와대와 친박(친박근혜)의 '유승민 원내대표 책임론' 연합 공세에 비박이 정면대응을 시작한 셈이다.
이재오 "청와대가 정쟁 발언이나 하고... 이러고도 양심이 있는가"이재오 의원은 이날 메르스 확산 사태와 국회법 개정안, 유승민 책임론 등을 두고 전방위적으로 독설을 토해냈다.
먼저 그는 "최근 청와대가 하는 일을 보면 이 정부가 생각이 있는지, 1년 전 세월호로 정부가 허둥대고 청와대가 방향 못 잡아서 국민들이 참담했던 심정을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라며 메르스 사태에 대한 정부의 부실 대응을 문제 삼았다.
이 의원은 "메르스 사태가 발생한 지 2주가 다 되어서야 관계 장관회의를 하고, 정부가 계속 허둥된 것"이라며 "첫 번째 환자가 죽던 날 청와대는 무엇을 했는가 국회법 (개정안) 못 막아냈다고, 환자가 죽어가고 늘어나는데 청와대는 무엇을 했는가"라고 질타했다.
이어, "지금이야말로 당정이 모여서 국민불안 해소 등을 종합적으로 해결해야 할 시기 아닌가"라며 "청와대가 정쟁 발언을 하고, 관계부처는 사람 죽고 나서 관계 장관회의를 하고 정부가 이러고도 양심이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청와대 측에서 전날(2일) '당정회의 중단' 가능성을 시사한 것에 대해서도 "정부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싸우다가도 즉각 중단하고 메르스부터 해결하자고 해야지, 메르스는 뒤에 놓고 당청 간에 내분이나 일으키고"라며 "지금이라도 청와대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메르스가 해결되면 하라, 당정협의를 할 필요가 없다는 등 못 봐주겠다고 하는 게 정부의 모습은 아니라고 본다"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선진국에서는 국회가 모법(母法)을 만들었는데 행정입법(시행령)으로 훼손하거나 하면 잘못됐다고 한다"라며 청와대의 '삼권분립 위배' 주장도 반박했다. 또 "청와대나 당이 5월 중 공무원연금법을 통과시키는 걸 최대 목표로 내걸었는데 야당에도 명분을 줘야 하지 않나, 그게(명분) 국회법 개정안이었다"라며 "여당으로서는 공무원연금법을 기한 내 처리했으니 '참 수고했다, 잘했다'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태가 이렇게 됐으면 유 원내대표에게 힘을 줘야 한다, 국회법 개정안이 원내대표 단독으로 처리했느냐"라며 친박의 '유승민 책임론'을 성토했다.
그는 특히 "수고했다고 격려해주는 것이 최고위원이지, 최고위원회의를 열어서 특정 당직자를 성토하거나 그만두라 하는 것은"이라면서 "내가 비주류로 있으면서 누구 그만두라고 해본 적이 없다"라고 비판했다.
정병국 의원도 "최고위에서 책임공방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라며 동의했다. 그는 "여야 합의안 놓고 최고위와 의원총회를 얼마나 열었나"라며 "나는 반대했으니 내 책임 아니라고 하는 무책임이 어딨나, 최고위원은 일반 국회의원이 아니지 않느냐"라고 꼬집었다.
친박 의원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이 전날(2일) 제정부 법제처장을 불러 '국회법 개정안 위헌 논란' 토론회를 연 것도 질타했다. 정 의원은 "언론에서 계파 모임으로 규정짓고 있는 모임에 법제처장이 나와 입장을 표명하는 게 옳은가"라며 "이런 문제가 결국은 계파 간의 갈등을 부추긴다, 의도한 바가 있는 게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오나"라고 지적했다.
김태호 "협의 과정에서 올바른 정보 공유 못했다면 문제 삼을 수 있다"친박 측도 비박의 성토에 가만 있지 않았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아예 '연대 책임'을 거론했다. 그는 "몇몇 중진의원께서 최고위원들을 향해 책임을 추궁하셨는데 연대해서 최고위원도 책임져야 한다"라면서 "대통령이 우리 당의 중심이고 최고지도자"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최고위원은 "연금개혁안이 안 되더라도 국회법 개정은 할 수 없다는 청와대 뜻이 전달됐다면 조금 늦추고더라도 전략적 조율을 마쳤어야 했다, 그게 문제의 본질"이라며 청와대의 뜻을 따르지 않은 유 원내대표를 다시 책임대상으로 올렸다.
비박으로 분류되지만 최근 친박 측과 행보를 맞추고 있는 김태호 최고위원도 "여러 협의과정에서 올바른 정보가 공유되지 못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문제를 삼을 수 있다고 본다"라며 '유승민 책임론'을 거두지 않았다.
특히 그는 "지금 야당의 행태를 보라, 모법에 위배되는 시행령 규칙을 다 손보겠다고 정략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라며 "결과적으로 우리는 순진했고 야당의 의중에 놀아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김무성 당대표가 (국회법 개정안에) 강제성이 없다고 하지만 이제는 강제성 유무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라며 "지금이라도 여야가 (국회법 개정안을) 원점으로 돌려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정현 최고위원은 "(국회법 개정으로) 당연히 국회에서 (정부에) 시비를 걸 것이고 (수정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며 "극단적 상황을 가정한다면 전염병 위기나 재해위기에 대한 보상이나 방법에 이견이 있어 국회에서 계속 미뤄지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게 된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박 대통령이 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으로) 국정이 마비되고 정부는 무기력화될 것"이라고 주장한 것에 동의하고 나선 것이다. 이 최고위원은 "헌법 앞에 모든 국회가 늘 순응해왔다"라며 "헌법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라면 더 논의해서 심각한 상황이 되기 전에 바로 잡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무성 "우리 당에는 친박, 비박 없고 오직 우리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