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닷> 2015년 6월호는 사진은 진실을 보여주느냐, 아니면 사실을 왜곡하느냐 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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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 장에는 언제나 마음을 담습니다. 착한 마음이든 궂은 마음이든, 언제나 마음을 담습니다. 참을 고스란히 보여주든, 참을 비틀거나 감추든, 언제나 마음을 담습니다. 참을 보여주는 사진은 참된 마음을 보여주고, 참을 비틀거나 감추는 사진은 참답지 못한 마음을 보여줍니다.
"이른바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산으로 들로 다니며 아름다운 풍경을 기록하는 것도 좋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마을과 그 마을의 역사를 기록하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83쪽/사진아카이브연구소)." 같은 이야기를 가만히 생각합니다.
아름답다고 느끼는 모습을 찍는 일은 나쁘지 않습니다. 재미있는 사진찍기 가운데 하나입니다. 다만, 아름답다고 느끼는 모습을 찍되, 내 곁에 늘 따사롭거나 포근하게 흐르는 삶을 사랑스레 찍을 수 있다면, 그지없이 '새로운 아름다움'이 되리라 느낍니다. 이리하여, "나에게 특별한 재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예쁘니까 예쁘게 찍는 것이다 …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이 사람을 찍는다는 것이지, 배경이 아니다. 제일 좋은 사진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버지가 찍은 아이의 사진이다(97, 99쪽/김현성)." 같은 이야기를 읽으며 천천히 밑줄을 긋습니다.
예쁘니까 예쁘게 찍습니다. 착하니까 착하게 찍습니다. 고우니까 곱게 찍습니다. 즐거우니까 즐겁게 찍습니다. 웃음은 웃음 그대로 찍고, 눈물은 눈물 그대로 찍습니다. 아이는 아이답게 찍고, 어른은 어른답게 찍습니다.
좋고 나쁨이 없습니다. 옳고 그름이 없습니다. 그저 찍습니다. 그저 수수하게 찍고, 그저 어깨동무를 하면서 찍습니다. 그저 사랑을 속삭이는 손길로 찍고, 그저 마음을 나누려는 뜻으로 찍습니다.
사진잡지 <포토닷> 19호 끝자락을 읽으니, "2014년에 올라온 모터쇼 모델의 사진은 웬만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2015년의 게시판에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 이는 풍경 사진도 매한가지이다. 하지만 가족을 찍은 사진이나, 추억이 담긴 공간, 사건이 기록된 사진은 남은 일생에서 끊임없이 재소환되고 재해석될 여지가 남는다. 이처럼 '나의 이야기'가 담긴 사진은 모터쇼의 모델이나 유명 출사지의 풍경보다 훨씬 더 긴 생명력을 부여받는다(117쪽/이기원)." 같은 이야기가 흐릅니다.
사진 한 장이 얼마나 '긴 생명력'으로 읽히는가 하는 이야기입니다. 참말 그렇지요. 모터쇼 모델뿐 아니라 운동 선수나 연예인이나 모델 사진도 이와 같을 수 있어요. 이야기는 없이 '이쁘장하다는 모습'만 찍는다면, 이런 사진은 어느 한때 반짝일 수 있어도 오래가지 못합니다. 이야기가 있는 사진을 찍으면, 이런 사진은 눈부시게 반짝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두고두고 흐르면서 우리 가슴을 촉촉히 적십니다.
다시 말하자면, 오늘날 한국 사회에는 '이야기 있는 사진'이 매우 드물다고 할 만합니다. 집과 학교와 마을에서 '이야기 있는 사진'을 찍고 읽으면서 어깨동무하는 길을 말하거나 가르치는 자리가 매우 드물다고 할 만합니다.
"사진이 있기에 모든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사진이 없어도 모든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사진을 곁에 놓고 이야기꽃을 피우니 삶을 즐겁게 밝힐 수 있습니다. 사진을 곁에 놓지 않더라도 마음자리에 이야기꽃을 그림으로 넉넉하게 그려서 담으면 삶을 기쁘게 북돋울 수 있습니다 … '전업주부'로 일하는 수많은 어머니는 사진을 모르거나 사진기를 쥘 겨를이 없지만, 마음에는 언제나 사랑과 웃음과 꿈과 노래와 이야기가 흐릅니다. 아이랑 오순도순 놀고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동안 사진 한 장을 함께 찍기에 더욱 즐겁습니다. 곁님이랑 도란도란 말을 섞고 살림을 보듬는 동안 사진 한 장을 살짝 찍기에 더욱 기쁩니다(127쪽/최종규)." 같은 이야기를 되새깁니다.
두 손에 사진기를 쥐어도 사진을 찍고, 두 손에 사진기를 안 쥐어도 사진을 찍습니다. 필름이나 디지털파일에 앉힐 때에만 사진이 되지 않습니다. 마음에 깊이 새길 수 있을 때에도 사진입니다. 마음에 따사로이 아로새겨서 언제 어디에서나 흐뭇하게 떠올릴 수 있는 '그림'은 '마음으로 찍은 사진'입니다.
서로 아끼는 이야기를 찍은 사진은 필름이나 디지털 파일이 아니어도 한결같이 남습니다. 서로 사랑하는 노래를 찍은 사진은 대형 사진기나 중형 사진기가 아닌 작은 디지털 사진기로 찍어도 깊으면서 너른 맛과 멋을 베풉니다.
사진은 사진기로 찍지 않습니다. 사진은 삶으로 찍습니다. 사진은 경력이나 졸업장으로 찍지 않습니다. 사진은 사랑으로 찍습니다. 사진은 이론이나 학식으로 읽지 않습니다. 사진은 이야기로 읽습니다. 사진은 유명작가나 비평가 눈길에 따라 읽지 않습니다. 사진은 언제 어디에서나 누구라도 따스한 마음으로 노래하듯이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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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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