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송탄보건소에 마련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진료버스에서 의료진들이 고열 등 메르스 의심증상으로 방문한 시민들을 검진하고 있다.
권우성
저는 재미 교포이자 현재 미국 국립 보건원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에서 감염내과 전공의로 있습니다.
최근 한국에서 발생한 메르스 사태를 주의 깊게 지켜 보며 이 분야의 전공의로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픈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가 이 시련을 현명하게 그리고 투명하게 극복함으로써 사스에 대한 완벽한 방어로 얻은 방역 선진국의 위상을 조속히 회복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저는 이 글에서 감염병 분야의 의사로서 앞으로의 조치에서 특별히 고려해야 할 점을 밝히고, 더불어 여러 감염병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하고자 합니다.
첫째, 메르스 바이러스에 대해 우리가 모르는 바가 너무도 많습니다. 그동안 중동 지역에서만 주로 연구되어 왔고 현재 유전자 변이가 없다지만, 현 상황을 보면 중동 연구 결과를 함부로 국내에 인용해서는 안 될 듯합니다.
중동과는 너무나 다른 환경, 기후, 문화를 가진 우리나라에 들어온 메르스 바이러스는 중동에서 보고된 것과는 사뭇 다른 감염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은 이제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2위의 메르스 발병국입니다. 전혀 모른다는 마음가짐으로 최악의 상황을 예상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짜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둘째, 현재 삼성서울병원의 상황이나 메르스 확진자가 전국적으로 발견된 양상은 발병 초기의 역학조사가 허술했고, 그에 따른 격리에도 허점이 많았음을 보여줍니다. 제가 가장 두려운 것은 노인성 호흡기 질환 환자들 중,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메르스 감염자가 지금까지 대형병원의 중환자실에서 아무런 격리나 검사없이 검역의 사각지대에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입니다.
이 분들은 원래 다른 노인성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에 갑작스런 증상의 악화가 메르스 감염이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병원들 입장에서는 그동안 격리대상이 아니었던 중환자들에 대한 메리스 검사는 대단히 어려운 결정일 것입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거지만 메르스가 우리나라 중환자실에서 살아남고 변이할 가능성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기에는 처음의 방역 대응이 너무나 허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