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노출자진료병원으로 지정된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의료진이 메르스 확진 환자가 입원한 음압격리병실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메르스(MERS)는 현재 보건적 위기를 넘어, 정부에 대한 불신 및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 등 범사회적인 위기를 야기했으며, 그 후유증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메르스 환자가 처음 발생하고, 평택의 소위 '슈퍼전파자'로 인해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정부는 관련 병원의 정보를 숨겼다. 이에 대응하여 환자가 다녀갔다는 정보가 적혀있는 각종 '찌라시'가 SNS 등을 통해 나돌았고, 코에 바세린을 바르라는 등의 근거없는 낭설마저 인터넷을 타고 퍼져나갔다.
일선 병의원들 중 일부는 메르스 환자가 다녀갔다는 소문이 돌면 폐업의 위기가 올까 두려워, 발열 등 호흡기 증상이 있는 환자들을 거부하는 사태가 나타났고 정부는 5월말 경부터 '채찍'을 꺼내들었다. 신고가 늦어진 의료기관에 대해 최고 200만 원까지의 벌금을 부과하고, 메르스 혹은 의심환자의 진료를 거부할 경우에도 강한 처벌을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유언비어를 퍼뜨린 사람에게도 강한 처벌의지를 보였고 실제로 유언비어 유포자를 검거하는 데 성공하기도 하였다.
유언비어 유포자를 변호하기는 어렵다. 대부분의 경우 근거 없는 낭설로 사회에 해악을 끼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억해야 될 사실은, 메르스 감염이 사회적으로 우려되는 시점부터, 확진자가 나온 병의원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는 시점까지 긴 공백기간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 기간에 실제 평택 등 감염우려지역에서 진료를 하던 일선 의사들은 "발열이 있으면서 환자가 있었던 병원에 접촉한 과거력"이란 기준으로 메르스 환자를 선별해야 하는데 그 병원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조금 더 빨리 정보를 공개 받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일선의 의원들은 폐업의 가능성, 그리고 의료인 본인을 포함한 가족의 안전 등 심리적 압박을 등에 업은 채 정부의 처벌 방망이에 대한 부담까지 떠안게 되었다. 일선병원에 대한 보호장구 지급 등의 지원도 없었다. 간호인들을 포함하여, 이들은 이번 메르스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 중 하나다.
병의원을 운영하는 사람들도 가족을 이끄는 가장이며, 폐업을 할 경우 그 가족이 파산하고 생활고를 겪게 된다. 뿐만 아니라, 메르스 감염 의심자의 낙인이 찍힌 채 사회적으로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지내게 될 것이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진료 중인 일선 의료인에게, 보호구 등 기본적인 지원도 이루어지기 전에 처벌이 언급된 것은 유감이다. 병마라는 적군이 쳐들어온 상황에서, 보초병에게 책임을 묻고 곤장만 때린다면 군영의 분위기는 점점 더 흉흉해지고 사기가 떨어질 것이다.
현재 일각에서 메르스 사태로 피해를 입은 병의원들에 대한 지원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추후 적극적으로 논의되어,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감염 우려 환자들에 대한 진료에서 물러서지 않은 일선의 의료인, 간호인 등이 자괴감을 느끼지 않게 되길 바란다. 또한, 의사, 간호사를 포함한 모든 보건의료인들은 현재의 어려움 속에서도 강한 사명감을 가지고 메르스 진압에 마지막 힘을 다해 임해야 할 것이다.
또한, 격리자로 분류된 사람들과 확진자들도 죄인이 아니라, 이번 사태의 희생자임을 더욱 알려야 한다. 그들이 자신의 과거력 (병원을 방문한 일 등)을 숨기고 혹은 반발심에 격리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은, 사회적으로 그들을 죄인시하고 비난하는 시선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아무쪼록 모든 확진자들이 무사히 쾌유되길 기원하며, 또한 완치된 확진자 및 격리해제자들이 편견없이 적응할 수 있도록 사회의 따뜻한 시선이 있기를 기대해본다.
지금 '메르스' 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메르스 포탈 (
www.mers.go.kr) 이 뜬다. 구축한 정보의 내용이 우수하고 비교적 정리가 잘 되어있다. 지금이라도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신뢰할 만한 정보원을 만드는 등의 움직임은 고무적이다. 아무쪼록 이 정보원이 중구난방 떠도는 정보를 잘 정돈하고, 신뢰감을 확보하여 국민의 메르스 불안을 하루빨리 종식시키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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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 '의료인 처벌'이 능사는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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