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호선별 전동차 내구현황. 서울메트로가 운영하는 1-4호선 전동차의 노후화가 두드러진다. (출처 :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공사 제출자료, 2015년 4월 기준 서울지하철 운영연수 현황 재구성)
이성훈
비용절감 명분으로 '안전'을 절약하는 정부이명박 정부 이후 국내 지하철 안전예산은 '공공기관 선진화', '경영효율화'의 명분 아래 꾸준히 삭감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력감축이 두드러진다. 사회공공연구소가 지난 4월 29일 발표한 '궤도 안전의 상품화와 관료화' 논문에 따르면 서울시가 운영하는 두 곳의 지하철공사 모두 2000년대 중반 이후 직접 고용하는 인력을 큰 폭으로 줄였다.
서울메트로의 경우 2006년 1만128명이던 고용인원을 2013년 9150명으로 줄였다. 서울도시철도공사의 경우엔 6920명이던 인원이 6524명으로 줄었다. 반면 2006년에서 2014년말 사이 1~4호선 이용객 수는 14억3천만명에서 15억4천만명으로 늘었고 5~8호선의 경우엔 11억6천만명에서 13억5천만명으로 증가했다.
논문은 인력감축 과정에서 숙련된 안전인력이 해고되고, 그 빈자리에 저렴하고 전문성이 부족한 인력들이 '외주화'와 '파견직' 형태로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박흥수 연구위원은 "정부는 안전예산과 인력을 모두 줄이고는 '효율성과 비용절감'이라고 말한다"며 "비유하자면 국가가 전쟁을 수행하는데 예산을 아낀다고 탱크나 미사일을 없애고 그 빈자리를 메울 병력까지 줄이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전동차 내구연한삭제에 인력감축과 부품관리예산축소가 맞물리면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의 안전은 더욱 위협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년 넘은 차량 폐기하고 안전 투자 늘려야안전전문가들은 노후차량을 의무적으로 폐차하는 '내구연한' 개념을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흥수 위원은 "일본은 전동차를 15년 정도 쓰고 더 쓸 수 있음에도 관행적으로 폐기한다"며 "발전된 안전기술을 연구하고 새로운 모델을 도입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우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에서) 현재 운영되는 노후지하철은 상당부분 해외에서 수입한 부품으로 구성된다. 부품조달이 어렵다보니 중소기업에서 복제 제작하는 방식으로 충당하고 있는데, 한계가 있다"며 "20년 넘은 노후차량을 대량 폐기하고, 신차를 도입하는 것이 당장은 가능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안전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 연구위원은 "안전예산을 비용낭비가 아닌,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투자개념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박흥수 위원은 "안전에 규제라는 누명을 씌우면 그 피해는 납세자나 지하철 이용자들에게 돌아온다"며 "안전관련 기술과 인력에 대한 투자를 늘리자"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