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동안 배를 탄 후 20년 동안 폐지를 줍는 박선옥(79세) 할아버지 모습. 힘이 들어 개 두 마리를 훈련시켜 앞에서 끌게 했다.
오문수
박씨가 리어커를 움직이자 5년 됐다는 하얀 진돗개인 백구와 넉달 됐다는 까만 깜돌이가 앞에서 힘을 주어 끌기 시작했다. 그동안 몇 번 개를 바꿨다는 그에게 "서로 싸우지 않느냐?"고 묻자 "안 싸워"라고 대답했다. 고물 정리에 여념이 없는 박씨에게 대화를 하자며 "잠깐 내려오시라"고 요청한 후 집안 형편을 들었다.
"집에 할머니가 있어요.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지만 운동 삼아 해요. 내가 놀 줄 몰라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중풍으로 8년째 누워있는 할머니를 두고 어떻게 놀러 다닐꺼여?"
폐지 얘기로 이야기를 바꾸자 목에 힘이 들어간 박씨가 열변을 토했다.
"하루 종일 돌아다녀 폐지 100㎏을 모으면 8000원을 줘요. 나 혼자 옮기기가 힘들어 고물상에 요청해 기계로 직접 가져가면 6000원을 받습니다. 1톤에 6만 원. 그게 뭐 돈이여? 힘들죠. 힘은 들어도 운동이 돼 병원에 안 다닙니다."그는 한 달에 부지런히 하면 많을 때 50만 원 정도를 번다. 고철은 1㎏에 150원이다. "그게 뭐 돈이 되겠어요?"라는 말이 수긍이 갔다.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힘든 것은 별로 없다"고 대답한 그는 "겨울에는 따뜻하게 옷을 입으면 되니까 견딜만한데 여름에는 더워 겨울이 더 좋다"고 대답했다.
"창고는 아는 지인이 공짜로 사용하라고 해서 돈 나가는 건 없다"는 그는 "자식들이 그만두라"고 하지만 "나이들수록 잘 먹고 움직여 운동해야 건강하다"고 말했다. "젊은 사람들이 쓸만한 물건을 함부로 버린다"며 혀를 찬 박씨는 "85세까지만 해야지" 했다가 "죽을 때까지"로 수정하며 미소를 지었다.
친구들은 다 죽고 없지만 돌아다니는 것이 취미라고 대답한 그는 "나를 알아보고 인사하는 사람들이 있어 심심하지 않다"며 웃었다.
부인을 사랑하며 건강도 챙기고 환경정화에 일조하는 박씨를 길거리에서 오랫동안 만날 수 있길 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교육과 인권, 여행에 관심이 많다. 가진자들의 횡포에 놀랐을까? 인권을 무시하는 자들을 보면 속이 뒤틀린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