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동 공사현장에서 농성 중인 전아무개 할머니(80세)는 "한전이 용역을 동원해 반대 주민들을 팽개치듯 내던졌다"며 한전에 분통을 터뜨렸다.
지유석
미성동 공사현장에서 농성 중인 전아무개 할머니(80)는 한전의 처사에 분통을 터뜨렸다. 농성장은 바로 철탑 건설현장 바로 앞이었고, 문제의 현장은 모심기를 준비 중인 논이었다. 논 한 가운데엔 조그만 굴착기가 멈춰 서 있었다. 전 할머니는 한전을 강력히 비판했다.
"지금은 한전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여지껏 새벽 2~3시에 와서 공사를 했는데 말이다. 공사를 막으려고 하니 한전은 용역을 동원해 주민들을 팽개치듯 내던졌다. 오늘은 시국기도회 한다니까 이미지 나빠진다고 인부와 굴착기를 철수시키려 했다. 그래서 이곳 주민들이 굴착기가 나가지 못하게 막았다. 정정당당하면 한낮에 해야지 왜 야심한 시간을 틈타 공사를 하냐. 그리고 지금은 농번기인데 이 시기는 피해야 하는 것 아니냐?"이에 대해 한전 측 A지사장은 "군산 산업단지의 전력공급이 시급해 서두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 1년 동안 조정기간을 거쳤고, 지역구 의원인 새정치민주연합 김관영 의원 주도로 협상도 했다. '우선 공사가 시급하니 공사를 진행하고 전문가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이를 검증하자, 또 주한미군 측 입장도 반영해 최종적으로 우리 입장이 잘못된 것으로 결론 나면 철거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를 받아들이겠다'고 했으나 끝내 결론을 내지 못했다. 한전으로서는 공사를 강행할 수밖에 없다."주민들과의 충돌에 대해 A지사장은 "한전 측이 용역을 동원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직원들이 방해 주민들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젊은 사람들이 연로한 분들을 맞상대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새벽 공사에 관해서는 "공사는 할 수밖에 없고, 낮에 하게 되면 주민들과 불가피하게 충돌이 생긴다, 농번기임을 감안해 새벽에 공사를 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군산 산업단지 전력공급, 시급하지 않다" vs. "관점의 차이"논란의 핵심은 전력량 부족 여부다. 갈등은 지난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8년 초 종합화학기업인 (주)OCI는 태양광발전 소재를 생산하기 위한 공장 증설을 명분으로 대용량 전력을 군산시에 요청했다. 이에 군산시는 그해 12월 한전과 전력공급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시책사업'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그런데 (주)OCI는 지난 5월 19일 제4공장과 제5공장의 건설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다음 날인 20일엔 한전 직원이 직접 주민들을 찾아와 군산 산업단지의 전력사용량이 110만KW 정도로, 3년 동안 전혀 증가가 없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런 정황들은 군산 산업단지의 전력공급이 그다지 시급하지 않음을 보여준다는 것이 공대위의 주장이다. 한전이 철탑 공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시점은 공교롭게도 (주)OCI의 발표가 있기 1주일 전인 12일. 공대위는 한전 측이 명분이 사라지기 전에 철탑공사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시도라고 의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전 측은 "공대위 측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다음은 A지사장의 말이다.
"관점의 차이다. 공대위는 전력량이 3년 동안 증가가 없었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한전은 이전부터 전력공급 부족을 지적해왔다. 군산 산업단지의 경우 (주)OCI와는 별개로 2년 동안 필요한 전력을 (주)OCI 및 다른 기업들에게 제대로 공급해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즉, 기업에게 전력을 못 줘서 전력량 증가가 없었던 것이다."공대위 측은 이전부터 국회차원의 진상조사를 요구해 왔다. 강경식 법무간사는 "한전 측이 맞는지, 아니면 주민들 말이 맞는지 확인하는 게 국회진상조사위원회가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한전의 송전철탑 건설이 가져온 또 다른 부작용 가운데 하나는 땅값 폭락이다. 공대위 강경식 법무간사에 따르면 한전 측이 철탑부지에 대해서는 시가로 보상한다고 했다고
한다. 철탑부지가 차지하는 면적은 약 298㎡(90평) 남짓이다.그런데 '선하지', 즉 송전선이 지나가는 땅은 이야기가 다르다. 강 간사는 "선하지의 경우 시가의 25%, 많으면 30% 보상에 그친다"고 했다. 선하지 면적은 약 3636㎡(1100평) 가량이다. 송전철탑 건설로 인해 이미 이 일대 땅값은 절반으로 폭락한 상황이다. 주민들이 전북대에 의뢰한 용역 조사결과에 따르면, 주민피해 예상액은 1조5000억 원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