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저널 <직썰>이 주최한 제1회 그네문학상.
<직썰>
"낙타를 서울대공원은 격리했다고 하는데 그렇게 메르스 치료하기가 힘듭니까? 고심 끝에 서울대공원을 해체하기로 결론 내렸습니다."최근 SNS에서 화제를 모았던 '그네문학상' 수상작들이 공개됐다.
온라인 웹진 <직썰>이 주최한 이번 대회는 박근혜 대통령의 '횡설수설 화법'을 누가 더 완성도 높게 구현하는지 겨루는 자리였다. 참가자격, 주제, 분량 모두 자유다. 단 형식만 '그네체'로 제한됐다. 주최 측은 지난 12일~18일까지 SNS로 응모된 작품(?) 536편이 치열한 경합을 벌였고, 그 중 주옥같은 수상작 15개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그네체'는 온라인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화법을 풍자하는 말이다. "군 생활이야말로 사회생활을 하거나 앞으로 군 생활을 할 때 가장 큰 자산이라는…"처럼 듣는 이를 '멘붕'에 빠뜨리는 발언들이 공식 석상에서 매번 튀어나오면서 화제가 됐다. 주최측은 박 대통령의 화법을 "대통령이 무념무상의 상태로 창안하신 마성의 화법"이라고 정의했다.
페이스북에서는 박 대통령의 공식 발언을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해주는 번역기까지 등장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의 '마성의 화법'이 메르스 정국에서 계속 이어지자 이번에는 이를 직접 따라하며 풍자하는 백일장까지 열렸다. 주최 측은 입선자들에게는 문화상품권 1만 원 권을 지급하고, 별재미를 주지 못한 '핵노잼상'에겐 박근혜 대통령의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를 내걸었다.
"'그네문학'이라는 새로운 문학장르의 탄생""
메르스로 국가가 혼란이 빠져있는 상태에서 저의 화법을 문학으로 분류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여야가 합의해서 투명하게 처리해야 진상규명이 제대로 된다는 것은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 입상하지 못한다고 해도 글을 쓰는 것은 앞으로 우주로 나가거나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데 가장 큰 자신이 되기 때문에 저는 지난 15년간 국민의 애환과 기쁨을 함께해온 대통령직을 사퇴하겠습니다. 제가 방금 뭐라고 했습니까?" 페이스북에서 가장 많은 추천(634)을 받아 1위로 입선한 작품이다. 작성자 안아무개씨는 박 대통령의 최근 발언뿐만 아니라 지난 2012년 대선까지 거슬러 올라가 그때의 발언도 작품에 녹아냈다. 당시 박 대통령은 국회의원직 사퇴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직을 사퇴하겠습니다"라고 말해 화제가 됐다.
이를 본 심사위원들은 "그네체의 정석, 깔끔한 마무리", "그네체의 공식을 잘 이해하고 있는 작품이다, 짧고 간결한 호흡이 돋보인다"고 평했다. 또한 "읽다보면 어느새 가카가 내 귀에 속삭이고 있다"며 "수작"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트위터에서는 원조를 뛰어넘는 청출어람의 작품도 탄생했다. 트위터 이용자
'@zaro*****'의 작품으로 114회 리트윗되어 트위터 부문 2위에 올랐다.
"메르스를 척결하는 것을 지상 최대의 목표를 삼는 것을 해가지고 선제적으로 적극적으로 손을 씻는 것을 모든 역량을 총동원을 해서 대개 중동식 독감이라는 것을 국민들을 설득하는 것을 정신을 차리고 해낼 수 있다는 끈기를 가질 것을 믿는다."심사위원들은 "내가 웬만한 그네체는 알아 듣겠는데 이건 정말 도무지...", "아 코멘트 뭐라고 달지 10분간 고민하다 ㅈㅈ(포기 -기자주)", "피로감이 몰려오는 수면제 같은 작품, 아침인데 자러가고 싶다ㅜㅜ"고 남겼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창조문학'을 선보인 참가자도 있었다. 김춘수 작가의 시 <꽃>에 '그네체'를 접목한 것이다. 심사위원들은 "역작이다", "본격 '그네문학'의 탄생을 알리는 오마주라 할 만하다"라고 극찬했다. 그 중 일부만 옮겼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고 했듯이우리 국민들 모두가 정부부터 해가지고안전을 같이 지키자는 그런 의식을 가지고 신고 열심히 하였다내가 그의 이름을 이것이다 하고 정신을 차리고 불러 주었을 때그는 우리 아빠랑 엄마랑 동생들이랑 같이 살던 푸른 기와집으로 와서트라우마나 이런 여러 가지는 그런 진상규명이 확실하게 되고그것에 대해서 책임이 소재가 이렇게 되어서그것이 하나하나 밝혀지면서 투명하게 처리가 되었다(이하 생략)현재 <직썰>의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는 수상작을 본 누리꾼들의 호평이 쏟아지는 중이다. 수상작들은 지난 24일 저녁에 공개되어 약 16시간 만에 3천 번 가까이 공유됐다. 댓글에는 "진짜 끝내준다"(임**), "대단들 하다"(최**), "직썰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정**)는 감탄이 이어졌다.
주최 측은 "이 땅의 무지몽매한 백성들은 멸시와 조롱을 보냈지만 본 매체는 일찍이 '그네체'의 문학성을 눈여겨 보았다"며 "신경숙 작가 표절 파문으로 문학계가 비통에 빠진 이때 '그네문학'이라는 새로운 문학 장르의 탄생을 통해 우리 문학계가 생기를 되찾기 바란다"고 남겼다(
'제1회 그네문학상' 수상작 보러가기).
[관련기사][이슈] '박근혜 번역기' 등장... "작성자를 청와대로"[카드뉴스] "기자도 포기했다... 대통령 발언 통역해주세요"[이슈] 세월호 1주기 때 '간첩' 언급'박근혜 사투리'를 아십니까?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20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에디터입니다.
공유하기
"읽다보면 어느새 가카가 내 귀에"... 제1회 '그네문학상'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