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층석탑하동 쌍계사 구층석탑.
정도길
천왕문을 지나 계단에 올라서면 하늘 높이 솟은 탑이 웅장하다. 팔영루 앞에 우뚝 선 구층석탑 앞에는 석등 두 개가 양쪽에 섰다. 이 탑은 1990년 건립됐으며, 국보 제48호 '평창 월정사 구층석탑'을 본뜬 것이라고 한다. 8각의 2층 기단 위에 9층의 탑신을 세웠고, 석재로 만든 상륜부는 화려한 장식으로 마무리했다. 가볍게 들려있는 옥개석 모서리에는 귀퉁이마다 풍경을 달아 놓았다.
바람 부는 날 수많은 풍경이 내는 소리는 어떤 느낌으로 가슴에 메아리쳐 와 닿을까 궁금하다. 이 탑 안에는 스리랑카에서 모셔왔다는 석가모니 진신사리 3과, 산내 암자인 국사암 후불탱화에서 출현한 부처님 진신사리 2과 그리고 전단나무로 만든 부처님의 일위를 모셨다고 한다. 이 탑이 오래도록 남아 있기를 기원하는 마음이다.
삼신산 쌍계사. 대한불교조계종 제13교구 본사다. 신라 성덕왕 21년(722) 대비, 삼법 두 화상께서 선종의 6조인 혜능스님의 정상을 모시고 귀국, "지리산 설리갈화처(눈 쌓인 계곡 칡꽃이 피어 있는 곳)에 봉안하라"는 꿈의 계시를 받고 호랑이의 인도로 이곳을 찾아 절을 지은 것이 유래가 되었다고 전한다. 쌍계사는 우리나라 8대 총림 중 하나다. '총림'이란, '승속이 화합하여 한 곳에 머무름이 마치 수목이 우거진 숲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총림은 승려의 참선수행 전문도량인 선원, 경전 교육기관인 강원, 계율 전문교육기관인 율원, 염불수행을 전수하는 염불원의 시설을 갖춘 사찰을 말한다. 쌍계사는 국보 제47호 '하동 쌍계사 진감선사탑비'를 비롯하여 보물9점(제380호, 제500호, 제925호, 제1364호, 제1365호, 제1378호, 제1695호, 제1696호, 제1701호) 등 국가지정 문화재 10점과 지방지정 문화재 20점 등 총 30점의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산내 암자로는 칠불암, 국사암, 불일암, 도원암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