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의 시대, 공부 잘하는 비법

[리뷰] <에디톨로지>를 읽고

등록 2015.07.09 17:05수정 2015.07.0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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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독특한 준(準)신간, <에디톨로지>는 부제가 '창조는 편집이다'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의 책이다. 편집이라는 화두를 우리 삶에 적용했다. 가벼운 에세이처럼 재미나게 읽히는 문화 심리학 서적이다.

제목처럼 책의 내용은 모두 편집과 관련이 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는 세상에서 창조는 바로 편집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책 제목인 <에디톨로지>는 저자의 조어(造語)이기도 하다.


지식= 정보와 또 다른 정보와의 관계

 <에디톨로지> 표지
<에디톨로지> 표지21세기북스
저자는 정보와 정보의 관계를 어떻게 짓느냐에 따라 지식의 내용이 결정된다고 말하고 있다. 수 많은 정보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단순한 정보가 흥미를 유발하는 새로운 지식으로 탄생한다는 거다.

"오늘날의 지식인은 정보와 정보의 관계를 '잘 엮어내는 사람'이다. 천재는 정보와 정보의 관계를 '남들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엮어내는 사람'이다.(p. 43)

저자가 지적하는 지식을 쌓는 방식에 관해서도 귀 기울일만하다. 계층적이냐 그물망식이냐에 따라 지식의 내용이 달라진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수동적으로 받아들인 지식은 체계는 있을지언정 사고의 틀을 제한할 수 있다는 거다. 반면 연결된 지식은 편집 가능성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다양한 이합집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편집이 가능한 지식이라야 가치가 있다고.

이와 관련해서 저자는 학교 교육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교실의 공간 편집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산만해도 된다. 어린 아이들이 일사불란하게 집중하는 것이 더 이상한 거다. 초등학교부터 대학 강의실까지 죄다 앞의 선생님만 바라보게 돼 있는 구조로는 경쟁 일변도의 교육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다. 획일화된 교실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면 '창조 사회'는 꿈도 꿀 수 없다." (p. 202)

시선과 관점의 편집


서양의 회화에서 르네상스 시기에 건축가 부르넬리스키가 발명한 원근법은 일방적으로 관점을 통일해 대중을 사회의 질서에 편입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한다. 일종의 폭력이라는 것이다. 동양 회화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관점이 틀렸다거나 세련되지 못했다고 비판하게 된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때문에 피카소가 위대하다고 한다. 저자는 "피카소와 브라크의 큐비즘(cubism)은 눈으로 인식되는 자연의 대상을 해체하고 기본적인 형태로 재구성하겠다는 시각 혁명을 선언한다. 드디어 '재현representation의 시대' 끝나고 '편집edit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p.197)라면서 피카소가 위대한 것은 관점의 해체를 통해 통일되고 일관된 시선을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천재는 사회 문화적 편집의 결과

음악의 신동으로 불린 모차르트가 신동에서 천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디 있을까. 모차르트는 궁정에 소속되어 왕과 귀족들이 요구하는 음악을 만들어야 하는 운명을 지닌 동시에 부르주아, 한 개인으로서 스스로가 만족할 만한 음악을 만들기도 했던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다. 저자는 "모차르트가 '수공업자'에서 '예술가'로 전환하는 시기에 활동했기 때문에 천재가 된 것이다"라고 지적한다. 모차르트가 천재가 된 것은 '시대적 편집'의 결과라는 것이다.

저자는 책의 말미 '편집의 시대'의 공부법을 소개한다. 책을 읽을 때 목차와 색인은 독자가 관심 있는 부분을 찾아서 골라 읽도록 하기 위한 배려이기 때문이라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미련한 짓은 그만두라고 말한다. 정보와 지식을 데이터베이스화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도 말한다. 분야를 막론하고 넘나들 수 있는 지식을 만들려면 나만의 자료실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이퍼텍스트의 대가인 이어령 선생이 에버노트에 1만 4천 개의 노트가 저장돼 있다고 한다. 그 노트들이 관계를 새로이 맺으면서 또 다른 지식을 탄생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자신의 생각을 풍요롭게 편집하기 위해서는 언어의 풍요로움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영어 외에도 제 2외국어를 하게 되면 훨씬 표현이 자유로워진다고 한다. 저자 자신이 독일에서 유학을 한 덕에 영어와 독일어, 최근에는 일본어까지 공부하면서 깨달은 것은 축적된 데이터가 다르면 지식의 내용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부자나라의 언어도 좋겠지만 아프리카의 스와힐리어 또는 필리핀의 타갈로그어 같은 제 3세계의 언어를 취미 삼아 공부해보는 것도 새로운 지식축적의 경험이 될 듯하다. 마지막 발언은 순전히 내 생각이다.
덧붙이는 글 <에디톨로지> 저자 김정운, 21세기북스, 2014년 10월 초판

에디톨로지 (반양장) - 창조는 편집이다

김정운 지음,
21세기북스, 2014


#편집 #원근법 #피카소 #하이퍼텍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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