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남동부 생폴드방스 풍경
송주민
멋지다, 절경이네, 와우, 대단해, 이거 꿈 아니지? 그녀에게 이런 말들을 내뱉으며 걸어내려가고 있다. 수녀원 문을 나와 어제 밤 내렸던 버스정류장 쪽으로 향하는 길, 저기 앞에 보이는 언덕에 옹기종기 솟은 옅은 살구빛 마을을 향해 가고 있다. 아침 햇살에 뒤덮인 생폴드방스는 그저 아름답다는 말 밖에는. 황금빛으로 물들어 눈부신 지중해, 동화에 나올법한 귀엽고 완만하게 솟은 동산들, 천천히 돌로 빚은 인간들의 삶터 흔적들까지 조화로이 놓여 있다. 한눈에 들어오는, 사방에 파노라마로 펼쳐진 광경에 탄복하며 걷고 있다.
"뭐랄까, 하늘나라가 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란 생각을 했었어."아직 한국에 있을 때 여기 생폴드방스가 어떤 곳이냐고 묻자, 그녀가 한 답변이다. 이곳에서 수도자의 길을 걸으려던 그녀의 신앙 감각이 짙게 묻은 말이었겠지만, 지금 이 광경 앞에 서자 나도 "이 아름다운 세계를 보라, 어떻게 하느님이 없을 수 있을까?"(도로시 데이)라는 투로 감탄하고 경외하는 표정이 되어버린 것이다. 주위로 온통 내리쬐는 빛 한줄기도 놓치지 않고 싶은 몸짓으로, 이 지구 건너편 땅에 놓여 있다.
"평화로웠어, 이 찬란한 풍경에..."그러다가 불현 듯 단지 경치가 끝내주고 아름답다는 이유만으로 '하늘나라'까지 언급하진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불쑥 든다. 왜, 그녀는 왜 천국이란 말까지 언급했을까.
"평화로웠어. 평화. 내가 바랐던 평화 그것이 있다고 생각을 했던 거 같아. 실제 느꼈고. 아침에 일어나서 기도하고, 또 정해진 시간에 노동을 하고, 과하지 않게 정갈히 식사를 하고. 다른 어려운 이들을 위해서 기도를 해드리고, 하루를 마치는 순간에도 감사 기도를 드린 후 잠을 청했지. 그러고 또 일어나면 아침에 다시 새소리에 이 찬란한 풍경을..." 그녀는 한국에서는 선뜻 찾지 못한 성소를 먼 땅에서 발견한 기분이었다고 했다. 그것은 무슨 느낌이었을까. 고국을 떠나서 둥지를 틀고자 '이민계'를 들고 있는 게 유행이라는, 팍팍한 우리 땅의 현실에 대한 젊은이들의 환멸과 비슷했을까? 아니면 민족과 나라에 상관없이 보편 종교를 믿는, 국경에 구애받지 않고 지구별에 사는 '하느님의 자녀'로서 자신에게 맞는 땅의 성소를 택한 것일까?
이유를 막론하고 그녀에게 전염된 것일까. 하늘에서 땅을 포개며 비추는 아침 햇살에 평화가 묻어 있다. 아니, 누구라도 이 풍경을 보면 평화롭다고 할 것이다. 마을로 향하는 언덕길을 따라, 호리호리한 체구의 수녀님이 사뿐하게 걸어간다. 돌로된 길을, 돌로 지은 오래된 예배당 옆으로, 몇 백 년 묵었을 돌로 세워진 마을 쪽으로 걸어가는 베일 쓴 수녀님의 뒷모습, 중세시대 풍경을 보고 있는 듯한 몽환적인 기분에 사로잡힌다. 그녀도 저랬을까.
오만할 정도로 화창한 날씨, 프랑스의 유명한 휴양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