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스레

[광복 70년 분단 70년 통일 염원시 ⑧]

등록 2015.07.23 15:34수정 2015.07.23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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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70년, 한반도는 여전히 분단의 골이 깊습니다. 이념적 갈등도 여전합니다. 좀처럼 변하지 않는 분단 현실 속에서, 문학의 감동이 '마음으로 하나가 되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천만의합창국민위원회'와 <오마이뉴스>가 함께 통일를 염원하는 시를 연재합니다. 국내 시인과 사할린 동포 시인, 특히 재일조선인 시동인회 <종소리>의 시인들이 함께 뜻을 모았습니다. 작은 실천과 그것을 가능케 하는 열정이 모일 때 통일이 성큼 오리라 믿습니다. [편집자말]
 한인들의 묘가 밀집되어 있는 유즈노사할린스크의 제1공동묘지. 역설적이게도 일본인 위령탑 근처에 한인의 묘가 많다.
한인들의 묘가 밀집되어 있는 유즈노사할린스크의 제1공동묘지. 역설적이게도 일본인 위령탑 근처에 한인의 묘가 많다.최상구

이채인

일제는 마지막 배를 띄우면서 조선인들도 데려 가겠다며 오도마리(코르사코브) 시에  다 모이라고 했다. 그래서 사할린 섬 구석구석에서 많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오도마리에 모여들었다. 그렇게 사람들을 모아놓고 애타는 기다림으로 초죽음을 만들어놓고 자기들만 배를 타고 떠나가면서 이렇게 약속했다.
조선인은 기다려라. 배를 보내주겠다.
그 배를 오늘도 기다리고 있는 망향의 언덕(Сопка грусти в г. Корсакове).
70년을 하루같이 가로막은 장벽.
나라가 없어 받은 천대.
무릎 꿇고 이민국 책상다리 두 손 모아 부여 잡고 통곡하는 모습.
-  내 팔자야, 내 팔자야…
이 사람아, 집에 보내다오. 집에서 아들 딸 마누라가 기다리고 있다. 20년이 한 순간에 지나갔어. 제발 보내다오.
녜 뽀니마유(몰라)
집에 보내다오.
나가 …
대화 없는 장벽.
나라가 있어도 국경 막혀 못 가 받은 천대.
나라가 없는 민족은 주인 없는 동물(개)과 별다를 바 없다. 여권이 외국 것이라서 국적을 인정받지 못하고 비공민으로 살아왔다. 어쩔 수 없이 일본 국적이었고, 살길을 찾아 비공민권과 러시아 시민권을 취득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피는 속일 수 없는 것이다. 피를 속일 수 없어 광복된 나라를 찾아 문을 두드리는데 대답 없이 또 20 년의 한 세월이 지나가고 있다.
오늘도 기다리게 하는 무정한 장벽. 나라가 있어도 받는 천대.
껍질 벗겨 보면 불쌍한 민족. 조선 민족 팔자인지?

이채인

러시아 사할린주 유즈노사할린스크시 출생
종합건설 «PYRAMIDA» (피라미다) 대표이사
로스토브-나-도누 건축대학 졸업
건축감리사, 사할린주 건축협의회 회원


#통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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