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그림
한림출판사
드센 비바람이 이틀 동안 몰아쳤습니다. 이틀 동안 빨래를 안 했습니다. 오늘 새벽부터 빗줄기가 가시고 바람이 잠들었기에, 이제 슬슬 빨래를 해야겠네 하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바로 빨래를 하지는 않습니다. 마당이 마를 때까지 기다립니다. 마당이 다 마르지 않고 빗물이 고였을 적에는 빨래가 잘 안 마릅니다.
아침을 먹고 읍내마실을 다녀온 뒤 빨래를 한 차례 합니다. 낮밥을 먹고 아이들이 실컷 뛰놀게 한 뒤에 땀이랑 때를 벅벅 문질러 씻기고는 빨래를 한 차례 더 합니다. 오늘은 빨래를 두 차례 하지만, 아직 빨랫감이 남습니다. 마저 다 할 수 있지만, 나머지는 이튿날로 미룹니다. 하루에 빨래를 세 차례 하면 어깨가 좀 뻑적지근하거든요.
"하늘이 흐리지만 빨래를 미룰 수는 없지." 엄마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억센 팔로 빨래를 했습니다."(2쪽)사토 와키코님이 빚은 그림책 <도깨비를 다시 빨아 버린 우리 엄마>(한림출판사, 2004)를 아이들이 재미나게 읽습니다. 사토 와키코 님은 '빨래하는 어머니'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여러 권 그렸고, 이 가운데 <도깨비를 빨아 버린 우리 엄마>(1991)와 <달님을 빨아 버린 우리 엄마>(2013)가 한국말로 나왔어요. <도깨비를 다시 빨아 버린 우리 엄마>는 한국말로 나온 두 번째 '빨래 그림책'입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우리 엄마'는 늘 손빨래를 합니다. 마당 한쪽에 빨래바구니를 놓고는 빨래판으로 옷가지를 벅벅 비벼서 손빨래를 하지요. 한겨레 빨래살이하고는 살짝 다릅니다. 우리 겨레는 마당에서 빨래를 하지 않아요. 마을 빨래터에 옷가지를 이고 가서 빨랫돌에 옷을 척척 올리고는, 빨래방망이로 철썩철썩 두들기면서 빨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