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차기 당권주자로 나선 이인영 후보가 지난 1월 18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광역시당 정기대의원대회 및 당대표 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당원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남소연
이 의원은 다음 날인 16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동학 후배에게'라는 제목의 답장을 올리고 소회를 전했다.
"스스로를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된 좋은 글을 읽었다, 미안하다"라고 운을 뗀 그는 "그러나 여기를 끝으로 더 이상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으려 한다, 우리를 궁지로 몰아넣어서 낡은 질서를 유지하려는 비겁한 정치세력에 대한 최소한의 자존심이기도 하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우선 이 의원은 장문의 글을 풀어내며 '586 무능론'을 둘러싼 고뇌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2010년 최고위원 선출,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선거대책본부장 등의 이력을 소개한 그는 "나름대로 원칙과 기준을 지키며 살아왔다고 자부했지만, 어느 한순간에 이런 모습이 '손학규 kid'로 규정됐다"라며 "이게 우리 당 계파정치의 현실임을 절감했다, 참 모욕적이었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때 '언젠가는 진실을 알게 되겠지'라며 계파의 독성과 정면으로 맞서지 못한 것이 오늘 우리 당의 문제들을 눈덩이처럼 키운 것 같아 자책한 적도 있다"라며 "(그런 모습이) 여러분의 눈에는 최고위원과 국회의원을 하면서 기득권에 안주하고 남 탓하기 바쁜 사람으로 보였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이 위원은 "어느덧 굵어진 저의 허리를 보면서 달라지려고 했다"라며 "노동운동 출신도 떠나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자임해서 찾아들고, 노동삼권의 위기에 직면한 노동자들과 조금이라도 함께하려 했던 이유도 초심의 정치를 지키고자 했던 결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더 나이 먹기 전에 노동자와 함께하려던 이러한 선택조차도 요즘은 다시 관성이 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든다"라는 심경을 밝혔다.
"무엇이 당 위한 최선인지 고민해야"... '하방론' 정면 반박지난 2.8 전당대회 출마 이전에 오래된 친구에게서 비슷한 지적을 듣고 충격받은 적이 있다는 이 의원은 이미 향후 거취를 두고 최근까지 고심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동학 위원이 제기한 '하방론'을 언급하며 "단지 'Yes냐 No냐'로 대답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누구를 위해 어떤 정치를 해야 할지, 정치를 지금보다 더 잘할 자신이 있는 건지'를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할 일"이라고 답했다. 단순히 지역구를 옮기는 수준으로 586 정치인의 거취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구로갑을 '쉬운 지역구'로 규정한 대목도 반박했다. 이 의원은 "운동권 시절의 이상이 숨 쉬던 곳이라 찾아갔지만 지역 편차도 크고 지지기반도 약했다"라며 "그래서 떨어지고 당선되고 또 떨어지고 당선되는 고생도 좀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철새처럼 지역구를 옮겨 다니는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구로구민에게 했던 첫 약속을 가급적 지키고 싶은 점도 (지역구 변경을) 망설이게 하는 이유일 것"이라며 "이인영 개인의 정치적 선택이나 승부수가 아닌, 무엇이 우리당을 위한 최선의 길인지 함께 더 생각해보자"라고 덧붙였다.
'하방론'을 두고 다소 부정적 평가를 한 이 의원은 당 혁신위를 향해서도 쓴소리를 이어갔다.
이 의원은 "지역 구도를 넘는 정치보다 정치이념이나 정치노선과 같은 가치를 추구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라며 "오늘 우리당의 혁신 방향이 올바른 가치를 추구할 수 없다면, 제가 다른 지역구에 출마한들 어떤 보람이 있을지 잘 모르겠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가능하면 혁신위에서 저에 대해 내려놓으라고 요구한 10배 이상으로 가치와 주체의 혁신도 선도해 주기 바란다"라며 ▲ 노동, 노인 등 정책 이슈 설계 ▲ 당 통합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역으로 요구했다.
이동학 위원을 향해서도 "저에게 공개적으로 고언한 것과 같이 좀 더 과감하고 근본적인 계파혁신의 길로도 나아가 달라"라며 "그때쯤 저의 대답도 더욱 분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의원은 "사실 이러한 고백과 제안은 좀 더 시간이 지난 뒤에 하려고 했다, 지금은 혁신위의 혁신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이야기가 시작된 김에 저도 하고 싶던 말들을 시리즈로 풀어봐야 할 것 같다, 앞으로 또 토론하고 얘기해 보자"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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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지역구' 포기하라? "정치공학적 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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