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난로 안에서 '따르르르' 소리가 들렸다

산골편지

등록 2015.07.17 18:26수정 2015.07.17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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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굴뚝을 타고 아궁이로 들어 온 새. 밖으로 보내기 위해 테라스 모서리에 내려놓았다.
굴뚝을 타고 아궁이로 들어 온 새. 밖으로 보내기 위해 테라스 모서리에 내려놓았다.고성혁

밤새가 날아들었다.
                                                        
새가 날아들었다. 새벽에, 어둑새벽에. 일어나보니 창밖으로 어둠이 사방을 서성이고 있었다. 그 사이로 하얀 새벽의 발자국이 이제 막 찍히기 시작하고. 부스스한 머리칼을 손으로 북, 긁어 올리고 책상에 앉았다. 멍하니 있다가 지난밤에 끼적인 것들을 일별하고 있는데 무언가가 희미하게, 그러나 지속적으로 울리고 있었다.


쿵, 쿵쿵……. 딱, 쿵, 딱.  갑자기 신경이 곤두섰다. 여기는 산자락에 위치하며 더러 지네도 보고 뱀도 출몰하는 곳이 아닌가. 저거, 혹시 멧돼지? 돼지들이 떼를 지어 나타나 건너 산골 밭의 감자를 몽땅 캐갔다. 그래서 옆 집 사시는 할머니는 개 두 마리를 그 산자락 밭 앞에 와이어 줄로 길게 묶어 놓으셨다. 어둠이 짙어지면 이놈들, 멀리서 자기가 거기 있노라고 밤하늘을 향해 컹컹, 짖는다. 그 소리를 들으면 사뭇 가슴이 울린다. 고독과 외로움이 일어서면서.

가만히 일어나 소리 나는 곳을 찾는다. 거실의 곳곳을 뒤져보고, 화장실을 열어본다. 아무것도 없다. 문을 열고 나가 창고를 살펴본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다시 집 밖의 전등을 일제히 켜 사방을 살펴본다.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방안에 다시 들어서 서 있노라니, 잠깐, 그 희미한 기척이 다시 포착된다. 소리를 향해 가까이 다가간다. 시커먼 무쇠 벽난로 앞. 거기 어디쯤에서 기동이 스며있는 듯하다. 잠시 멈춰 선다. 그래, 여기다.

벽난로의 시커먼 아궁이에서 움직임이 있다. 갑자기 따르르르, 소리가 울려 퍼진다. 날개를 파닥이는 물체 하나. 새다. 아주 작은 새가 세상에, 무쇠 벽난로의 새까만 아궁이에서 파닥이고 있는 것이다.

그 소리는 딱따구리처럼 부리로 벽난로의 벽을 쪼는 소리이었을지니, 지금 이놈은 거기에서 나가고 싶어 몸부림을 치는 것이다. 그 자리에 우뚝 서 방법을 찾는다. 지난번, 방문을 열어놓고 있을 때도 새가 들어 왔었다. 한참 동안 사방으로 튀던 그놈도 모든 방문을 열었더니 그 창문으로 나갔었음을 떠올린다.

자고 있는 아내를 소환한다. 눈을 비비고 나오던 아내가 새의 움직임을 보고 환호성을 지른다. 우와, 또 새야? 우와. 세상에- 모든 사람은 작은 것들의 형용과 움직임에 찬사를 보내는 것 같다. 막 태어난 강아지, 병아리, 그 밖의 새끼들이 얼마나 귀여운가. 그럼에도 저 새는 다 큰 어른 새가 분명할진대 아내는 작은 것만으로 호들갑을 떨고 있다.


창문을 모두 열었다. 희끄무레하게 퍼지는 여명의 찬 빛이 일렁인다. 새야, 어서 나오너라. 벽난로의 문을 열었다. 어, 움직임이 사라졌다. 어디인가? 벽난로 아궁이의 양 끝 틈새를 살핀다. 아무것도 없지만 분명 그사이 어딘가 있을 것이다. 새의 용기를 북돋기 위해 짐짓 방심을 가장하고 아내와 함께 딴청을 피운다.

잠시 뜸을 들일 무렵, 포르릉, 새가 날아 TV 모서리 바닥에 날아 앉는다. 그 모양을 가만 쳐다본다. 숨을 몰아쉬는 걸까? 작은 몸을 연신 움직인다. 그 뒤에도 좀처럼 날아가지 않는다. 손으로 새를 살며시 만진다. 움직이지 않는다. 경직된 것인가? 모르겠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놈을 잡아 저 숲으로 날려 보내야만 한다.


손으로 살며시 포개 잡는다. 움직이지 않고 있다. 눈앞으로 가져와 살펴본다. 작다. 목덜미에 흰색과 노란 색의 깃털이 모양 있게 둘러져 있다. 깃 부분도 흰 색이 언뜻 스쳤다. 배 부분은 하얗다. 참 귀엽고 앙증맞은 놈이다.

테라스로 부부가 나섰다. 포도나무가 귀퉁이를 감싸고 있는 모서리에 가만히 내려놓았다. 그럼에도 움직이지 않는 새. 너무나 긴장한 탓일까. 두 사람은 그 모양을 보며 어서 가라는 손짓을 해보지만 소용이 없다.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것이 평온을 찾게 할까 싶어 방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조용히 새의 하는 형용을 지켜보고 있다. 움직이지 않는다. 아예 보지 않고 돌아섰다. 그렇게 5분쯤을 보내고 다시 가보니 아, 새는 날아갔다. 

어제 아침의 일이다. 어제 새벽에 비가 흩뿌렸었다. 지붕 위로 뚫려 있는 연통 갓 아래에서 비를 피했던 것일까? 그러다가 졸았을 것이다. 끄덕끄덕 졸고 있는 모습을 그려보니 그거 참, 더할 나위 없이 평화롭다. 녀석, 졸다가 억, 하고 시커먼 연통 속으로 곤두박질 쳤을까? 떨어지고 나니 그야말로 시커멓고 차디찬 무쇠 창살이 기다리고 있으니 얼마나 당황했을까.

그러니까 이 녀석아, 앞으로는 절대로 남의 집 굴뚝에는 함부로 올라앉지 마라. 꼭 기억해라이. 
덧붙이는 글 세상의 모든 것들은 우리와 삶을 나누는 소중한 이웃입니다.
#새 #산골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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