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의 노동자 차별,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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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에 적극적으로 반응한 경험은 없다. 생계를 위해서 묵묵히 일을 한다... 내가 장당 금액을 올려달라고 하면 그 일은 다른 사람에게 갈 것이 뻔 하니까." - 외주출판 노동자해고와 재계약이 걸린 상황에서 차별에 저항하긴 쉽지 않다. 결국 노동자들은 피할 수 있는 만큼 회피한다. 사업장을 옮기거나, 묵묵히 일을 한다. 이는 해고와 재계약 때문만은 아니다.
현장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차별을 경험하는 건설 노동자가 현장에서 이 문제에 저항한다고 해도, 결국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차별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는 하기 힘들다. '성폭력'에 저항하기 어려운 사회 구조에서 여성 노동자가 직장 '성폭력'에 저항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저항' 보다는 '회피'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건 개개인이 나약하거나 차별 문제가 심각하지 않아서가 아닌, 한 개인이 쉽게 풀 수 없는 구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차별이 개개인에 중요한 삶에 문제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중요하지 않거나 회피할 수 있는 문제일 수도 있다. 즉 모든 차별 경험이 저항해야 할 '무언가'이거나, 자신의 존엄을 훼손하는 '무언가'로 동일하게 해석될 순 없다. 어떠한 차별 경험은 회피할 수 있거나,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인식할 수도 있다. 이것은 꼭 차별이 노골적이거나 숨겨져 있어서가 아닌, 각자의 경험과 상황에 따라 수용하거나 참을 수 있는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비정규직이 많고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이것을 당연하고 일반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여기에서 살 을 찾으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돈을 많을 많이 받는 것으로 보상을 받으려고 한다. 특별하게 차별에 대해서 인식을 하지만, 본인이 수용하는 것이기보다는 아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원래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 병원시설 노동자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불안정 노동의 시대에 개별적 주체들이 차별에 저항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자본이 만들어낸 차별의 힘은 이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평등 감각과 연대가 훼손되고, 노동자의 존엄성이 무너진 상황, 더욱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몰아넣는 상황에서 개별적 주체들이 힘을 모아, 차별에 맞서기는 쉽지 않다.
특히 이와 같은 현상이 자본과의 관계에서 드러나기 보다는 개별 노동자간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상황에서 이들이 하나의 힘을 만들어내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그렇기에 노동자 간의 평등 감각과 연대를 복원하기 위한 운동 그리고 담론이 필요하다. 자본이 끊어내고 있는 평등 감각과 연대는 노동자들이 함께 싸울 수 있는 힘의 근간이다.
이를 위해선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의 원칙을 재구성해야 한다. 노동자의 차별을 막기 위해 구성된 '동일 임금 동일 노동'의 원칙이 노동의 직무와 직제에 따라 점점 다른 노동이기에 다른 임금인 것처럼 인식되어 지며 노동자의 집단성은 파괴되었다. 모든 노동은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고, 모든 노동이 필요하다는 '노동의 연계성'과 '평등성'의 개념을 만들어야 한다.
두 번째로 차별 감수성을 만들기 위한 운동이 필요하다. '차별'은 눈에 잘 드러나지 않거나, 차별 당하는 개인의 문제로 전환되기 쉽다. 그렇기에 차별 피해자가 느끼는 것과 가해자가 느끼는 것, 제삼자가 느끼는 것의 간극은 크게 작용한다. 이 상황에서 개인이 너무 민감하다거나, 그 정도는 조금 참으라는 문화는 당사자들이 자신의 차별 경험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기 어렵게 한다. '차별 감수성'을 형성하는 것은 당사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적극적으로 말할 수 있도록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사람들, 그리고 함께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을 늘릴 수 있도록 한다.
차별 금지 제도의 재구성 또한 매우 중요하다. 현재의 차별 금지 제도는 '합리적 차별'의 범위를 넓히고 오직 개인의 구제로만 범위를 좁혀 차별의 원인인 구조와 제도에 대한 변화를 막는 힘으로 작동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의 차별금지제도가 유지되는 한 노동에서의 '반차별'은 더욱 어려워진다.
마지막으로 이와 같이 차별에 맞서기 위해선 노동자 개인의 경험을 드러내고 이를 집단적 운동으로 발전해야 한다. 차별은 개개인의 경험과 해석에 따라 다양한 맥락을 만든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의 이야기가 들릴 때 차별의 양상과 맥락은 폭로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차별의 보편성을 발견하고 집단적 운동으로 문제 제기 해야 한다.
개개인의 경험에 존재하는 보편적 존엄은 함께 싸울 수 있는 근간의 힘이다. 우리가 경험하는 '모욕감'과 '무시'를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집단적 운동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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