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성서공단이 침수를 주의해야 하는 이유

[르포] 4대강 재자연화를 향한, 2015 낙동강 현장조사 ②

등록 2015.07.27 11:49수정 2015.07.27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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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사업 준공(2012년) 4년 차 낙동강은 서서히 죽어가고 있습니다. 낙동강은 뻘과 녹조라떼로 뒤덮여 썩어가고 있고, 큰빗이끼벌레라는 낯선 생명체의 대량 증식은 토종 물고기의 산란과 서식마저 방해하고 있습니다. 낙동강의 생태계가 급변하고 있는 것입니다. 급기야 낙동강 어민들은 지난 6월 21일 선상시위를 통해, 죽어가는 낙동강의 실상을 폭로하며 낙동강을 살리기 위해 낙동강 하굿둑과 4대강 보의 수문을 열 것을 강력히 요구했습니다.  

또한 보 주변의 침수피해는 여전하고 농지침수 피해에 이어 성서공단의 침수 문제까지 새롭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역행침식에 의해 지천에서는 낙동강으로 모래가 계속해서 밀려와 '헛준설' 논란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또 지자체들은 이른바 생태공원으로 만들어진 강변 둔치를 개발하기 위한 방안들을 찾기에 여념이 없고, 칠곡군처럼 현재 둔치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지자체도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4대강공사인 영주댐 공사는 오늘도 현재 진행 중입니다. 그로 인해 국보급 하천 내성천의 원형은 하루하루 망가져가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4대강사업은 실패한 사업이고, 대국민 사기극이었음이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 그로 인해 아직도 여전히 심각한 문제들이 야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기자는 대한하천학회와 4대강범대위의 전문가와 활동가 등으로 구성된 '2015 낙동강 국민조사단'의 일원으로 함께하면서 4대강사업의 핵심 구간인 낙동강의 변화상을 통해 이 사업의 문제점을 다시 한번 지적하고, 4대강 재자연화의 필연적 이유를 밝혀보려 합니다. - 기자 말 

4대강 보는 '붕괴의 악순환'

 보 아랫쪽 낙동강 바닥은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이 보 구조물의 바닥보호공이나 하상보호공의 많은 부분들이 붕괴되거나 유실됐다고 한다.
보 아랫쪽 낙동강 바닥은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이 보 구조물의 바닥보호공이나 하상보호공의 많은 부분들이 붕괴되거나 유실됐다고 한다. 낙동강 국민조사단

'낙동강 국민조사단'은 다시 합천보로 향했다. 수중 촬영을 위해 합천보 하류 선착장에 준비된 모터보트를 타고 윤순태 감독은 다시 한 번 낙동강 강물 속으로 들어갔다. 이번에는 특별히 밧줄을 준비해야 했다. 함안보에서 깊이를 알 수 없는 함몰 지점으로 빠져 죽을 뻔한 경험 때문이다. 또다시 보 구조물 밑으로 빨려 들어갔을 때를 대비해 밧줄로 몸을 묶고 되돌아나올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한 것.

윤 감독에 따르면 지금 강물 속은 탁도가 높아 시계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바로 30센티 앞 정도를 제외하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낙동강 수질이 더 개선됐다는 소리는 윤 감독의 실제 조사에 의하면 전혀 사실이 아니다.

한동안 수중 촬영을 마친 윤 감독은 합천보 하류의 강바닥 상황이 함안보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함안보보다 강바닥이 더 많이 손상됐다는 것이다. 끊임없는 악순환이다. 보수하면 붕괴되고 또 보수하면 유실되는 '붕괴의 악순환'이다.


 합천보 하류 보 구조물 바로 아래 깔려있는 세굴방지용 섬유메트리스가 뜯겨나가 너덜너절해졌다. 이런 곳이 많다고 한다.
합천보 하류 보 구조물 바로 아래 깔려있는 세굴방지용 섬유메트리스가 뜯겨나가 너덜너절해졌다. 이런 곳이 많다고 한다. 낙동강 국민조사단

합천보 상류의 상황은 또 어떨까? 합천보 상류에서는 저질토 채취, 수질 분석을 위한 강물 채수, 수심별 용존산소량 측정이 동시에 이루어졌다. 저질토는 본포취수장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뻘이었고, 용존산소량은 수심이 깊어질수록 줄어들었다. 조사 대로라면 강바닥은 물고기들이 거의 살 수 없는 환경으로 변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니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산란할 수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조사단은 달성보에서도 마찬가지로 저질토를 채취하고 곧바로 달성습지로 향했다. 달성습지는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 빚어놓은 천혜의 자연습지로 내륙습지 중 단연 으뜸이라 할 수 있는 습지로 평가받고 있었다. 그런데 4대강사업은 이런 천혜의 자연습지 생태환경마저 바꾸어 놓았다.


달성습지 물억새의 집단 고사와 맹꽁이 생태 교란

 물에 잠겨 집단 고사해버린 물억새. 뒤쪽에 누렇게 말라버린 것들이 물억새. 앞쪽에 파릇파릇 올라오는 것이 갈대.
물에 잠겨 집단 고사해버린 물억새. 뒤쪽에 누렇게 말라버린 것들이 물억새. 앞쪽에 파릇파릇 올라오는 것이 갈대.정수근

달성보의 영향을 받는 달성습지는 달성보의 담수로 수위가 올라가자 달성보 상류 20여km 지점에 있는 달성습지의 수위도 동반상승해 물가에 자생하던 버드나무 군락이 물 속에 잠겨 고사해 버렸다. 수십 그루가 넘는 버드나무들이 물 속에 잠겨 죽어가는 특이한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비단 달성습지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달성습지 제방 너머에 있는 성서공단의 수해를 막기 위해 조성해둔 '대명유수지'의 지하 수위까지 동반 상승했다. 이것은 대명유수지 물억새 군락이 물에 잠겨 집단 고사하는 사건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대명유수지에 자생하던 물억새 군락은 강물이 들어왔다가 빠진 마른 땅에 군락을 이루며 자라는 것으로, 지금의 대명유수지처럼 물이 항상 들어차 있으면 뿌리가 썩어 고사할 수밖에 없다. 물억새는 고사하고 갈대가 점점 넓게 펴져가고 있는 것이 지금의 대명유수지의 현실이다."

물억새와 갈대의 미묘한 생존 방식의 차이에 따른, 계명대 생물학과 김종원 교수의 논리적인 설명이다.

 달성습지의 맹꽁이. 이들의 집단 산란처인 대명유수지의 지하수위 상승으로 이들의 산란에 큰 영향을 받게 됐다.
달성습지의 맹꽁이. 이들의 집단 산란처인 대명유수지의 지하수위 상승으로 이들의 산란에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정수근

지하수위 상승으로 물이 항상 들어차 있는 대명유수지는 이제 물억새 군락의 서식처로서 기능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물억새뿐만이 아니다. 달성습지 깃대종의 하나인 맹꽁이의 산란처로 유명한 곳이 대명유수지다.

그런데 맹꽁이 또한 물억새와 마찬가지로 항상 물이 들어차 있는 곳에서는 산란을 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대명유수지 지하수위 상승은 멸종위기종 맹꽁이의 산란마저 교란시키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성서공단의 침수피해, 누가 책임질 것인가

 계명대 배상근 교수가 대명유수지 지하수위 상승과 성서공단 침수와의 관계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있다.
계명대 배상근 교수가 대명유수지 지하수위 상승과 성서공단 침수와의 관계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있다.이다솜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달성습지의 수위 상승은 제내지인 대명유수지뿐만 아니라 바로 옆 성서공단의 지하수위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일찍이 달성보로 말미암아 성서공단의 침수피해를 예견한 계명대 토목과 배상근 교수는 현장 설명회에 직접 나와 "달성보 수위의 영향으로 인근의 지하수 체계에 영향을 끼치게 되고, 그로 인해 성서공단 또한 침수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배상근 교수는 "달성보의 관리수위보다 성서공단의 표고가 조금 높다. 따라서 침수 피해는 어불성설이다"는 수공 측 주장에 대해 "지하수 체계의 영향으로 달성보 관리 수위보다 더 높이 제내지의 지하수가 올라올 수 있다. 이것은 2010년 당시 시뮬레이션으로 확인한 바이기도 하다"며 수공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런 상황에서 집중호우가 내리면 성서공단은 침수피해를 입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도심 홍수가 일어나는 이유이고, 따라서 성서공단 입주 업체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이후 조사단은 강정보 상하류 조사를 마치고 조금 더 상류인 하빈배수장으로 향했다. 이곳은 두 가지 큰 특징으로 유명하다. 하나는 이곳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집단 고사한 버드나무군락이다. 수천 그루의 버드나무들이 강정보 관리 수위의 영향으로 수위가 올라가자 집단학살 당한 것이다. 생태환경을 개선한다면서 벌인 4대강사업이란 말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강 가운데 버드나무가 집단 고사해버렸다. 강정보가 없을 땐 물 가장자리에 자리잡아 자생하며 군락을 이루며 장관을 연출하던 버드나무들이 강정보 담수로 집단 고사해 버렸다. 버드나무들이 강물 속에서 익사당한 것이다.
강 가운데 버드나무가 집단 고사해버렸다. 강정보가 없을 땐 물 가장자리에 자리잡아 자생하며 군락을 이루며 장관을 연출하던 버드나무들이 강정보 담수로 집단 고사해 버렸다. 버드나무들이 강물 속에서 익사당한 것이다. 정수근

또 다른 하나는 이곳에 극심한 측방침식이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이 거의 직강화 되어, 장마철에 보의 수문을 열게 되면 강물의 유속이 2배 이상으로 빨라졌다. 그로인해 강물의 힘이 동반 상승해 강변에 조성해둔 자전거도로가 함몰되는 사고가 빈번하게 벌어졌다.

급기야 국토부는 호안공사를 벌였다. 측방침식의 위험성을 인정한 것. 그로 인해 적지 않은 예산이 또 강물 속으로 흘러들어갔다. 4대강사업은 준공이 불가능한 사업이란 비판은 이래서 나오는 것이리라.

칠곡보 옆 '덕산들'의 침수피해 위해 저류조 조성

 칠곡보 때문에 침수피해를 입고 있는 칠곡군 약목면 덕산리 덕산들. 수공은 덕산들의 침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류조를 만들어 대형 펌프로 수시로 물을 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농민들은 그 실효성에 의문을 표한다
칠곡보 때문에 침수피해를 입고 있는 칠곡군 약목면 덕산리 덕산들. 수공은 덕산들의 침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류조를 만들어 대형 펌프로 수시로 물을 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농민들은 그 실효성에 의문을 표한다 정수근

이후 조사단은 칠곡보로 향했다. 칠곡보 주변 또한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칠곡보 담수로 인해 제방 옆 농경지의 침수피해가 발생했다. 칠곡군 약목면 덕산리 덕산들 50여 헥타르 땅이 침수피해 지역이다. 지하 수위 상승으로 농사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이는 수자원공사도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래서 수공이 대안으로 조성한 것이 저류조다. 3천평의 땅에 60여 억 원을 들여서 저류조를 조성해 이곳으로 지하수를 모아서 배수펌프를 통해 수시로 낙동강으로 지하수를 빼냈다는 것이다. 주민 전수보씨는 말한다.

"저류조를 만들어놓았지만 근본적인 처방은 안 된다고 본다. 집중호우가 내릴 때 과연 아무 침수 피해가 없을지 의문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칠곡보 아래로 배수 터널을 뚫어주든가, 그도 아니라면 칠곡보 관리수위를 2미터만 낮추면 해결된다."     

전씨 말대로 칠곡보 관리 수위를 2미터만 낮추면 되는데, 이 손쉬운 일을 왜 시험해보지 않는지 참 의문이다.

덕산들을 떠나 칠곡보 제방으로 나오니 참으로 황당한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강 바로 옆에 유아용 풀장과 수영장 등을 만드는 칠곡군의 수변레저공원 조성사업이 한창인 것. 4대강사업 이전 자유롭게 수영도 하고 물고기도 잡던 낙동강이 이제 최소 수심 6미터 이상으로 깊어지니 낙동강으로는 들어갈 수가 없어 그 옆에 새롭게 풀장을 짓는 것이다.

 칠곡군이 벌이고 있는 강변레저타운 조성 공사 현장.
칠곡군이 벌이고 있는 강변레저타운 조성 공사 현장. 정수근

강을 옆에 두고 강을 향유하지 못하고, 강을 향유할 대체물을 만들어야 하는 현실이 참 아이러니하다. 그런데 그 대체물을 만드는 곳은 강변 둔치다. 강변 둔치는 강과 인간의 삶터의 사이의 완충지대로 야생의 공간으로 남아 있어야 할 그런 곳이다. 그런데 그곳에 콘크르트까지 타설해 풀장을 조성하려 하다니.

안동환경운동연합 김수동 국장은 "강변 둔치에 콘크리트 시설물을 타설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일 것인데, 칠곡군이 어떻게 이런 사업을 벌일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사실 관계를 확인해서 고발을 해야 할 사안"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것은 비단 칠곡군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토부가 이른바 낙동강에만 95개의 생태공원을 만들어 놓았지만 유명유실한 생태공원이 대부분이고, 이들 무늬만 생태공원을 각 지자체들이 개발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대구시, 구미시, 상주시 등이 호시탐탐 기회를 옅보고 있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덧붙이는 글 2015 낙동강 현장조사는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됐습니다. 이 글을 쓴 정수근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으로 지난 6년간 4대강사업의 실상을 파헤쳐왔습니다. 이번 2015 낙동강 국민조사단의 일원으로 함께 참여하면서 취재했습니다. 이번 르포는 3편으로 나누어 게재할 예정입니다.
#4대강사업 #낙동강 #함안보 #성서공단 침수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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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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