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랑크푸르트 학파(비판이론) 3세대 철학자, 악셀 호네트의 <인정투쟁>.
사월의책
독일의 철학자 악셀 호네트는 인간이 동등한 사회적 존재로 인정받지 못하고 무시받는 데서 오는 "도덕적 울분"에서 사회적 갈등이 시작된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 울분은 인정받고자 하는 정치적 투쟁 즉, '인정투쟁'의 계기가 되면서, 때로는 사회적 진보에 기여한다고도 설명한다. 이 때 사람들은 낡은 인정질서(사회질서)를 새 인정질서로 개선시킨다.
인정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다. 문제는 일베가 남을 무시하기 때문에, 자신도 무시 당할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되길 자초한다는 점이다. 그들이 뒷골목에 구축한 문화코드는 '혐오'다. 그런데 그것이 혐오인 한, 일베를 인정해주면 일베를 제외한 다른 이들의 존엄성을 부정하게 되는 아이러니가 생긴다.
이 점이 이들이 무언가 왜곡된 의식흐름을 가진 존재라는 분석이 제시되는 이유다(관련 기사:
이제는 돌아와 국가 앞에 당당히 선 '일베의 청년들').
결국 일베는 혐오의 주체이자 대상이라는 야누스의 얼굴을 가진다. 타인의 '인격'을 살해함으로써 자신들의 인격도 추락 시키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 악순환을 끊을까. 좋은 진단과 처방을 위해서는 과거 '병력'부터 조사해야 한다.
우선 일베는 디시인사이드(아래 디시) 일각의 문화들을 흡수하면서 탄생했다. 당시 디시는 관심병, 병맛, 막장, 지역차별, 성 피해의식, 우경화 경향 등. 다분히 일베의 싹을 품은 게시판들이 있었다. 각 게시판 관리자들은 수시로 문제 소지가 있는 글들을 삭제했고, 디시 유저들은 삭제 당하기 전에 이것들을 '모아놓을' 저장소가 필요했다.
이때 등장한 게 바로 일베다. 문제는 일베가 점점 인기를 끌며 디시 서버에 과부하를 줬고, 관리자는 자제를 요청했다. 이때 일베의 '역사적이면서도 결정적인 방향전환'이 감행되면서, 독자적으로 서버를 확장하고 유저들이 스스로 콘텐츠를 올릴 수 있도록 이용지침이 바뀌게 된다.
이는 사건이었다. 일베가 자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를 <일베의 사상> 박가분은 "쓰레기 저장소에서 말하는 데이터베이스"가 됐다고도 평한다. 그런데 무언가 새로운 걸 생산하려면, 우선 밑천이 있어야 한다. 그 밑천이 디시 조상님들에게 물려받은 '똥'이었으니, 지금 일베의 모습이 납득이 가는 셈이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괴물이 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