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애월조금씩 자리잡힐 즈음 건물주가 바뀌며 이전해야 했던 키친애월. 지금은 이 자리에 건물주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카페가 들어섰다.
송영필
장사가 좀 된다 싶었던 건, 키친애월을 시작한 지 3년이 훌쩍 지났을 때쯤이다. 올레길과 저가항공 등으로 제주를 찾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단체관광이 아니라 가족여행이라는 개념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그리고 블로그를 통해 입소문이 점차 나기 시작하면서 '키친애월'을 검색해서 일부러 찾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부터 키친애월은 제주에서 음식점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롤모델'이 되었고, 혼자 여행 오거나 제주의 삶을 시작하려는 이들에게는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안내소가 되었다.
"여행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제주에 사는 현지인들도 주말에 가족과 여행하는 일이 불과 얼마 되지 않아요. 키친애월은 그런 여행객과 제주 원주민들이 모두 찾는 곳이 되었지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 매일 한담의 일출과 한담의 일몰을 보는 것, 모든 것이 행복하고 즐거웠어요." 제주 역시 세입자가 살긴 힘든 곳장사가 되면서부터는 키친애월을 보수하고 리모델링하는 데 많은 돈을 썼다. 하지만 '남의 건물에 돈 들이면 안 된다'는 교훈을 몸소 체험하는 결과를 낳았다. 당시 키친애월의 건물주가 바뀌면서 그는 더 이상 그곳에서 장사를 할 수 없게 되었다.
"어떻게든 이곳을 이어가보려고 세를 내면서 계속 장사를 할 수 없는지 물어보았죠. 제가 그때 냈던 세의 딱 다섯 배를 달라고 하더군요. 그건 그냥 나가줬음 한다는 뜻 아니겠어요? 더 애쓰지 않기로 했고, 저는 애월항 근처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지금 그곳엔 프랜차이즈 카페가 들어섰지요. 건물주가 이 프랜차이즈 카페를 여러 개 갖고 있다고만 들었습니다."애월항으로 자리를 옮겨 '키친애월'이라는 이름의 식당을 2년 정도 더 운영했지만, 장사는 예전 같지 못했다. 제주로 이주하는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고, 톡톡 튀는 메뉴와 콘셉트로 등장하는 경쟁 업체들이 생기면서 경쟁력이 약화된 것도 한몫했다. 결국 그는 제주 이주 8년 만에 '키친애월'을 폐업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