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를 막아라" 심해지는 부산시의 집회 울렁증

화분·태극기·공무원 동원 집회 차단 나서... 부산시 "민원 때문"

등록 2015.08.04 16:14수정 2015.08.04 16:14
3
원고료로 응원
play

"집회를 막아라" 부산시청에 늘어선 공무원들 부산시 공무원 80여 명이 지난 3일 출근 시간에 맞춰 청사 후문과 도로 건너편에 늘어서 있다. 부산시는 민원과 업무 불편을 이유로 집회 지역 선점에 나서고 있다. ⓒ 공공운수노조


부산시의 집회 울렁증이 심해지고 있다. 부산시는 청사 출입구 주변 화분 설치에 이어 8월 들어서는 태극기와 공무원을 동원한 '알박기'에 나섰다. 시는 이러한 조치가 집회로 인한 시민 불편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는 초법적인 처사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 3일부터 20여 개의 대형 화분이 설치되어 있던 시청 후문 양쪽으로 태극기 70개를 추가 배치했다. 이것으로는 모자랐는지 출근 시간에 맞춰 공무원 80여 명이 청사 후문 근처에 도열하기까지 했다. 표면상의 이유는 광복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

하지만 사실상의 목적은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1인 시위를 비롯한 집회를 차단하기 위함이다. 부산시청 후문은 청사 구조상 정문 역할을 하고 있다. 서병수 부산시장을 비롯한 고위 공무원들은 매일 아침 관용차에서 내려 이 문을 지나 출근한다.

 청사 주변으로 화분과 태극기를 설치한 부산시를 향해 집회를 차단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4일 부산시청 후문에 화분과 태극기가 설치되어 있다.
청사 주변으로 화분과 태극기를 설치한 부산시를 향해 집회를 차단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4일 부산시청 후문에 화분과 태극기가 설치되어 있다. 정민규

이 때문에 부산시는 후문 주변에서 벌어지는 집회에 예민한 반응을 보여왔다. 서 시장 취임 이후 5개 안팎을 설치를 시작했던 대형 화분은 현재 20개 가량까지 불어났다. 급기야 공무원들까지 나서 길목 선점에 나서면서 이곳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던 노동자들은 건너편으로 자리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

피에스엠씨와 버스 노동자들은 3일 이후 후문 앞 4차선 도로 건너편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4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난 김진태 공공운수노조 부산경남지역 버스지부장은 "부산시 공무원들과 시청을 방문하는 시민들에게 열악한 버스노동자들의 현실을 알리고 싶어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지만 지금은 가로막힌 상황이 되어버렸다"고 답답해했다.

부산시 측은 민원을 들어 집회를 내버려두기 힘들다고 말한다. 문봉기 부산시 청사관리팀장은 "시민들이 집회로 인한 통행 지장과 소음에 대한 민원을 제기하고 있고, 시가 해결할 수 없는 부분까지 집회를 벌이면서 업무에도 지장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아예 후문에 화단을 조성하겠다는 계획까지 추진하고 있다.

 부산시가 청사 주변 화분 배치에 이어 태극기와 공무원까지 대거 동원한 집회 지역 선점에 나서면서 청사 후문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어던 노동자들이 4일 도로 건너편으로 이동해 집회를 이어나고 있다.
부산시가 청사 주변 화분 배치에 이어 태극기와 공무원까지 대거 동원한 집회 지역 선점에 나서면서 청사 후문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어던 노동자들이 4일 도로 건너편으로 이동해 집회를 이어나고 있다. 정민규

부산시의 이런 태도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전위봉 부산민중연대 사무처장은 "시청은 주로 사회적 약자들이 자기 의견을 개진하는 공간인데 이를 해결하지는 못할망정 더 악랄하게 막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면서 "특히 서병수 시장 취임 이후 피부로 느낄 정도로 집회에 대한 과민 반응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노동계와 시민사회 안팎에서는 서병수 시장 체제 이후 집회에 대한 부산시와 경찰의 대응이 강경해졌다고 보고 있다. 집회 차량을 불법 주정차로 강제 견인하는 경찰과 노동자들 사이에 언성이 빚어지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고, 방송차의 소음을 들어 강제로 방송장비 케이블을 절단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관련 기사: 노동자 반발 부른 부산시와 경찰의 집회강경책).

변영철 변호사는 부산시의 초법적인 집회 차단을 갈등의 근본 원인으로 꼽았다. 변 변호사는 "집회와 표현의 자유를 보호해야 할 공무원들이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문제"라며 "이는 집회 및 시위에 대한 방해를 금지하고 있는 집시법 3조를 위반하는 것으로 법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시 #집회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2. 2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3. 3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4. 4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5. 5 미국에 투자한 한국기업들 큰일 났다... 윤 정부, 또 망칠 건가 미국에 투자한 한국기업들 큰일 났다... 윤 정부, 또 망칠 건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