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감시' 폭로 기자들 수사하려던 독일 검찰총장 해임

등록 2015.08.05 09:59수정 2015.08.0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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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독일 정보기관의 온라인 감시활동을 폭로한 기자들을 국가반역죄 혐의로 수사해 언론자유 침해 논란을 야기한 검찰총장이 결국 해임됐다.

하이코 마스 독일 법무부 장관은 4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협의 및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의 승인 하에 하랄트 랑게 독일 검찰총장을 해임했다고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후임에는 페터 프랑크 뮌헨 지방검찰청장이 내정됐다.

마스 장관은 "랑게 검찰총장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고 해임 사유를 밝혔다.

랑게 총장은 이에 대해 "사법부 독립에 대한 침해"라며 "언론자유는 소중하지만, 한계가 없지는 않다"고 반발했다.

앞서 랑게 총장은 독일 국내정보기관인 헌법수호청(BfV)이 온라인감시 강화를 위한 예산을 확대한다는 내용의 내부기밀문서를 입수해 보도한 독일 인터넷 탐사보도매체 '넷츠폴리틱'(Netzpolitik.org) 기자 2명에 대해 국가반역죄 혐의로 수사하겠다고 지난달 말 통보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비판여론이 강하게 일면서 마스 장관과 메르켈 총리 등 수뇌부가 '검찰과 거리두기'를 하며 언론자유를 옹호하자 기소는 보류됐다.

기자들에 대한 국가반역죄 수사 사실이 알려지자 독일 시민사회는 독일기자협회(DJV)와 대연정 소수당인 사회민주당과 좌파당 등 야당 정치인들을 주축으로, "탐사보도에 대한 재갈 물리기"라며 대대적인 거리집회에 나섰다.


지난 2일 독일 베를린 법무부 청사 앞에서는 1천300여명이 모여, 비판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검찰의 시도를 규탄하는 집회를 벌였다.

트위터에서는 '#국가반역죄'라는 해시태그가 유행했고 반세기만에 이뤄진 언론사에 대한 국가반역죄 수사를 규탄하는 온라인 청원에도 서명이 이어졌다. 넷츠폴리틱에도 5만유로(약 6천400만원)의 성금이 답지했다.


독일에서 국가반역죄로 언론사에 대한 수사가 이뤄진 것은 50여년 만이다.

앞서 1962년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서독의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방위계획과 훈련상황 관련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보도하자 콘라드 아데나워 정권이 슈피겔 발행인과 기자들을 체포, 국가반역죄 혐의로 기소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BBC방송은 이와 관련, 독일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큰 공분이 일어난 이유는 지난 세기 나치 전체주의 시절의 고통스러운 경험 때문이라며, 독일 사회는 특히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데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논평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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