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회로보다 복잡한 롯데 지분구조도

롯데의 '74차 방정식'... 416개 순환출자 고리, 재벌 가운데 가장 많아

등록 2015.08.06 16:32수정 2015.08.0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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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그룹의 지분구조도(2015년 4월 1일 기준)
롯데그룹의 지분구조도(2015년 4월 1일 기준)공정거래위원회

형제간 경영권 분쟁의 막장 드라마를 연일 쓰고 있는 롯데사태의 핵심에는 총수일가 중심의 전근대적인 기업지배구조가 자리잡고 있다. 특히 창업주인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을 비롯해 신씨 일가의 한국 롯데 지분은 2.41%에 불과하다. 신 총괄회장은 0.05%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들 신씨일가는 81개 계열사를 마치 자신의 소유물인 것처럼 다루고 있다. 이들이 이렇게 적은 지분으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이유가 바로 계열사끼리 서로 지분을 나눠 갖는 순환출자때문이다. 이같은 순환출자구조는 그동안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과 총수일가의 지배권 강화 등으로 이용됐다.

따라서 그동안 시민사회를 비롯해 학계와 정치권에서 재벌개혁의 핵심으로 순환출자 금지를 추진해왔다. 실제로 작년 7월 정부는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제도 시행에 들어갔고, 재벌들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보고서를 보면, 현대를 비롯해 금호아시아나, 케이티 등은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해소했고, 삼성, 현대차그룹 등도 순환출자를 줄여나갔다. 삼성은 10개, 한솔이 9개, 현대차는 6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다. 

하지만 롯데만 유독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순환출자 고리 역시 416개로 재벌 그룹 가운데 가장 많다. 이같은 순환출자 고리는 롯데의 지분구조도에서도 확인된다. 말그대로 81개의 계열사가 얽히고설킨 가운데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마치 거대한 반도체 회로도를 떠올리게 할 정도다. 

이를 두고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롯데, 2.4% 지분으로 황제경영과 막장드라마를 할 수 있는 이유"라고 적었다. 장 교수는 지난해 자신이 펴낸 '한국자본주의'에 실은 롯데의 출자구조도를 올려놓고, "누가 회사를 소유하고 있는가를 알려면 74차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74차 방정식은 2014년을 기준으로 롯데 계열사가 74개였기 때문이다. 올해 4월 기준으로 롯데 계열사는 이보다 7개가 늘어 81개다.  장 교수는 "반도체 회로보다 복잡한 이런 구조를 설계한 신격호는 신(神)격호입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롯데 #순환출자 #지분구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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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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