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 5월 세월호 참사 추모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된 박래군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이 포승줄에 묶인 채 7월 22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서 호송 차량에 오르고 있다.
남소연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특수공무집행방해', '특수공용물건손상', '일반교통방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인권운동가가 무슨 죄를 이리도 많이 졌다는 걸까. 지난달 16일 검찰이 구속기소한 4·16연대 박래군 상임 운영위원에게 물은 죄목이다. 지난 4월, 세월호 추모 집회를 주도한 게 이리도 많은 죄를 지었다는 말이 된다. 심지어 지난 3일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를 추가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22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이 마약을 하거나 보톡스 주사를 맞고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것을 꼬투리로 잡았다. 이건 마치, 박정희 정권 시절 술자리에서 대통령과 정부를 욕한 사람을 정보부로 끌어갔다던 저 '막걸리 보안법'을 떠올리게 한다.
박래군 위원에 대한 이 가혹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법 적용에 그 수많던 집회 참가자들이 나서 "나를 잡아가라"는 연좌시위라도 해야 할 판이다. 아닌 게 아니라, 한국의 인권을 걱정하는 이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재동 화백, 송경동 시인 등 문화예술인 20명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박래군 위원의 석방을 촉구했다. 또 프랑스에 거주 중인 목수정 작가에 의하면, 최근 프랑스의 한 인권단체 역시 성명서를 냈다.
"지난 7월16일 구속 수감된 박래군은 양심수 석방과 고문 철폐, 최저임금, 비정규직 문제까지 인권의 지평을 넓혀온 한국의 대표적인 인권운동가로 존경받아온 인물이다. 한·프랑스 수교 130년을 기념하는 해가 막 시작되는 지금, 우리는 모든 프랑스의 공공기관들이 박래군에 대한 석방과,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에 대한 수사 중단, 표현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 보장을 한국 정부에 요청해 줄 것을 촉구한다."박래군의 구속과 권력, 법치 그리고 인권 권력이 인권의 우위에 있다. 법치가 인권에 우선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그런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어차피 인권 감수성이 낮은 나라 아니냐고 지레 자포자기를 할 텐가. 그렇지만, 2000년대 이후 높아가던 인권의식이 후퇴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분명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공분'을 즐기고 있다. 헌데, 평소 인권에 대한 의식이 높아져 가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닌 것 같다. 대신 약자에 대한, 사회적 타자에 대한, 소수자에 대한 가학이나 범죄 행위가 적발됐을 때, 공분을 하고 사회적/법적 처벌의 목소리를 드높인다. 거기에 명백하고 파렴치하며 반인권적인 범죄 행위가 적발되면 더 없이 좋다. 소위 '범인'들이 공감할 피해자면 금상첨화다.
돌이켜보면, 수년 전 영화 <도가니> 개봉 이후 '도가니법' 제정이 사회적 의제로 등장했을 때도 다르지 않다. '장애인+아동+성폭력'이란 이 끔찍한 범죄 행위에 대해 국민 여론이 공분으로 들끓었다. 그로부터, 4년 후 '인분교수'가 알려졌다. 그의 악행들을 재론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는 갑자기 '출현'한 괴물이 아니다.
구속 이후엔 "3대 로펌" 운운하고 합의금을 들먹이며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최대한 이용하려 했다. 재력과 권력만 있다면, 제자들을 고용할 수 있고 교수를 만들어 줄 수 있다면, 인권이고 인륜이고 무시해도 좋다는 발상. 그리고 여전히 쏟아지는 분노와 들끓는 여론. 사이코패스형 범죄자라는 분석이 잇따랐다. 사회적으로 그는 명망 있는 교수였고, 무려 새누리당 정책자문위원까지 지낸 인물이다.
공분과 권력 사이에서 보편적 인권이 병들이 간다. 그러나 공분으론 개별 사안의 시정이 가능할 뿐이다. 보편적인 인권 의식의 상향이 필요한 이유다. 그래서, 그 인분교수가 새누리당 정책자문위원이었다는 점은 그야말로 상징적이다. 인분교수 사건이 권력형 범죄에 가까웠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새누리당이 지난 7월 김진태 의원을 당내 인권위원장에 임명하는 일대 사건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인권위원장 김진태, 황교안 총리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