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질타에 곤혹스러운 한민구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지난 4일 발생한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 사건과 관련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유성호
일단, 국방부는 말을 바꿨습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12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의에서 "청와대에 언제 보고했느냐"는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의 질의에 "4일 늦게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가능성이 높다, 그런 것이 보고가 됐고"라고 답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청와대가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를 받고도 5일 일정을 강행한 셈이 됩니다.
그러나 한 장관은 같은 날 오후 권은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문에 "4일 국가안보실에서 대통령에게 지뢰사건 상황보고를 했고 5일에 안보실이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추정된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라고 답합니다.
반나절도 안 돼 말을 바꾼 겁니다. '오락가락' 답변인 만큼 논란은 커졌고 결국 청와대가 직접 나서 추가 해명을 덧붙인 것이죠. 국방부도 같은 날 저녁 해명 자료를 통해 "(한 장관이) 기억에 의존해서 발언하다 보니 실수가 있었다"라며 청와대의 해명에 힘을 실었습니다.
그러나 이를 한 장관의 '실수'로만 보기엔 석연치 않습니다. 당장 여당 의원조차 의문을 제기합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13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그날 사건 직후에 북한이 (지뢰 매설)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것을 보고 안 받아도 군 생활을 그렇게 오래 하신 분이 직감적으로 모를 수 없는 것"이라며 "모른다면 정말 군생활 완전 엉망으로 한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 근거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습니다. 하 의원은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지뢰는 발목지뢰라서 발목만 날아가는데 (부상 입은 군인의) 무릎까지 날아갔다, 이것은 북한 지뢰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사고가 일어난 지형이 우리 쪽에서 북쪽으로 경사가 내려가 있다"라며 "북한 것이 떠내려올 가능성이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즉, 4일 사건 발생 당시 우리 군인의 부상 정도, 지형의 경사도 등만 파악해도 '북한의 의도적인 지뢰 매설'이란 추정을 갖고 있을 수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이 사건 발생 당일 오전 10시께 받은 "DMZ 수색 작전 중 미상의 폭발물 폭발로 우리 군인 2명 부상"이라는 첫 번째 보고는 어떻게 된 것일까요. 물증까지 확보한 뒤 100% 확실한 보고만 올려야 한다는 군 당국의 판단에 따른 것일까요. 아니면 청와대에서 보고 내용을 '각색'한 것일까요.
진위 여부 떠나 안이한 상황대처 꾸짖는 게 맞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