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빠진 사죄와 반성... 아베 '꼼수 담화'

등록 2015.08.14 19:42

수정 2015.08.14 19:42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4일 오후 도쿄 총리관저로 들어가고 있다.연합뉴스

아베 신조 총리가 전후 70년 담화에서 과거 전쟁을 사죄하고 침략과 식민지배 표현을 담았으나 일본의 행동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14일 발표한 전후 70주년 담화, 일명 아베 담화에서 "일본은 지난 전쟁에서의 행동에 대해 그동안 반복적으로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의 마음을 나타내왔다"라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전후 70년을 맞아 전쟁으로 쓰러진 모든 사람들의 영혼 앞에서 깊이 고개를 숙이고 일본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라며 "일본이 아무런 죄가 없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상실과 고통을 안겨줬다는 것이 가슴 아프다"라고 과거 전쟁의 잘못 인정했다.

이어 "일본은 반성과 사죄의 뜻을 행동으로 옮겼다"라며 "인도네시아, 필리핀을 시작으로 동남아시아의 여러 국가들과 아시아 이웃인 한국, 중국, 대만 등의 국민들이 걸어온 고난의 역사를 마음으로 새겼으며 이는 역내 내각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침략과 식민지배를 거론했지만 이를 일본의 행동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담화는 "사변, 침략, 전쟁, 어떤 무력의 위협과 행사도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는 두 번 다시 사용해서는 안 된다"라며 "식민 지배로부터 영원히 결별하고 모든 민족의 자결 권리가 존중받는 세계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관용 덕분에 일본이 전후 국제사회로 복귀하는 것이 가능했다"라며 "일본은 화해를 위해 모든 힘을 다했고, 이를 받아준 모든 국가와 사람들에게 마음속 깊이 감사의 뜻을 나타내고 싶다"라고 전했다.

또한 "일본은 지난 전쟁에서의 깊은 회개와 함께 자유롭고 민주적인 국가를 만들어 법치를 중시하며, 오로지 부전의 맹세를 지켜왔다"라며 "지난 70년간에 걸친 평화국가로서의 행보에 긍지를 느끼며, 앞으로도 귀중히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이제 일본도 전후 태어난 세대가 전체 인구의 8할을 넘고 있다"라며 "과거 전쟁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우리의 아들이나 손자, 그리고 다음 세대에게도 사죄의 숙명을 안겨주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러나 우리 일본인은 세대를 넘어, 과거의 역사를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며 "겸허한 마음으로 과거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미래 세대에 넘겨줘야 할 책임이 있다"라고 밝혔다.

일본의 행동 명시 않는 '물타기'... 진정성 없어

이날 담화 발표에 앞서 아베 총리는 이번 담화를 일본 정부의 공식 견해로 발표하기 위해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만장일치로 각의 결정을 거쳤다. 또한 일부 전망과 달리 침략이나 식민지배, 사죄 등의 표현을 모두 담았다.

그러나 침략이나 식민지배를 일본의 행위로 규정하지 않았고, 사죄도 역대 내각의 입장을 언급하는 '과거형'에 그치면서 한국이나 중국이 원하는 진정한 사죄로 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동북아 정세의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베 총리는 담화에서 일본군 위안부를 간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전장에서 존엄을 깊이 상처받은 여성들이 있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라며 "일본은 21세기를 맞아 여성의 인권이 상처받지 않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 주도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일본이 국제질서에 도전했던 과거를 가슴에 새기고 자유, 민주주의, 인권이라는 기본 가치를 지켜나가며 이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손을 잡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적극적 평화주의' 깃발을 높이 내걸고 전후 80년, 90년, 더 나아가 100년을 향해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더 공헌하는 일본을 국민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가겠다"라고 마쳤다.

아베 담화는 과거 무라야마 담화와 고이즈미 담화의 2배가 넘는 3000자 분량의 내용을 담고 있으며, 일본 정부는 담화의 진의를 국제사회에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영어 번역본을 공표했고, 조만간 한국어와 중국어 번역본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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