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놈 손에 끌려 개돼지 보다 못한 삶 살아"

대전시민 통일한마당,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증언 현장

등록 2015.08.16 17:04수정 2015.08.16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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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강제 징용 피해자 '生生 증언'에 나선 김한수 할아버지(97, 왼쪽)와  오마이뉴스 장재완 기자(오른쪽)
일본 강제 징용 피해자 '生生 증언'에 나선 김한수 할아버지(97, 왼쪽)와 오마이뉴스 장재완 기자(오른쪽)임재근

광복 70돌을 맞아, 대전 지역에서도 여러 행사들이 마련된 가운데, 일본 강제 징용 피해자들의 피 토하는 증언을 듣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14일, 대전시청 북문 건너편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해방에서 통일로'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대전시민 통일한마당'이 바로 그 현장이다.

지금도 복수의 칼날을 품고 살아...

"대한민국의 피 끓는 젊은이들이여. 내 나라 내 민족을 지킨다는 이준 열사와 같은 그런 훌륭한 분을 본받아 이 나라를 강력하게, 더 강한 나라로 성장시켜 힘을 합쳐주길 간절히 바랍니다."

무대에 오른 일본 강제 징용 피해자 김한수 할아버지(97, 대전시 대덕구 와동 거주)의 첫 목소리다. 100세를 앞둔 분의 목소리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우렁차고 정정했다. 1918년에 황해도 연백에서 태어난 김한수 할아버지는 1944년 8월 고향에서 나가사키에 있는 미쓰비시 조선소로 강제 징용 당해 인간 이하의 노예 생활을 강요받았다.

 '통일한마당' 행사에 앞서 자원봉사로 참여한 젊은이들이 평화의 소녀상을 깨끗이 닦고 있다.
'통일한마당' 행사에 앞서 자원봉사로 참여한 젊은이들이 평화의 소녀상을 깨끗이 닦고 있다.임재근

먼저 김한수 할아버지는 강제 징용 당했던 과정과 미쓰비시 조선소에서 했던 강제 노동을 증언했다. 김한수 할아버지는 전시 무기인 항공 모함 제작 과정에 동원됐다. 오늘날 일본에서 미쓰비시가 이처럼 크기 까지는 김한수 할아버지처럼 대가 없이 강제로 끌려간 노동자들의 노동의 대가가 바탕이 된 것이다. 그곳에서의 음식은 상상할 수 없이 비인간적이었다. 증언 대회의 사회를 맡은 오마이뉴스 장재완 기자가 그곳에서 먹었던 음식에 대해 묻자, 김한수 할아버지는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개들한테도 그런 음식을 주지 않습니다. 기름을 짜고 남은 깻묵. 그것도 썩어서 냄새가 납니다. 그것을 닦아서 찝니다. 쪄서 도시락통에 담는데, 그게 푸스럭 푸스럭 해서 기울이면 주르륵 모래와 같이 쏟아집니다."

오마이뉴스 장재완 기자는 그간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인 김한수 할아버지와 최장섭 할아버지의 증언을 기사를 통해 수차례 보도했고 강제 징용 피해 현장을 피해자들과 함께 방문해 보도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 "우리는 인간 이하의 노예생활을 해야 했다").


김한수 할아버지의 증언을 듣던 시민들은 일본의 비인간적인 행태에 탄식을 터트렸다. 이어 김한수 할아버지는 "그들(일본)이 한국인을 끌고 온 것은 일을 시키기 위해서일 뿐"이라며, "한국인이 죽으면 내버리고, 죽지 않게만 하고 일을 시켜 먹었다"고 말했다. 또 "지금도 복수의 칼날을 품고 산다"고 강조했다.

조선소 공장에서 일하던 중 1945년 8월 9일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 폭탄으로 원폭 피해를 당한 일을 김한수 할아버지가 말할 때는 증언을 듣던 시민들이 한층 더 숙연해졌다. 일본이 중국인이나 미국 포로들을 강제로 일을 시킨 것은 잘못이지만, '일본의 식민지였던 조선 사람들의 경우는 경우가 다르다'며 사과를 거부한 사실에 대해 생각을 묻자 강제 징용 피해 당사자인 김한수 할아버지는 "가슴이 메어져 차마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며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대신 젊은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당부의 말을 전했다.


"왜놈의 악독한 손에 끌려가서 개나 돼지도 먹지 않는 음식을 먹어가며 강요 당했던 피폭자의 한 사람으로서 여러분에게 간절히 호소하고 싶은 말씀은 내 나라 방어는 내 힘으로라는 기본 정신을 잊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준 열사와 같은 그런 분과 같이 국권을 훼손당했을 때에는 배를 갈라 피를 뿜을 수 있는 그런 용맹스럽고, 자랑스러운 젊은이가 되어주면 감사하겠습니다."

 일본 강제 징용 피해자 김한수 할아버지(97세)가 무대에 올라 증언을 하고 있다. 증언은 마치고 무대를 내려간 김한수 할아버지는 못다 한 말이 있다며 자리에서 마이크를 청했다.
일본 강제 징용 피해자 김한수 할아버지(97세)가 무대에 올라 증언을 하고 있다. 증언은 마치고 무대를 내려간 김한수 할아버지는 못다 한 말이 있다며 자리에서 마이크를 청했다.임재근

강제징용 지옥섬을 관광지로? "일본은 죄 받아야 마땅"

김한수 할아버지에 이어 증언의 무대에 오른 분은 지옥의 섬 하시마(일명 군함도)에 끌려가 석탄을 캐는 강제 노동에 징용됐던 최장섭 할아버지(87, 동구 판암동 거주)였다. 16살의 어린 나이로 1943년에 하시마 섬의 탄광에 끌려간 최장섭 할아버지는 그곳에서의 2년 10개월간의 탄광 생활을 '철창 없는 감옥 생활'로 표현했다. 최장섭 할아버지의 아버지도 국내로 강제 징용 당했다가 손가락이 잘려 돌아왔고, 아버지 대신 형님을 강제 징용하려 하자 형님이 달아나 16살 막내였던 최장섭 할아버지가 일본 강제 징용에 끌려갔다고 한다.

증언을 들은 이충현 학생(고등학교 2학년생)은 "일본 강제 징용 피해자들의 증언을 듣고 느낀 점이 많았다"며, "그때 당시 끔찍했던 사실과 피해자에 대한 연민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이 학생은 "일본도 나쁘지만 친일파가 더 나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장섭 할아버지는 강제 징용 당했던 하시마 섬의 해저 1000m 깊이의 탄광에서 가장 끝인 '막장'에서 일했다. 최장섭 할아버지는 그곳에서의 삶을 "(탄광 속 고열로) 겨울, 여름 없이 팬티하나 차고 살아왔다"며 "(하시마 섬은) 사방이 바다여서 도망갈 데 없지만, 목숨 걸고 바다에 몸을 던질 만큼 하루하루가 지겨운 나날"이었다고 회고했다.

 일본 강제 징용 피해자 최장섭 할아버지(87세)가 무대에 올라 증언을 하고 있다.
일본 강제 징용 피해자 최장섭 할아버지(87세)가 무대에 올라 증언을 하고 있다.임재근

최장섭 할아버지는 탄광에서 일하던 중 쏟아진 돌에 깔려 다치기도 했다. 다행히 최장섭 할아버지는 살아서 고국으로 돌아 왔지만, 돌아오지 못하거나, 죽은 경우도 많았다.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할아버지의 증언을 조용히 경청했고, 고된 강제 징용 생활을 들을 때는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일본이 하시마 섬을 유네스코 문화제로 등록한 것에 대해 최장섭 할아버지는 "일본이 우리 (강제 징용)노동자들에게는 묻지도 안 하고 관광지를 만든다는 것은 죄 받아야 마땅하다"며 일본을 강하게 비난했다.

증언을 들은 김희정 시인는 "그 분(강제 징용 피해자)들의 지옥 같은 곳에서의 경험과 삶을 어찌 짧은 시간 내에, 그것도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라고 말하면서도 "할아버지들은 울분을 터트리지만, 그것이 연민으로 그치지는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역사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젊은 사람에게 할아버지들의 피 토하는 증언들을 역사 의식으로 발전시키기 어려운 현실이 너무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일본 사죄 받아내야

 마당극단 '좋다'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주제로 한 극공연 '나비의 꿈'을 선보였다.
마당극단 '좋다'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주제로 한 극공연 '나비의 꿈'을 선보였다.임재근

증언은 마치고 무대를 내려간 김한수 할아버지는 못다 한 말이 있다며 자리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일본 아베 총리가 '미국하고 중국하고는 사죄를 하되, 한국은 일단 논하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우리 대한민국 정부에서는 도대체 뭐하고 있습니까? 그 말을 듣고서 일본에게 항의 문구하나 써 보내지 못하고... 우리 국민이 못 먹고, 못 입고 모아서 보내는 혈세만 받아먹고 그 자리에서 앉아서 국회의원이다, 국무의원이다 이러고 있는 겁니까?"

김한수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공원에 쩌렁쩌렁 울렸고, 참가자들은 박수로 환호했다.

지난 14일은 광복절을 하루 앞둔 날이기도 하지만, 일본에 의해 강제로 끌려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이기도 하다. '평화나비대전행동' 관계자는 "지난 3월 1일 평화의 소녀상 제막 이후, 8.15 광복절과 위안부 기림일을 맞아 소녀상 앞에서 뜻 깊은 통일한마당 행사를 개최하게 되었다"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다음 달 9일부터 매달 둘째 주 수요일에 대전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수요 집회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강제 징용 문제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더불어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반드시 받아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통일한마당 행사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대전 시민과 함께 광복 70돌을 축하하고, 현재적 의미를 되새겨 보고자 '광복70돌 6.15공동선언 발표 15돌 민족공동행사 대전준비위원회'와 '평화나비대전행동'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이 행사에서는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들의 증언과 더불어 여러 공연과 전시가 마련되었다. 이날 행사에는 대전 시민 300여 명이 참여했고, 마지막은 시민대합창으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함께 불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통일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광복70돌 #김한수 #최장섭 #일본 강제 징용 #평화의소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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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교육연구소장(북한학 박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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