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죽이려는 호앙 미로의 시도

[유럽 패키지 여행 ② 베네룩스 3국] 5) 암스테르담 국립박물관

등록 2015.08.20 18:44수정 2015.08.20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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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엄 샵 유리벽에 그려진 헬스트(Helst)의 그림:
시민군의 승리를 축하하는 만찬
뮤지엄 샵 유리벽에 그려진 헬스트(Helst)의 그림: 시민군의 승리를 축하하는 만찬이상기

점심을 먹고 나서 우리는 다이아몬드 박물관을 찾아 간다. 그런데 이번에도 버스 기사가 박물관을 찾지 못해 헤맨다. 현장에 도착해 보니 박물관 광장 서쪽에 있었다. 국립박물관(Rijksmuseum) 바로 앞이나 마찬가지다. 도대체 가이드나 운전사가 암스테르담의 상징인 박물관 광장을 모른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곳은 담 광장과 함께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버스를 내린 나와 아내는 다이아몬드 박물관으로 가지 않고 국립박물관으로 향한다. 국립박물관에 있는 렘브란트(Rembrandt van Rijn)와 베르메르(Johannes Vermeer)의 작품들을 볼 생각으로. 우선 박물관 광장에 있는 뮤지엄 샵에서 책들을 살펴본다. 그리고 <국립박물관 콜렉션 250선>이라는 책을 하나 산다. 그 외 기념품들이 많이 있지만 내 눈에는 책 밖에 들어오질 않는다.


 호앙 미로의 '달새'
호앙 미로의 '달새'이상기

뮤지엄 샵을 나와 박물관으로 가는데 오른쪽 정원에 여러 개의 조형물들이 보인다. 자세히 살펴보니 호앙 미로(Joan Miró)의 작품들이다. 이걸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본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6월 19일부터 10월 11일까지 호앙 미로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만든 21개 작품으로, 유럽 각국 박물관과 개인 소장자로부터 임대해 온 것이다.

암스테르담에서 호앙 미로의 만년 조소 작품들을 만나다니 행운도 이런 행운이 없다. 우리는 먼저 분수정원 쪽으로 간다. 첫 눈에 들어오는 작품이 높이가 4m나 되는 달새(Oiseau lunaire)다. 달에 사는 새라는 뜻일까? 새로도 볼 수 있지만 소로도 보인다. 두 번째 만난 작품은 해에 사는 불새((Oiseau solaire)다. 파리 르롱(Lelong)미술관에 있는 것으로 1966년 만들어졌다. 달새보다는 훨씬 단순하다.

 세바당의 어린 소녀
세바당의 어린 소녀이상기

세 번째 만난 작품은 박물관 앞 연못에 있는 세바당의 어린 소녀(Jeune fille S'Évadant)이다. 앞의 두 작품과 달리 인체의 특징을 호리호리하게 형상화했다. 상체가 기계복제시대의 산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검은색이 아닌 유채색으로 화려하게 표현했다. 1967년 작품으로 프랑스 생-폴-드-방스 매기트(Maeght) 재단에서 빌려왔다.

네 번째 작품과 다섯 번째 작품도 분수정원에 있다. 하나는 서 있는 여자(Femme Debout)로 1969년 작품이다. 가슴에 드러난 두 개의 젖가슴을 통해 여자임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은 마요르카 섬의 팔마에 있는 미로 상속재단 것이다. 다른 하나는 1969년 작품으로 인물(Personnage)이다. 이 작품 역시 생-폴-드-방스에 있던 것이다.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서는


 델프트 도자기
델프트 도자기이상기

이들을 보고 우리는 박물관 안으로 들어간다. 우선 안내데스크 가 박물관 안내자료와 유물배치도를 받는다. 그 중 '박물관을 보는 재미있는 방법'이라는 팸플릿이 눈길을 끈다. 박물관은 4층으로 이루어져 있고, 13세기부터 20세기까지 작품 8000점 정도가 전시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그것을 하루 종일 봐도 다 볼 수가 없다. 그래서 그 중 중요한 것만 보도록 길을 안내한 것이다.

팜플릿에는 3층의 1950~2000년 작품이 생략돼 있다. 바로 2층으로 가서 1600~1700년 바로크 작품을 보도록 권하고 있다. 이곳에는 렘브란트와 베르베르의 유명한 그림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야경(Nachtwacht)'과 '우유를 따르는 하녀(Het melkmeisje)'다. 여기서 더 보기를 권하는 것은 델프트 도자기다. 델프트 도자기는 16세기부터 생산된 청자로, 독일의 마이센 도자기와 함께 유럽을 대표한다. 2층의 대표적인 작품만 보는데 45분쯤 걸린다고 한다.


 암스테르담 국립박물관
암스테르담 국립박물관이상기

그리고는 1층은 생략하도록 되어 있다. 1층에는 1700, 1800년대 작품이 있는데, 1800년대 중반까지와 1800년대 후반으로 나눌 수 있다. 네덜란드는 1700년대까지 경제가 가장 번성했다. 이곳에 이 시대 예술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이 시대는 예술사적으로 로코코에서 낭만주의에 해당한다. 그리고 1800년대 후반 예술가인 가브리엘, 브라이트너, 반 고흐의 작품도 있다.

0층은 봐야할 것이 많아 1시간 보도록 되어 있다. 이곳에는 도자기, 패션, 무기, 배와 같은 특별한 소장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1100-1600년 유럽의 예술품이 있다. 조금 떨어진 공간에는 아시아관이 있다. 이 중 특별 소장품관에서 30분, 1600년 이전 유럽관에서 30분을 보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옮겨 다니는 시간을 포함, 최소 2시간 정도는 소요된다는 얘기다. 

 호앙 미로의 인물
호앙 미로의 인물이상기

그곳에서 나는 정원에서 보고 온 미로 작품에 대한 팸플릿도 하나 얻을 수 있었다. '정원의 미로Miró in de tuinen)'라는 안내 팸플릿이다. 그곳에 보니 이곳 실내와 정원에 우리가 아직도 보지 못한 미로 작품이 십여 점이나 더 있었다. 가이드로부터 얻은 시간이 1시간도 안 되는데, 렘브란트와 베르메르, 델프트 도자기, 고야와 고흐, 프라 안젤리코 작품 정도 찾아다니면 끝날 것 같다.

우리는 내부 관람을 포기하고 여유 있게 호앙 미로의 작품을 더 보고, 박물관 앞 광장에서 남은 시간을 보내기로 결정한다. 그래서 먼저 박물관 내부에 있는 호앙 미로의 작품을 찾아본다. 하나는 인물로 1974년 작품이다. 정원에서 본 인물보다는 볼륨감이 있다. 검은 바탕에 빨간색과 파란색을 써 인상적이다. 이것은 바르셀로나 카익사(La Kaixa)현대예술 콜렉션에서 왔다. 또 하나는 달새로 1966년 작품이다. 정원에서 본 달새와 거의 같다.

 인간의 고통을 잘 표현한 라오콘
인간의 고통을 잘 표현한 라오콘이상기

그리고 박물관 내부 전시관 입구에 그리스 시대 조형물 복제본이 있다. 바티칸 박물관에서 본 라오콘(Laokoon)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서양의 미술사가들이 인간의 고통을 가장 잘 표현했다고 하는 작품이다. 두 번째로 아폴로와 디오니소스로 보이는 두 남자가 어깨와 몸통을 잡고 있다. 원형이 어떤 작품인지 알 수 없다. 세 번째 작품은 사슴을 사냥하는 디아나(Diana)의 모습이다. 디아나는 그리스 신화의 아르테미스로 사냥의 여신이다.

호앙 미로의 예술관

국립박물관 주변 동서남북 사방에 미로의 작품을 분산 배치했다. 이곳에는 역시 1960년대부터 1983년까지 말년의 조소작품이 있다. 미로는 20세기를 살아온 대표적인 모더니스트 예술가다. 초창기 야수파, 신비적 사실주의, 초현실주의적 경향을 보였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 전위파 예술가다. 그는 회화의 2차원성, 조각의 3차원성을 초월하려고 시도했다. 평론가들은 그러한 시도를 회화의 살해(assassination of painting)라고 말한다. 

 미로의 불새
미로의 불새이상기

"스펙터클한 하늘이 나를 압도한다. 거대한 하늘, 달 그리고 태양을 바라 볼 때 나는 압도된다. 나의 그림 속에는 텅 빈 거대한 공간 속에 작은 형태들이 있을 뿐이다. 공간, 지평선, 들판 등이 텅 비어 있다. 아무 것도 없는 그것이 늘 나에게 깊은 인상을 준다." - 호앙 미로

그 때문에 그는 만년에 해와 달에 집착했다. 앞에 보여준 불새, 달새 등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그는 마지막 몇 해 동안 가스 또는 안개로 만드는 건축, 4차원의 회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번 암스테르담 국립박물관 야외전시가 60년대부터 80년대 초까지 호앙 미로의 예술성을 이해하는데 가장 좋은 전시가 될 것 같다.

I amsterdam

 I amsterdam
I amsterdam이상기

미로의 작품을 보고 아내와 나는 박물관 광장으로 나간다. 이곳에는 I amsterdam이라는 커다란 글자 간판이 세워져 있다. '나는 암스테르담이다'라는 뜻을 가진 도시 브랜드다. 사람들은 이 간판에 올라가기도 하고, 뛰어내리기도 하고, 사진도 찍으면서 논다. 우리 같으면 올라가는 것을 막을 텐데, 자유분방한 나라답게 그 모든 것을 허용하고 있다.

우리도 그들과 마찬가지로 광장에서의 자유를 만끽한다. 광장 가운데는 연못이 있다. 연못 안에는 커다란 마스코트 둘이 서로를 잡고 의지하고 있다. 이들 모습이 물에 비쳐 멋진 장면을 연출한다. 이곳에는 또 박물관 건물이 반사되어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사람들은 연못 주변에 둘러앉아 쉬기도 하면서 여유를 즐긴다.

 시티 투어를 위한 바이크 택시
시티 투어를 위한 바이크 택시이상기

연못의 남쪽에는 또 꽃 화분을 갖다 놓아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만들었다. 우리 부부도 오래간만에 이곳에서 포즈를 취한다. 이 연못은 겨울에 스케이트장으로 활용된다고 한다. 연못 주변에는 동물상을 남북으로 배치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아트 퍼레이드(art parade)란 이름으로.

이곳에는 또 시티투어를 위한 바이크 택시(bike-taxi)도 보인다. 자전거와 택시를 결합한 개념의 운송수단으로, 이걸 타고 시내 중요관광지를 돌아볼 수 있다. 역시 암스테르담은 자유분방한 도시답게 아이디어도 무궁무진하다. 이게 바로 네덜란드가 독일, 프랑스, 영국 같은 나라보다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앞서갈 수 있는 비결이다. 바로 개방적이고 진보적 사고 말이다.
#암스테르담 #국립박물관 #렘브란트와 베르메르 #호앙 미로 #I AMSTERD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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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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