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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와영희
한국 사회는 '민주 선거'를 치르기는 하지만 아직 '민주 사회'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민주 사회가 아닌 '군사독재 사회'였을 무렵 수많은 사람들이 민주 사회를 이루려고 온몸을 바쳤습니다.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민주 사회를 꿈꾸면서 군사독재와 맞섰고, 함께 어깨동무하면서 웃음꽃을 피우는 민주 사회를 바라면서 모든 전쟁과 맞섰어요.
함석헌의 저항은 민족의 독립과 민주주의, 평화 통일을 위한 것이었고, 수단은 비폭력 무저항의 방법이었어요. 그의 삶은 이 땅의 주인인 민중(씨알)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투쟁의 길이었고, 그 과정에서 숱한 탄압과 고난이 따랐지만 개의치 않았어요. (24쪽)송건호는 어째서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는지, 왜 학교에서는 일본 학생들이 우대받고 한국 학생들은 차별을 당하는지 자각하기 시작합니다. 교사나 선배들의 가르침이 아니라 스스로 깨우친 것입니다. (38쪽)김삼웅님이 청소년한테 들려주는 책으로 쓴 <10대와 통하는 민주화운동가 이야기>(철수와영희, 2015)를 읽습니다. 민주화운동가 이야기는 말 그대로 '민주화운동'에 몸을 바친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한국 사회가 민주 사회가 아니었기에, 이 나라에 민주라고 하는 씨앗을 심으려고 애쓴 사람들 이야기요, 이 땅에 민주라는 바람이 불도록 힘쓴 사람들 이야기이며, 한국뿐 아니라 이웃한 여러 나라에서 민주라는 꿈이 자라도록 온마음을 바친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갓 일학년이던 김남주는 광주일고도 시위(1965년 한일회담 반대 시위)에 동참하게 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하였어요. 하지만 당시 학생들은 그저 일류 대학 진학에만 몰두하여 뒷짐만 지고 움직이지 않았어요. 그 바람에 김남주는 명색이 일제시대 광주 학생 운동 선봉대였던 광주고등보통학교에 뿌리를 둔 광주일고가 그 모양이라는 데 지독한 배신감을 느꼈지요. (58쪽) '민주(民主)'라고 하는 한자말은 "사람 + 임자"를 나타냅니다. 사람이 스스로 임자라는 뜻을 가리킵니다. 제도도 법도 권력도 전쟁도 늘 사람을 아끼고 섬겨야 한다는 뜻을 드러냅니다. 교육도 문화도 정치도 경제도 언제나 사람을 사랑하면서 우러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을 밝히지요.
그러면, 한국 사회는 왜 민주 사회하고 동떨어졌을까요? 가까운 지난날을 돌아보면, 군사독재 정권이 으르렁거렸습니다. 군사독재 정권은 꽤 오랫동안 으르렁거리면서 총칼과 군홧발로 사람들을 찍어 눌렀습니다. 평화나 평등이나 통일을 바라는 목소리는 모두 짓밟던 군사독재였어요.
군사독재 정권이 있기 앞서는 일제강점기에 친일부역을 했던 이들이 서슬 퍼렇게 권력을 휘둘렀습니다. 비록 일제강점기에서 풀려났다고 하더라도 친일부역자가 외려 떵떵거리면서 온갖 권력을 부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