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무궁화브리엔츠 호수 마을에서 만난 무궁화가 활짝 웃고 있다
임재만
마을 속에 있는 교회를 지나 호숫가로 내려갔다. 그곳에는 조그만 한 선착장과 식당이 있다. 호수 건너편에는 요트도 있고 파라솔도 보인다. 휴양지가 아닌가 싶다. 끝이 보이지 않는 호수 위로 유람선은 어디론가 향해 멀어져가고 있다. 유람선을 따라 물끄러미 호수를 바라보았다. 맑은 호수에는 산 그림자가 길게 드러누워 있고, 산 위로는 뭉게구름이 어디론가 한가롭게 흘러가고 있다. 참으로 목가적인 풍경이 아닐 수 없다.
한참을 넋을 놓고 바라보다 보니 벌써 점심 때가 되었다. 선착장에 있는 식당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버스 정류장으로 나왔다. 정류장에는 마을 청년이 앉아 있었는데, 이어폰을 귀에다 꽂고 무언가를 열심히 듣고 있다. 말도 없고 표정도 참 진지하다. 버스가 몇 시에 있냐고 물어 보려다 그냥 참고 말았다.
마을에서 버스를 타고 다시 동부 역으로 갔다. 기차를 타고 체르마트로 가기 위함이다. 체르마트로 가기 위해서는 기차를 두 번 갈아타야 한다. 스피치와 비스프 역이라는 곳에서 말이다. 인터라켄 동 부역에서 오후 한 시가 넘어 출발했다. 기차는 호숫가를 달리는가 싶더니 30분도 채 안 되어 스피치 역에 도착한다. 스피치는 여러 철로가 있는 제법 큰 역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스피치에서 내리고, 잠시 기다리자 비스프로 가는 기차가 플랫폼으로 쑥 들어온다. 비스프로 가는 열차는 1분도 지체하지 않고 사람들을 모두 태우고 곧장 출발한다.
이제 호수도 없고 만년설도 보이지 않는다. 산언덕에 있는 집들과 산들이 보일 뿐이다. 한 시간 정도 달렸을까? 다시 사람들이 내릴 준비를 한다. 비스프 역이다. 비스프에서 다시 갈아타고 체르마트로 달린다. 계곡도 나타나고 산세도 점점 험해진다. 그런데 차 안이 너무 춥다. 배낭에서 긴 옷을 꺼내 입었다. 그래도 춥다.
차안을 지나가는 차장에게 말했더니 화장실 근처에 있는 곳으로 가 무언가를 열심히 만지 작 거린다. 그러더니 에어컨 온도 조작이 잘 안 된다며 다른 칸으로 옮겨 보란다. 배낭을 들고 다른 칸으로 가 보았다. 온도가 딱 맞는다. 차장은 다가와서 어떠냐고 다시 물어 본다. "굿"이라 했더니 씩 웃음을 보이며 다음 칸으로 사라진다. 고객의 불편함에 정성을 다하는 역무원의 모습에서 고마움까지 느끼게 된다.
체르마트로 가는 길에는 가끔씩 산 위로 올라가는 케이블카가 보인다. 스위스에는 곳곳에 케이블카가 많이 설치되어 있다. 높은 산이 많아 교통이 불편하기 때문일 것이다. 산비탈에는 포도밭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산 빛도 검어지고 계곡도 점점 깊어진다. 마치 강원도 탄광촌을 찾아가는 느낌이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과연 무슨 일을 하며 살까? 생활이 많이 궁핍해 보인다. 초원도 거의 없고 산비탈에 밭도 많지가 않다. 그렇다고 광산도 보이지 않는다. 스위스에선 제일 오지가 아닌가 싶다.
산에는 나무도 없고 거의 바위들로만 되어 있다. 바위는 풍화가 많이 진행되었는지 자갈도 많고 푸석푸석해 보인다. 큰 비리도 내리면 금방이라도 "우르르" 무너져 내릴 것 같다. 짙은 갈색의 집들이 많아지는가 싶더니 곧 체르마트에 도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