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즐겁게 아끼고, 꽃내음 함께 맡으며, 어디로든 자전거로 나란히 달리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시는 늘 저절로 샘솟는다고 느낍니다. 즐겁게 삶을 지으면서 동시도 노래도 함께 부릅니다.
최종규
아이는 별꽃을 바라보면서 나비하고 노는데, 어머니와 아버지는 자동차를 몹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자동차를 모느라 아이를 쳐다볼 겨를이 없습니다. 자동차를 몰면서 옆이나 뒤를 돌아볼 사람은 없어요. 말이 안 되지요. 자동차를 싱싱 몰다가 옆을 보면 어찌 되겠어요? 큰일이 나지요.
그렇다고 자가용을 모는 일이 '나쁘다'는 뜻이 아닙니다. 자가용을 모는 어버이는 그만큼 아이 얼굴을 또렷이 쳐다볼 겨를이 없다는 뜻입니다. 자가용을 모느라 다른 자동차와 길알림판과 찻길 따위를 살피느라, 막상 아이가 어떤 눈빛이요 몸짓이며 마음인가를 살필 틈이 없다는 뜻입니다.
박일환님은 '엄마 얼굴이 빨개졌다'라든지 '세상에서 가장 빠른 건?'처럼 재미난 동시를 씁니다. 비록 자동차를 몰 적에 어버이는 아이하고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우지 못하지만, 이런 삶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아요. 어머니는 얼굴이 벌개지고, 아버지는 아이가 잘 자도록 하면서 시골집까지 잘 왔구나 싶어 마음을 놓는 이야기를 찬찬히 잘 들려줍니다.
모기가 / 팔뚝을 물었다. // 빨갛게 / 솟아오른 자리에 // 할머니가 / 침을 발라 주셨다. // 모기 주둥이처럼 / 내 입이 / 삐죽 튀어나왔다. (모기 주둥이)'모기 주둥이' 같은 동시도 재미있지요. 할머니를 몹시 사랑하고 좋아해서 '할머니 침이 묻은 밥'도 아무렇지 않게 먹을 아이가 있을 테고, 모기 물린 자리에 할머니가 침을 바르면 징그럽거나 싫다고 여길 아이가 있을 테지요. 이래서 좋고 저래서 나쁘지 않습니다. 아이들마다 다 다른 곳에서 다 다른 것을 보면서 자라기 때문에, 그저 다 다른 모습일 뿐입니다.
다만, 이럴 때에, 그러니까 아이하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만날 적에, 어머니나 아버지도 곁에 있기를 바라요. 할머니 할아버지가 슬기롭게 아이한테 사랑을 물려주시겠지만, 어머니나 아버지도 할머니 할아버지 곁에서 '할머니 할아버지 사랑'을 새삼스레 느끼면서 새롭게 받아들이고, 또 아이한테 살가운 징검다리 구실을 할 수 있으면 한결 아름다우리라 느낍니다. 이러한 삶이 되면, 동시도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날 만하겠지요.
그나저나, "파란 고추는 익으면 / 빨간 고추가 되고 // 파란 사과도 익으면 / 빨간 사과가 되는데 // 파란 수박은 아무리 익어도 / 파란 수박인걸(엉큼한 수박)." 같은 이야기가 흐르는 동시는 좀 아쉽습니다. 풋고추나 풋능금은 '푸른 빛깔'입니다. 풀빛입니다. '파란 빛깔'이 아니지요. 더더구나 수박을 놓고 "파란 수박"이라고 하다니요.
"새파란 보리싹"처럼 쓰기도 합니다만, 오늘날 아이들은 시골에서 거의 안 살 뿐 아니라, 시골일조차 제대로 모릅니다. 먼 옛날에 누구나 시골에서 나고 자라면서 시골일을 하던 때라면 "새파란 보리싹"이라 말해도 다 알아듣습니다만, 요즈음 도시 아이들을 헤아린다면, 또 도시에서 가게에서나 고추랑 능금이랑 수박을 볼 아이들을 헤아린다면, 고추도 능금도 수박도 '푸른'이라는 말을 붙여서 나타내야 올바릅니다.
엄마한테 빗자루로 맞은 날
박일환 지음, 오윤화 그림,
창비,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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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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