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xbay
그렇다면, 본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한 기억은 해마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최근 학자들의 연구결과를 보면, 이는 단순히 기억력이 좋고 나쁘고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즉 기억력이 좋은 사람들은 한번 본 사람을 끝까지 잘 알아보고, 기억력이 나쁜 사람은 잘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본 듯, 보지 않은 듯한 기억 현상은 해마 속에 있는 최소한 두 개의 특정 부위가 서로 경쟁을 한 결과 빚어진 현상이라는 게 최신 연구결과이다. 두 개 부위란 다름 아닌 해마의 '톱니 융기 부위'(dentate gyrus)와 'CA3' 부위로 이들이 저마다의 '역할'을 '고수'하기 때문에 본 듯, 보지 않은 듯한 일이 생긴다는 것이다.
톱니 융기 부위는 뇌에 어떤 자극이 주어지면, 즉 사람이 어떤 사물을 목격하거나 할 경우 이를 자동적으로 '새로운' 정보로 인식한다. 다소 과장되게 단순화하면, 매일 보는 아내 혹은 남편이나 자식도 톱니 융기 부위는 새로운 사람으로 일단은 인식한다는 뜻이다.
반면 CA3는 기존의 정보와 비교해 그 차이를 최소화하는 일을 담당한다. 예를 들어, 아내가 헤어 스타일을 약간만 바꿨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남편의 톱니 융기 부위는 일단 새로운 사람으로 아내를 판단한다. 하지만 동시에 CA3는 헤어 스타일의 미미한 변화에 불과할 뿐,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의 아내임을 확인한다.
CA3의 이런 작동방식을 감안하면, 본 듯 보지 않은 듯한 사물 혹은 사람은 CA3의 인식범위 경계를 넘어설 듯 말 듯한 기억의 대상으로 유추할 수 있다. 실제 처음 대하는 사물 혹은 상황이지만, 마치 과거에 경험해 본 듯한 경우가 있다. 이른바 데자뷔다. 학자들은 데자뷔 역시 CA3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CA3는 오묘하기 짝이 없는 인간 두뇌의 특징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부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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