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상윤 신임 미디어협동조합-국민TV 이사장
이영광
지난해 KBS에서 정년퇴직한 현상윤 PD가 미디어협동조합-국민TV(이하 <국민TV>)의 이사장에 선임되었다. <국민TV>는 지난 8월 29일 열린 임시 대의원 대회에서 현 PD를 경영부문 이사에 선출했다. 곧이어 열린 이사회에서 대의원 132명 중 104명의 동의를 얻어 이사장에 선임했다.
1985년 PD로 KBS에 입사한 현 신임 이사장은 1999년 KBS 노조위원장과 2002~2004년까지 전국 언론노조 수석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KBS에서 정년퇴임한 후엔 새언론포럼에서 회장을 맡아 활동했다.
지난 2일 합정동에 위치한 웰빙빌딩 내의 국민 카페에서 현 신임 이사장을 만나 이사장 선출 소감과 함께 <국민TV>의 현안들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현 신임 이사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지난달 29일 <국민TV> 이사장으로 선출되셨는데 소감 부탁드립니다."먼저 큰 책임을 맡겨준 대의원님들과 미디어협동조합원님들께 감사드려요. 제가 미디어협동조합에 주어진 시대적 소명을 잘해낼 수 있을까란 생각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 대의원들이 현 이사장을 선택한 이유, 뭐라고 보시나요?"2012년 대선으로 많은 사람이 권력과 자본에 포섭된 언론의 진면목을 새삼 느끼게 되었잖아요. 그때 좌절하고 절망하던 사람들에게 미디어협동조합의 깃발이 새로운 희망으로 다가온 것이죠. 2만 8천 명이라는 많은 깨어있는 분들이 모여서 그렇게 <국민TV>를 세웠지만 2년도 채 안 돼 리더십의 분열과 반목으로 점점 초라해지는 <국민TV>를 보며 '이대로는 안 되겠다. 새로운 혁신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봅니다."
"<국민TV> 설립 초기에는 무리한 발상이라고 생각해서 걱정 많았다"- 이전에 <국민TV>를 어떻게 생각하셨나요?"저는 지난해 KBS에서 정년퇴직한 후 언론시민운동을 한다고 분주하게 돌아다니느라 <국민TV>의 복잡한 내부사정에 대해서는 깊이 알지 못했어요. <국민TV>가 좀 폐쇄적인 탓도 있었죠. 설립 초기에는 무리한 발상이라고 생각해서 많은 걱정을 했어요.
그러나 노종면과 김용민이라는 걸출한 스타들 덕에 초기에는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어요. 하지만 금세 체력이 소진되기 시작했고 특히 JTBC와 뉴스 시간대가 겹치면서 큰 타격을 받았어요. 노종면의 퇴출로 '뭔가 내부에서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구나'란 짐작은 했지만, 세부적인 내용은 전혀 몰랐습니다."
- 들어와 보니 어땠나요?"최근 언론 시민 단체 내에 <국민TV> 공대위가 생기면서 내부의 반목과 분열상, 그리고 심각한 재정위기 상황 등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됐어요.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온·오프라인으로 조직된 2만8천 명이라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열정이 <국민TV>를 지탱하는 커다란 원동력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단순히 돈 만 원 내시는 후원자라는 소극적 참여자가 아니더라고요.
미디어협동조합이라는 생활 문화 공동체를 통해 오염되지 않은 맑은 정보를 생산해 공급하고 자본주의 병폐를 협동조합적인 삶의 공동체를 통해서 극복하고자 하는 분들의 조직이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라는 사실을 최근에 깨닫게 되었죠."
- 이사장 출마는 어떻게 나서게 되었나요?"지난 7월 28일 언론단체대표자회의가 소집돼 <국민TV>노조원들 얘기를 처음 들었어요. 프리랜서라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노조에 가입돼 있다는 이유로 '노조 아님' 통보를 받았다는 얘기에. 어떻게 대안매체라는 국민TV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놀랐어요.
그래서 이런 일은 바로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공대위가 구성되어 경영진의 얘기도 청취하고 중재안도 제시했는데 경영진에게 퇴짜를 맞으면서 밖에서의 노력은 한계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자연히 공대위 내에서 동아투위 선배님들께 나서달라고 간청을 하게 됐죠, 대안언론의 소중한 실험이 또 하나의 좌절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이죠. 그러나 오히려 그분들은 오히려 제가 나서줄 것을 권유하시더라고요.
자유언론을 위해 40년을 투쟁해온 선배님들의 제대로 된 언론에 대한 염원이 내재한 권고를 쉽게 내칠 수 없었습니다. 또한, <국민TV>라는 소중한 사회적 자산을 통해 더욱 큰일을 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욕심도 생겨서 출사표를 내게 되었죠."
- 권유받았을 때 부담스럽진 않았어요?"생각했던 것보다 갈등의 깊이가 깊고 재정상황도 아주 안 좋더라고요. 상황이 어려울 때 제가 저에게 맡겨진 역할을 잘하면 돋보이지 않겠어요? 출마를 결심하고 선거일 열흘 정도 기간 동안 거의 잠을 안 자고 게시판을 통해 조합원분들과 소통을 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조합원님들의 선택을 받아 이사장의 중책을 맡게 됐습니다. 당연히 보답해야죠. 제가 할 일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먼저 갈라진 마음을 하나로 끌어모아 2만8천여 조합원들의 공동체를 강화하는 일입니다. 또 하나는 <국민TV>에 가장 적합한 방송이 무엇인가 찾아내서 많은 시민과 함께 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