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심규상
지난달 29일은 한일병합조약(韓日倂合條約)이 체결된 국치일이었다. 이날을 기준으로 대한제국은 결국 일본 제국에 강제 편입됐다. 35년간 이어진 일제 강점기가 시작됐다.
김삼웅 전 독립관장은 7일 오전 충남연구원(원장 강현수, CNI) 대회의실에서 '광복 70주년의 정언명령(定言命令)'을 주제로 한 특강에서 "1910년 8월 22일에 이미 조약을 조인해 놓았다"며 "그런데도 왜 일주일이 지난 29일에 발표했는지 아느냐"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청나라 량치차오의 글을 보니'(대한제국 정부가) 순종의 즉위 4주년 기념일을 맞아 축하연을 연 뒤 발표하겠다'고 일본에 청해 발표가 미뤄진 것"이라며 "그의 글을 보면 '축하연에서 신하들이 몰려들어 평상시처럼 즐겨 세계 각국의 무릇 혈기 있는 자들은 한국 군신들의 달관한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적혀있다"고 소개했다.
국권침탈 발표 앞두고 희희낙락한 조선 대신들국권침탈 발표를 앞두고도 순종 즉위 4주년 기념연회를 하며 희희낙락하는 조선 대신들의 모습은 그간 알려진 사실과도 사뭇 다르다. 김 전 관장은 "조약 체결에 협조했던 대신 70여 명이 일제로부터 작위를 받았고, 721명의 전국 유림 대표들이 은사금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독립운동과 관련 "이후 의병운동, 실력양성론, 무장투쟁론, 계급투쟁론 등 다양한 독립운동이 전개됐다"며 "이렇게 다기 다양한 방법으로 독립운동을 벌인 것은 다른 나라 역사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 중에서도 의열투쟁이 가장 위력적이고 효과적이었다"며 "실제 영화 <암살>에 등장하는 의열단장 김원봉은 '일제가 가장 두려워한 독립운동가'로 꼽힌다"며 "의열단원 하면 일본 관료들이 오줌을 지릴 정도로 공포의 대상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특히 "당시 자본주의 계열, 사회주의 계열, 아나키즘 계열 등 다양한 계열이 독립운동에 참여했다"며 "그런데도 협동 정신으로 힘을 합쳐 싸웠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 정부가 사회주의 계열의 상당수 독립운동가에게는 아직도 서훈을 주지 않고 있다"며 "편협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반도 분단, 외세와 이에 놀아난 정치지도자들 때문"김 전 관장은 "한반도 분단은 독일처럼 전범 국가의 죗값도 아니고, 중국처럼 내전에 의한 것도, 베트남처럼 반식민투쟁 과정에서 생긴 것도 아니다"며 "순전히 외세와 이에 놀아난 정치지도자들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웃 일본과 중국이 초강군사대국으로 주변을 위협하기에 이르렀다"며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남북 화해와 평화공존이 선결 요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한국 사회는 전근대, 근대, 탈근대가 동시에 진행되는 극심한 변화를 겪고 있다"며 "세계사의 추세인 내셔널리즘(모든 것을 국가 중심으로 생각하는 주의), 로컬리즘(지역주의), 글로벌리즘(전 세계를 하나의 통합된 체제로 만들려는 생각이나 운동)의 세 영역이 조화하는 큰 틀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전 관장은 역사를 국정교과서로 추진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갖는 역사를 획일화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으로 유신체제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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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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