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지하철 외주용역 하청노동자 사망 사고 통계.
노동건강연대
2013년 사고 당시, 보도된 뉴스를 접했다. 그때에도 이상했다.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는 노동자가 하청노동자라는 사실이 이상했고, 하청노동자가 목숨을 걸고 일을 하는데 지하철역에서 그 사실을 모른다는 말도 이상했다.
가장 이상했던 것은 서울메트로가 책임이 없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서울메트로를 고발(산업안전보건법 23조 안전조치· 29도 도급사업 시의 안전보건 조치 위반)했다. 공기업 최초 하청노동자 사망에 대한 고발이기도 했다. 공기업의 하청노동자 사망은 제대로 집계되지 않는 상황이었고, 잘못이 있다고 누구도 묻지 않았다.
당시 쟁점은, 서울메트로가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 대상인가'였다. 사람이 죽었는데, 유일한 법인 산업안전보건법 적용대상이 아니라니.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는 '도급사업 시의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제1항에는 "같은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으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업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의 사업주는 그가 사용하는 근로자와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같은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 생기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업의 적용 제외 규정으로 당시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건설업, 1차 제조업 등 8개 업종에만 그 부분을 한정하고 있었다. 고발을 위해서는 서울메트로의 등기부 등본과 사업영역의 분류코드, 한국표준산업분류 등을 검토해 책임이 있음을 증명해야 했다.
최근 4년간 철도 지하철로 사망한 노동자가 23명이다. 이들 죽음에 대한 책임은 그럼 누가 졌던 것일까? 참고로 지난 2014년 1월 1일에 법이 개정되어 현재는 '사무직에 종사하는 근로자만 사용하는 사업을 제외한 전 사업'으로 확대 적용되었다.
결국 38살 하청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원청인 서울메트로 대표이사는 혐의가 없었다. 검사는 깔끔했다. '혐의없음' 통지서 달랑 한 장이었다. 사람이 죽었지만 죄가 없다고 했다. 고발을 한 우리는 한국에 처음 기업살인법 도입을 주장한 노동건강연대였다. "산재 사망은 기업에 의한 살인"이라고 외쳐왔다.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위험관리를 소홀히 한 기업에 책임을 묻자고 했다.
1995년 9월, 미국에서 삼성중공업에 92억 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일이 일어났다. 괌 국제공항 공사현장에서 한국인 노동자 1명이 사망한 사건이었다. 한국은 어떠한가?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24조의 안전보건조치를 위반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 혹은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지난 2012년 LG화학 청주공장에서 8명의 정규직 노동자가 사망하고 3명의 노동자가 크게 다치는 사건이 일어났다. 법원에선 LG화학에 3천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담당자 3명에 대해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그것도 원청 노동자 사망에 한해서다. 하청노동자가 사망할 경우에는 어떨까?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1항 및 3항에서 도급사업에서의 안전·보건 조치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어길 경우 벌금이 최대 1천만 원이다. 원청의 공간에서 하청노동자가 아무리 위험하게 일을 해도, 사측이 법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돈은 최대 1천만 원이다. 대기업이 사고가 나면 아무리 대국민 사과를 하고 머리를 조아려도, 관련 법상 책임은 그렇다.
최근 늘어난 하청노동자 사고... 노동자 보호 체계 필요최근 급격하게 늘고 있는 하청노동자의 사망에도 불구하고 그에 걸맞은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자 법원에서도 그 사망에 대한 직접 책임이 아닌, 그 공간을 관리하는 원청의 책임을 물어 처벌을 하는 실정이다. 책임은 두 가지 다 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위험은 점점 약한 사람들에게 전가되어, 최근 죽고 다치는 사람 대다수가 하청노동자들이다. 제발 사람 좀 살리자고, 처벌도 강하게 하고 산재 사망 세계 1위에 걸맞은 예방체계도 갖추자고 말해왔다.
물론 법원도, 검찰도 꼼짝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까지 거론하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는 늘 그래왔다. 우리는 세월호 사건의 이면에도 기업의 무책임함에 대한 무처벌과 외주화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청 업체가 책임을 져야 한다", "원청은 책임이 없다"는 말은, 일하다가 사망하는 무수한 사람을 접하며 겪은 일이기도 했다. 무책임한 원청의 대답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검찰, 법원의 처분 결과도 많이 받아본 터였다.
그러나 하청노동자가 사망했다는 기사에 달리는 "하청노동자가 무슨 힘이 있느냐",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지", "하청 노동자면 을 중에도 을을을이다!"하는 수많은 댓글. 우리의 삶과 동떨어져 제도를 만들고, 약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세상을 사람들은 안다.
그런 힘 없는 사람들을 보호할 체계를 잘 만들지 않는다면, 우리는 계속 죽을지도 모를 위험에 처한다는 사실도. 그런데 며칠 전(지난 3일 저녁 11시 10분) 또 한 명의 28살 노동자가 현대중공업에서 일하다가 추락했다. 현재 의식불명이다.
하루에도 수만 명의 사람이 이용하는 공공교통이, 돈벌이에 눈이 멀어 중요한 안전과 연결된 일을 외부업체에 통째로 맡겼다는 사실에 등골이 오싹하다. 하청노동자가 죽어도 원청에 책임이 없는 우리 사회의 시스템도 오싹하다. 요즘은 주변을 돌아보면 너도나도 하청 노동자다. 계속 묻고 또 물어야 노동자를 지킬 수 있다. 이에 우리는 다시 고발을 준비한다.
"2015년 9월, 정부에 다시 묻는다. 여전히 서울메트로는 죄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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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하청, 일용직, 여성, 청소년 이주 노동자들과 함께 건강하고 평등한 노동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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