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청산가리막걸리 사건 이미지
공갈만
6일 오전 2시 30분쯤 잠에서 깬 희정씨는 냉장고에 보관했던 막걸리 두 병을 꺼내 지문을 없애고 마당 화단 앞에 내려놓았다. 그 시각이 오전 3시쯤이었다. 희정씨는 집 밖으로 나가 하천에 청산가리 봉지를 버렸다. 그리고 면장갑은 마당에 있던 종량제 봉투에 버렸다.
이상이 부녀가 검찰에서 자백한 내용이었다. 검찰은 부녀를 기소했다. 검찰은 이미 유죄입증을 자신했다. 피고인들의 쌍방자백은 'X자' 형태로 서로 보강 증거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즉, 막내딸 진술 증거는 아버지 자백이며, 아버지 진술 증거는 딸의 자백인 셈이다.
재판은 판결을 위해 피의자 자백 내용이 얼마나 타당한지 먼저 검토한다. 1심 재판부는 피의자들이 검찰에 한 자백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판결은 무죄였다. 하지만 1년 뒤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는다. 피의자 자백이 타당하다며 각각 무기징역과 20년 형을 선고한 것이다. 대법원도 피의자가 검찰에서 한 자백이 타당하다고 보고 유죄를 확정한다.
자백 외에 증거 없어... 가족도 재수사 원해이처럼 '순천 막걸리 사건'은 이미 수사 단계에서 자백을 받았고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끝난 사건이다. 이 사건을 다시 언급하는 것은 시간 낭비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사안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검찰이 기소하고 법원이 판결했지만, 여전히 수긍하지 못하는 사람들 주장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은 자백 말고 다른 증거를 찾지 못했다. 이 틈새 때문에 지난 2013년 대법원 판결까지 난 사건을 놓고 부녀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부녀와 가족은 재수사를 원하고 있다. 가족과 친척 반응도 비슷했다. 그러나 내가 만난 전직 수사관 또한 이들 부녀가 범인이라고 확신했다. 물론 그도 자백 말고 다른 증거를 찾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수사 정당성에 논란이 될 불씨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궁금했다. 피의자 자백을 받은 검찰이 어떻게 증거를 하나도 찾지 못했을까. 오히려 피의자는 범행을 일체 부정하고 검찰이 증거로 압박하여 자백을 받아내는 게 상식적이지 않은가. 이 사건은 증거 없이 자백만 나왔고 법원은 그 자백을 증거로 채택했다.
필자는 아버지 백경환을 면회했고 그를 통해서 글을 써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그리고 재판서류들을 모두 넘겨받았다.
필자는 사건 기록과 현장을 대조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 작업은 혼자 힘으로는 가능하지 않았다. 전직 판사 출신 변호사와 전직 형사과장도 사건 기록 검토에 동참했다. 이 연재를 통해서 현장에서 찾은 증거를 펼쳐 놓겠다. 왜 수사단계에서는 그런 증거들을 지나쳤을까. 혹시 수사 체계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 글은 현재 독자를 비롯한 검찰과 경찰 모두에게, 현 수사체제 문제점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 이해를 돕고자 사건 쟁점을 하나씩 점검하겠다. 먼저 범행에 쓰인 막걸리와 청산가리 구입처부터 가보자.
(제2화 '범행도구들' 편으로 이어집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5
공유하기
막걸리 살인, '불륜 부녀' 범죄로만 알았는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