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가 전분기 대비 2분기 성장률
참여사회
비행기로 10시간 이상 걸릴 정도로 먼 거리지만 두 나라에서 거의 동시에 일어난 이 사건은 세계 경제의 현황을 한 프레임 안에 집약해서 보여주었다. 1990년대부터 20여 년간 세계에는 수출을 통해 성장하는 나라와 빚으로 그 재화를 수입하는 나라가 있었다. 수출주도와 부채주도의 결합은 세계의 장기호황을 이끌었지만 2008년의 금융위기로 호시절은 끝났다.
중국과 한국 등 동아시아 나라들이 수출주도 성장을 이뤘고, 그 짝은 미국의 부채주도 성장이었다. 미국이 빚을 내서 소비를 늘리면 여기에 맞춰 우리는 수출했다. 유럽에선 독일과 북유럽 나라들이 수출을 했고 그리스 등 남유럽국가들이 빚을 내 수입을 했다.
영원히 빚을 늘릴 수는 없으니, 2008년 이래 부채주도 국가들이 줄줄이 파산 하는 중이다. 반대쪽에 있는 나라라고 괜찮을 리 없다. 중국은 대규모 투자와 자산시장 부양을 통해 위기를 헤쳐 나왔고, 덩달아 원자재 수출국과 주로 중국에 수출하는 나라들은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의 중국 사태는 이 처방도 한계에 부딪혔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수년간 국제기구들이 연말에 새해 경제전망을 할 때, 항상 전제로 달았던 문구가 있다. 유럽의 위기가 악화되지 않는다면, 중국 등 신흥국이 혼란에 빠지지 않는다면, 3% 내외의 완만한 성장을 거둘 수 있을 거라는 얘기다. 하지만 올해 여름 이 전제는 모두 무너졌다.
한국 정부는 지난 7년 동안 매년 4% 내외의 성장을 전망했고 실제 성장은 그보다 1%p 정도 낮았다. 하지만 이번엔 아예 2% 이상 차이가 있을 것이다. 작년 말엔 3.8% 성장을 할 거라고 호기를 부렸는데, 올해 1분기 대비 2분기 성장률은 0.3%(2014년 2/4분기에 비해 2.2%)에 불과했고, 불행히도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다. 설령 그리스와 중국 사태가 모두 이 정도로 수습된다고 해도 상황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위기를 맞을 때마다 사라졌다가 그저 국회만 탓하는 대통령, "빚내서 집 사라"고 한 적 없다며 오리발을 내미는 경제부총리, 8월 14일 임시 공휴일 지정의 경제효과가 1조 3천억 원이라며 희희낙락하는 경제 관료가 우리의 정책을 만드는 한, 외부 조건이 아무리 좋아져도 우리 경제는 위기를 맞을 것이다.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도 반이나 남았다. 아니, 이미 반이나 견뎌냈다고 우리 스스로 박수를 보내면서 앞으로 예견된 상황에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는 걸까?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참여연대가 1995년부터 발행한 시민사회 정론지입니다. 올바른 시민사회 여론 형성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