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창당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진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지난 3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남소연
천정배 의원은 아직 '신당 창당'을 공식적으로 선언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행보와 측근들의 말을 통해 '천정배 신당'은 기정 사실화되고 있다. 창당 절차의 시작인 '창당준비위원회' 출범을 언제 선언할 것인가만 남았다. 천 의원 지금 그 선언을 위한 조건을 만들고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를 재고 있는 것이다. 또 그것은 새정치연합 내부의 상황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천정배는 언제 신당 창당을 선언할까?
천 의원은 애초 '신당 창당'에 부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는 지난 4.29재보궐 선거에 출마하면서 "새로운 당을 만들려고 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당선 이후에는 그는 신당 창당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확정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도 자금 조달 등 창당 작업의 자체의 어려움 등을 근거로 천 의원이 신당이 아닌 '무소속 연대' 수준으로 내년 총선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천 의원의 태도에 변화가 시작된 것은 4.29 재보궐선거 패배에 따른 새정치민주연합의 내홍이 점점 깊어지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문재인 대표가 혁신위원회를 앞세워 당의 혼란 상황을 수습하려 했지만, 일부 호남 의원들의 반발이 계속됐다. 대규모 탈당은 없었지만 박준영 전 전남지사 등 과거 당의 유력 인사들의 탈당도 이어졌다. 그때부터 측근들 사이에서 창당설이 흘러나왔고 최근에는 천 의원도 같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천 의원은 지난 9일 경희대에서 열린 강연에서 "내년 4월 13일 총선 전, 늦어도 12월 말이나 1월 신당이 출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채는 분들이 있지만 내년 총선에서 역산해보면 된다, 당을 만드는 데 한 달이면 된다고 한다"라며 "지금 제가 꿈꾸는 건 먼 미래가 아니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집권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공식 선언은 아니었지만 사실상 창당 준비 작업에 들어갔음을 내비친 것이다.
이러한 천 의원의 행보에 정치권에서는 9월 중순, 늦어도 추석 전에는 신당 창당 선언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오는 12월 말이나 내년 1월에 창당을 위해서는 적어도 이 시기에 창당준비위원회를 출범하고, 5개 시도당위원회 출범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는 분석이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주에 선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문제 등 새정치연합의 갈등을 조금 더 관망하는 분위기로 가고 있다.
호남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결과를 기다리는 것은 아니지만, 이 시기에 창당을 선언하면 야당의 갈등을 부추기는 모습이 될 수 있다"라며 "문 대표 재신임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새정치연합의 분열은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가 불신임을 받아 사퇴하거나, 또는 재신임을 받더라도 당의 분란이 수습되지 않고 갈등이 더욱 증폭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천 의원의 창당 선언은 새정치연합의 혁신안 통과와 함께 문 대표의 재신임 여부가 결정되는 16일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새정치연합은 현재 문 대표 재신임의 정당성을 놓고도 주류와 비주류 사이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비주류 측은 "친노냐 반노냐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라며 "오히려 분열을 자극하는 행위"라고 반발한다. 재신임 여부와 상관 없이 천 의원을 향한 당의 원심력이 강해질 수 있는 지점이다.
'천정배-안철수'의 연결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