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앞에 선 김무성·문재인 "나 아파요"

일베와 전쟁 택한 박원순도 고통 토로... 각자 겪고 있는 시련에 대한 '치유' 기원?

등록 2015.09.13 16:43수정 2015.09.1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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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왼쪽)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3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능인선원에서 열린 개원 30주년 봉축기념 대법회에서 굳은 표정으로 나란히 앉아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왼쪽)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3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능인선원에서 열린 개원 30주년 봉축기념 대법회에서 굳은 표정으로 나란히 앉아 있다.연합뉴스

새누리당 김무성·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3일 중생의 질병을 치료해주는 '약사여래(藥師如來 : 약사신앙의 대상인 부처)' 좌불상 앞에 서서 "몸과 마음이 아프다"라고 토로했다. '마약 사위'와 '혁신안 내홍'으로 상처 입은 자신들의 처지를 우회적으로 털어놨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능인선원에서 열린 개원 30주년 대법회에서 축사를 통해 "약사 대불은 중생의 질병을 치료하고 아픔과 슬픔을 소멸시키는 '구원불'이라고 한다"라며 "저도 지금 마음이 많이 아픈 상태"라고 말했다.

그 뒤를 이은 문 대표도 "약사불은 '치료의 부처'"라며 "저와 김 대표를 비롯해 몸과 마음이 아픈 이 시대 중생들에게 가장 절실한 도움을 주는 부처"라고 공감을 표했다. 또 "(능인선원의 약사여래 좌불상이) 세계 최대 크기라고 하니 우리 국민의 아픔과 상처를 세계 최대로 치료해줄 것 같고, 미래로 나아가는 힘과 용기를 가장 많이 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자리에 걸맞은 축사를 내놓은 셈이지만 현재 여야 대표가 처한 상황이 배어난 말이었다. 김 대표는 최근 둘째 사위의 마약 투약 전력이 드러났다. 또 재판부가 사위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검찰 역시 항소를 하지 않아 '봐주기' 논란까지 일고 있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자신의 실명이 거론되자 곧바로 이를 인정하면서 방어에 나섰다. 자신은 둘째 사위의 마약 투약 전력을 몰랐다가 뒤늦게 알았고, 딸의 의지에 밀려 결혼을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가 골자였다.

무엇보다 사위의 마약 투약 전력이 드러나는 과정에 대한 '청와대 배후설'이 김 대표를 더 힘겹게 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기록들이 뒤늦게 특정언론을 통해 알려지는 과정 등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사건과 빼닮아있다는 얘기다.

만약 이 같은 의혹이 사실이라면, 청와대가 김 대표를 향해 '칼'을 빼 든 것이라 할 수 있다. 국회법 개정안 사태 당시 청와대와 대치했던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자진 사퇴하면서 가까스로 안정됐던 당청관계가 다시 흔들릴 위험에 처한 만큼 김 대표의 속도 타들어 갈 수밖에 없다.


문 대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문 대표는 혁신안에 대한 당내 반발을 돌파하기 위해 '재신임 카드'를 던졌다.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천정배 신당론'과 박지원·안철수 등 당내 비주류의 반발을 동시에 꺾어보겠다는 생각이었지만, 자신을 향한 당내 비난은 더욱 거칠어지고 있다.

안 의원은 이날 문 대표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재신임 카드는) 당내 싸움에서 이길지 모르지만 새누리당에게는 지는 길"이라며 문 대표의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박지원 의원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공식기구도 배제한 채 재신임을 받겠다는 일방적 선언으로 국감도, 혁신안도 실종되고 재신임만 남았다"라고 문 대표를 공격했다. 이래저래 고단한 심정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용기 잃지 말라"던 서청원 "박 대통령 위해서도 기도해달라"

사실 '아픔'을 표현한 것은 그들만이 아니다. 김무성·문재인 대표의 뒤를 이어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이 "오늘 아픈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다"라며 "만인을 치유하는 약사여래 부처님을 오늘 모시게 됐는데, 능인선원이 100년 넘어서까지 많은 아픈 사람을 치유해주면 좋겠다"라고 기원했다.

박 시장은 최근 아들의 병역 기피 의혹을 계속 제기하고 있는 이들과 전쟁 중이다. 그는 지난 10일 아들 병역 기피 의혹을 다룬 MBC의 해당 보도 관계자들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발했고 같은 날 이와 관련해 악의적인 글을 올린 것으로 알려진 <일간베스트> 회원 등을 고소한 바 있다.

공교롭게 차기 대선주자들이 나란히 한 자리서 '치유'를 기원하게 된 상황. 이를 위로한 것은 '친박(친박근혜)' 좌장인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다. 서 최고위원은 "김 대표, 문 대표, 박 시장이 다 마음이 아프다"라며 "어려움을 다 극복할 수 있다, 늘 용기를 잃지 않으면 그렇게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서도 기도해 달라"라고 한 마디 덧붙였다.
#김무성 #문재인 #박원순 #서청원 #마약 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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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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