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유입을 막기 위한 헝가리의 국경 통제를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BBC
중동 난민들이 서유럽으로 가는 길목인 헝가리가 국경을 전격 통제하고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헝가리 정부는 15일(현지시각) 난민들이 비공식적으로 들어오는 남부 로츠케 지역의 세르비아 접경 지역 175km 전 구간에 철조망 설치 공사를 마치고 경찰을 배치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헝가리는 세르비아에서 난민 신청을 하지 않고 들어오는 이민자는 모두 추방하겠다고 밝혔고, 공식 국경 검문소가 아닌 곳으로 불법 입국하는 사람은 징역 3년형, 철조망을 훼손하면 5년 형까지 처하도록 하는 이민법 개정안을 결의했다.
헝가리는 중동에서 출발해 터키와 그리스에 도착한 난민들이 마케도니아와 세르비아를 거쳐 최종 목적지인 서유럽으로 가는 마지막 길목이다. 하지만 최근 내전과 가난을 피해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이 사상 최대 규모에 달하면서 헝가리는 국경 통제를 예고했다.
헝가리 경찰은 "전날 하루에만 불법으로 입국하는 이민자와 난민이 9380명에 달하면서 지난주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났다"라면서 "세르비아가 난민을 통제하지 않기 때문에 국경에 철조망을 설치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새 이민법 발효 후 국경 통제가 시작되고 철조망을 자르거나 훼손한 용의자 60명을 체포했다"라며 "세르비아가 확실한 난민 통제에 나선다면 국경 재개방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헝가리 정부는 내각회의에서 비상사태 선포까지 결정했다.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경찰이 맡고 있는 국경 수비에 군 병력을 동원할 수 있게 되며, 불법 입국자가 숨어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곳은 영장 없이 압수수색할 수 있다.
철조망 앞에서 절망한 난민들... "음식도 필요 없다"세르비아에서 헝가리로 입국하려다 국경에서 막힌 난민들은 절망에 빠졌다. 일부 난민은 자선단체로부터 받은 음식과 물을 철조망에 던지면서 국경을 다시 개방할 때까지 단식 투쟁을 시작하기로 했다.
헝가리는 독일과 프랑스가 주도하는 유럽연합(EU)의 난민 할당 수용을 강력히 거부하고 있다. 오히려 난민들이 철조망을 피해 루마니아로 우회해서 입국할 경우를 대비해 루마니아 접경 지역으로 철조망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변국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세르비아 정부는 "헝가리가 추방한 난민을 다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유럽이 (난민 사태의) 해결책을 찾을 때까지 국경은 열려있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헝가리의 철조망 확대 계획에 루마니아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전략적 협력 관계로 맺어진 EU 회원국 간의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는 것은 정치적 관점이나 EU 정신으로 볼 때 정당하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전날 EU는 내무·법무장관 회의를 열고 22개 회원국이 난민 16만 명을 나눠서 수용하기 위한 협의를 시도했으나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국가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실패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이슬람교 난민들이 대거 유입되면 기독교 국가들로 이뤄진 유럽의 가치와 정체성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라며 "EU의 이민 규정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혀 유럽의 난민 사태가 더 큰 위기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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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철조망 세워 국경 차단... 난민들 '발 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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