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 평결 이후 몇 달도 안 되어서 유럽과 라틴아메리카에서는 분노한 노동자들이 '사코와 반제티'의 이름을 외쳤다. 사진은 벨기에 노동자들이 시위하는 모습이다.
삼천리
"1908년 6월 19일, 세계 역사상 가장 큰 재판 사건의 주인공이 될 감상적이고도 지적인 이탈리아인(반제티)이 맨해튼의 거리에 섰다. 그는 여행 가방을 든 채 새로운 나라를 살펴보았다. 미국은 그가 기대했던 이상향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가 본 광경은 놀랍고도 역겨웠다. 사람들은 골목길에서 잠을 잤고, 쓰레기통을 뒤지며 썩은 상추와 상한 과일을 주워 먹었다. 맨해튼은 깡패, 창녀, 그밖에 미국의 거침없는 산업화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들로 넘쳐났다. 거물 기업인들은 격식 있는 예복 차림으로 대로를 누비고,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뉴포트 메인 버크셔에서 여름휴가를 보냈다. 평범한 노동자들은 헝겊 모자를 쓰고, 집에서 만든 보잘것없는 음식을 싸 가지고 가서, 무더운 여름날 오후를 코니아일랜드에서 보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 <사코와 반제티> 본문 39쪽 중에서"대중의 인식과는 다르게 다수의 무정부주의 문헌은 폭력을 옹호하지 않았다." - <사코와 반제티> 본문 48쪽 중에서 사코와 반제티 두 사람이 '돈을 훔쳤다'거나 '사람을 죽였다'고 하는 증거는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 두 가지 범죄를 저질렀다는 혐의를 뒤집어썼고, 무척 오래 옥살이를 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두 사람 스스로 저지르지 않은 범죄를 뒤집어쓰고는 사형 선고를 받았고, 전기의자에 앉혀졌으며, 그대로 목숨을 빼앗깁니다.
미국 정치와 사회는 왜 두 이주노동자를 죽여야 했을까요? 미국이라는 나라는 '자유'와 '정의'를 한쪽에서 말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자유와 정의를 끔찍하게 짓밟은 셈인데, 어떻게 이 두 가지 모습을 한꺼번에 보여줄 수 있을까요?
가만히 보면, 한국 정치와 사회도 언제나 '자유'와 '정의'를 밝힙니다. 그렇지만, 한국 사회에서 자유와 정의를 외치거나 지키려고 하는 사람이 무척 많이 짓밟혔고 괴로웠으며 죽음으로 내몰리기까지 했습니다. 한국은 틀림없이 민주 사회라고 하지만, 민주에 따라 이루어지지 않는 일이 무척 많습니다.
한국에 있는 숱한 미군기지는 자유도 정의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세월호를 둘러싸고 벌어진 일도, 송전탑과 대형 발전소와 원자력 발전소를 둘러싸고 벌어진 일도, 제주 해군기지를 둘러싸고 벌어진 일도, 어느 한 가지도 자유나 정의라고 할 수 없으며, 민주나 평화도 평등하고도 동떨어집니다.
"산업은 매사추세츠의 돈줄이었고 산업에 돈을 댄 이들이 주 정부에 권력을 행사했다." - <사코와 반제티> 본문 68쪽 중에서"법원에서는 예심이 끝나고 기소가 한 주 연기되었다. 기소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했다. 사코와 반제티를 크리스마스이브에 일어난 브리지워터 강도 사건과 연계시키고, '마이크 보다'를 추적하고, 이탈리아에 타전하여 코아치의 수하물에서 도난당한 급료를 회수할 시간이 필요했다." - <사코와 반제티> 본문 99쪽 중에서"무정부주의에 대한 신념을 밝히고 나서 사코는 평생 일해 온 과정을 들려주었고, 자신의 손은 테두리 절단사의 손이지 살인자의 손이 아니라고 했다. '돈을 훔치고, 돈 때문에 불쌍한 사람을 죽이다니! 이건 나에 대한 모욕입니다! 나는 결백해요! 나 이런 짓 안 합니다! 곧 태어날 아기의 목숨을 걸고 맹세하지요'라고 그는 항변했다." - <사코와 반제티> 본문 127쪽 중에서20세기 미국의 야만, 21세기에도 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