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내경과 생명과학> (지은이 남회근 / 옮긴이 신원봉 / 펴낸곳 부키(주) / 2015년 9월 10일 / 값 18,000원>
부키(주)
<황제내경과 생명과학>(지은이 남회근, 옮긴이 신원봉, 펴낸곳 부키(주))은 단순히 <황제내경>을 번역하거나 주석 정도를 덧대 설명한 해석서가 아닙니다.
평생에 걸쳐 고전만을 연구한 90세 노학자인 저자가 의학전문가인 상해중의학대학, 중국과학원상해생명과학원, 상해약물소 등에 재직하고 있는 교수, 전문가, 주임의사, 박사, 기업 고위 간부 등을 상대로 해 5일 동안 열정적으로 펼친 '강연록'입니다.
노학자는 당신 스스로 의학전문가가 아님을 강조하듯이 반복해 밝힙니다. 의학전문가가 아닌 노학자가 의학전문가들을 상대로 해 <황제내경>을 강의할 수 있었던 건 고전이 생명과학을 아우르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노학자의 강의는 도가와 불교, 인도의학과 중의를 넘나듭니다. <황제내경>에 한정하지 않고, 글 속에 구속되지 않으니 자유롭습니다. 도가와 불교, 인도의학과 중의를 넘나들며 설명하니 보이지 않던 <황제내경>이 보이고 들립니다. 쉽고 재미있습니다.
상반신이 왕성하면 꿈에 날아오르고, 하반신이 왕성하면 꿈에 추락하며, 많이 먹었을 때는 꿈에 남에게 주며, 많이 배고플 때는 꿈에 남한테서 뺏는다오. 간의 기운이 왕성하면 꿈에서 노하게 되고, 폐의 기운이 왕성하면 꿈에서 통곡을 하며, 짧은 기생충이 많으면 꿈에 무리가 모여들며, 간 기생충이 많으면 서로 치고받아 상처를 입는다오. 그러므로 진맥을 할 때는 방법이 있으니 먼저 마음을 텅 비우고 고요히 유지해야 한다오. -<황제내경과 생명과학> 240쪽- 『소문』제17편 「맥요정미론」제4장을 해석해 놓은 내용 중 일부입니다. 혹자는 꿈만으로 건강상태를 말하는 게 참 황당하다고 할 것입니다. 미혹이라고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노학자가 설레발을 치듯 도가와 불교, 인도의학과 중의학, 현대의학까지 넘나들며 펼치는 설명을 읽다 보면 근거 없이 황당한 일도 아니고, 정신을 혼란하게 하는 미혹한 일도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것입니다.
제한 된 시간에 한 강연이다 보니 <황제내경> 중『소문』, 소문』중에서도 일부만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는 게 많이 아쉽습니다.
개권유익, 책은 피기만 해도 유익역사상 문인을 가장 존중한 왕조가 바로 송나라였습니다. 송 태종은 이십 년을 말 위에서 있으면서도 책을 놓지 않았는데 이것이 바로 그의 모습입니다. 이런 까닭에 그는 "책은 피기만 해도 유익하다(開卷有益)"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어떤 책이든 정식으로 읽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고 한 번 넘기기만 해도 모두 이익입니다. -<황제내경과 생명과학> 306쪽-이 책을 통해 어렵기 그지없는 <황제내경>을 쉽게 읽는 것도 좋지만 더 좋은 건 90세 노학자가 들려주는 지혜, 고전에서 우려낸 삶의 지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잔소리처럼 강조하고, 야단을 치듯이 반복하는 이야기들은 동서고금 남녀노소 모두가 가슴으로 새겨야 할 진리이자 야무지게 챙겨야 할 지혜, 고전에만 머물지 않고 오늘날에도 유효한 생활 속 지혜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황제내경과 생명과학
남회근 지음, 신원봉 옮김,
부키,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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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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