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꽃이 한창
최종규
'억새꽃'을 보는 사람은 아주 드물구나
아이들하고 들길을 걸으면서 억새꽃을 가만히 들여다 본다. 이제 한창 노랗게 이삭을 매단 억새꽃을 보고, 이삭이 다 지고 나서 씨앗을 하얗게 맺으려 하는 억새를 본다. 일찍 꽃이 피고 진 아이는 일찍 씨앗을 맺고, 구월이 무르익고서야 꽃을 피우는 아이는 느지막하게 씨앗을 맺는다.
가만히 보면, 나락도 억새도 꽃이 피고 이삭이 패는 때는 아주 짧다. 그러니, 나락꽃(벼꽃)을 보는 사람도 드물고, 억새꽃을 보는 사람도 드물겠구나 싶다. 더더구나 사람들은 억새가 씨앗을 잔뜩 매달아 하얗게 보이면서 한들거릴 적에 '억새 잔치'를 구경하러 나들이를 다닌다. 억새꽃이 필 무렵 억새를 보려고 나들이를 다니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억새 잔치'나 '억새꽃 잔치'를 하는 지자체가 꽤 많은데, 막상 벌이는 잔치란 '꽃'이 아니라 '씨앗'을 보는 잔치이지 싶다. 억새 잔치에 가는 이들도 억새꽃인지 억새씨인지 헤아릴 생각은 거의 없으리라 본다. 억새와 갈대가 어떻게 다른지도 거의 모를 테니, 그저 바람에 한들거리는 하얀 씨앗만 예쁘다고 바라볼 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