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명하게 갈린 노동자들의 명절

밀린 임금 받은 노동자... 신용불량 위기에 놓인 화물노동자

등록 2015.09.24 19:36수정 2015.09.25 13:38
0
원고료로 응원
 4억 7천여 만원에 달하는 체불임금을 해결한 음성노동인권센터 조광복 상임 노무사
4억 7천여 만원에 달하는 체불임금을 해결한 음성노동인권센터 조광복 상임 노무사이화영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연휴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밀린 임금을 받아들고 환한 미소를 지은 노동자들이 있는가하면, 농성천막에서 씁쓸하게 보내야하는 화물노동자들이 있어 명암이 갈리고 있다.

지난 3월 전국 군 단위 최초로 충북 음성군에 둥지를 튼 음성노동인권센터(센터장 석응정)가 명절을 앞두고 거액의 밀린 임금을 받아내 노동자들이 훈훈하게 추석을 맞게 됐다. 체불임금으로 애간장을 녹이던 노동자 74명의 체불임금 4억 7천여만 원을 받아줬다.

음성노동인권센터는 61명의 노동자가 근무하던 감곡면소재 S업체에서 4억5천만 원의 체불임금을 받아냈다. 이 업체에서 노동자들에게 지급할 체불임금은 모두 7억 원 가량이다. 또 같은지역 T업체에서 근무하던 50~60대 여성 12명의 체불임금과 퇴직금 8000만 원 중 1200만 원을 받아내 노동자들에게 지급했다.

이 센터는 이어 금왕읍에 있는 D업체에서 경리로 근무하던 여성 노동자가 2014년 2월 급여를 1년 7개월이 지나도록 받지 못했다는 상담을 받고 회사에 직접 전화해 체불임금을 해결했다. 회사가 수익을 많이 내고 있지만 여성이란 점을 악용해 임금지급을 차일피일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음성노동인권센터는 비영리 단체로 돈 없고 기댈 곳 없는 노동자들에게 무료 상담과 법률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곳은 중소 영세 사업체의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 노동자가 많이 찾고 있다.

조광복 음성인권센터 상임 노무사는 "이주 노동자들과 30명 내외의 중소 영세 제조업체 비중이 높아 임금체불이 많다"며 "임금체불로 고통 받던 노동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서 기쁘다"고 밝혔다.

농성천막에서 씁쓸한 추석 맞는 화물노동자


 24일 오후 충북 음성군 대소면에 위치한 풀무원 자회사인 엑소후레쉬물류 정문 맞은편에 있는 화물연대 풀무원분회 천막농성장에서 한 화물노동자가 상념에 잠겨 있다.
24일 오후 충북 음성군 대소면에 위치한 풀무원 자회사인 엑소후레쉬물류 정문 맞은편에 있는 화물연대 풀무원분회 천막농성장에서 한 화물노동자가 상념에 잠겨 있다.화물연대 풀무원분회

충북 음성군에 있는 풀무원 자회사인 엑소후레쉬물류에서 근무하는 화물연대 풀무원분회 노동자 40명이 노사 합의 이행과 노조 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전면파업에 돌입한 지 21일째를 맞았다.

추석명절을 3일 앞둔 지난 23일 자정 경찰이 천막농성장에 들이닥쳤다. 이날 경찰은 불법 시위용품이 있다는 신고를 받았다는 이유로 농성장을 덮쳤지만, 압수수색영장을 보여 달라는 화물노동자들의 요구에 이를 제시하지 못했다.


풀무원분회 측은 이날 자신의 냉동탑차 밑에서 차축과 자신을 하나로 묶고 옥쇄 투쟁을 벌이던 화물노동자 이현철(35)씨를 경찰이 끌어냈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 15일 새벽 옥쇄투쟁을 시작해 9일 동안 아스팔트 위에 몸을 누이고 있었다(관련기사: "아내가 알면 많이 울텐데" 쇠사슬 묶고 트럭 밑으로).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 왔지만 이들에게 명절은 언감생심이다. 당장 카드빚을 막지 못해 신용불량자 낙인이 찍히게 생겼기 때문이다. 엑소후레쉬물류와 계약을 맺은 대원냉동 측이 500여만 원에 달하는 지난달 유류대를 지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원냉동 측은 지난 15일 오후 유류대를 지급하지 못하겠다는 문자를 화물노동자에게 보냈다. 유류대는 화물노동자가 자신의 카드로 결제를 하고 사후에 회사로부터 돌려받는다. 하지만 이들이 전면 파업에 들어가자 유류대 지급 불가를 통보한 것이다.

구재민 대원냉동 사장은 지난 17일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화물노동자들이) 불법파업을 하고 있는데 기름값보다 파업비용이 더 나오기 때문에 채권확보 차원에서 유류비 지급을 일단 중지해 놓은 상태"라며 "파업이 끝나면 유류대를 지급할 예정이지만, 파업 비용을 공제하고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의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누적 임금 체불 현황에 따르면 전국에서 19만823명이 임금 체불 신고를 했고, 금액은 8539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하고도 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의 추석은 우울할 수밖에 없다.
#풀무원 #화물노동자 #파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2. 2 1만2000 조각 났던 국보, 113년만에 제모습 갖췄다 1만2000 조각 났던 국보, 113년만에 제모습 갖췄다
  3. 3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4. 4 대학 안 가고 12년을 살았는데 이렇게 됐다 대학 안 가고 12년을 살았는데 이렇게 됐다
  5. 5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