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최고 지역특산품 인증 게누스크로네(Genuuss Krone)
정기석
오스트리아 티롤 지방에도 장인 같은 농부들이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 디스마스(Dismas)훈제생햄 맛 인증 농가도 그중 한 곳이다. 오스트리아 티롤지방, 알프스 산록이 지척에 바라보이는 해발 840m의 고지대에 자리 잡은 미에밍(Mieming) 마을의 전형적인 가족농이다.
20ha의 농장을 운영하는 농장주 마틴 알버(Martin Alber)씨는 직접 사육한 60여 마리의 돼지로 티롤 지방 전통방식의 수제 육가공품을 제조, 직판하고 있다. 1990년대 들어 농가 직판을 시작하고 2000년에 비로소 농가에 자가 도축장, 부분육 처리실 등을 마련해 훈제 생햄 등의 육가공품을 자체 생산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오후 4시간씩만 직접 농가를 찾아오는 방문객들에 한해 제한적으로 직판하고 있다. 시장이나 마트에 나가서 팔면, 더 팔려서 돈을 더 벌 수 있지 않으냐고 물어봤다. "더 팔 필요가 없어요, 이 정도만 해도 먹고 살 수 있는데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주력 제품인 훈제 베이컨, 훈제 소시지는 일반 대규모 햄 공장에서 만드는 것과 차원과 품격이 다르다. 하루에 5시간 증기로 찌고 문을 열어 환기하는 방식의 생산과정을 2주 내내, 매일 반복한다. 훈증을 하는 연료는 너도밤나무만 이용해 훈증실의 온도를 25℃로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일반 햄 공장에서는 2~3일 훈증에 그친 제품을 시장에 내다 판다.
이렇게 작품을 만들듯 생산한 훈제 생햄은 오스트리아 최고 인증 지역농특산물에게 주어지는 '맛의 왕관(Gueness Krone)'을 수차례 수상할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기업농도 아닌 일개 가족농 처지에 4성급 이상의 오스트리아 최고 수준의 호텔에 납품할 정도다.
농장주 마틴 알버씨는 농업전문학교를 졸업한 육가공 분야 마이스터다. 마이스터는 농업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자격이 부여된다. 마이스터가 되려면 전문 기술은 물론, 교육자적 자질, 인성 등 3가지 조건을 필수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한다. 농부도 아무나 될 수 없고, 마이스터는 더욱더 아무나 될 수 없다.
마틴씨는 자체적으로 연구하고 개발한 육가공 기술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이게 바로 디스마스 농가의 경쟁력이다. 이런 경쟁력과 공신력을 바탕으로 직판 등을 통해 전업농으로서 농가자립경영의 기반을 갖추고 있다.
농장주 마틴씨의 아들 역시 가업을 잇기 위해 농업전문학교를 졸업했다. 정규학교 과정 이외에도 농업마이스터시험, 티롤 농업회의소의 육가공, 마케팅 등 정기보수교육과정 등을 이수한 어엿한 농부 자격증 소지자다. 30여 년 전 아버지가 할아버지에게 낙농업을 물려받았듯이, 아버지 마틴씨로부터 농사라는 가업을 이어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전문 농업인의 길을 따라가고 있다.
잘츠부르크의 홀러 농장과 티롤의 디스마스 농장을 방문하고 나서 불현듯 정책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청장년 전문 공익농민들을 육성하는 농업전문학교'. 이를테면 홍성에 있는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같은 교육기관을 적어도 우리 농촌 지역의 기초지자체마다 한 곳씩만 개설한다면 하는. 그러면 그 지점에서부터 우리 농업과 농촌의 살길이, 숨통이 좀 열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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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연구소(Commune Lab) 소장, 詩人(한국작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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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는 아무나 하나, 여긴 '고시' 합격해야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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