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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운주
무등산, 나에게는 추억의 산이다. 배고픈 다리, 배부른 다리, 산장, 원효계곡 등 애환이 깃든 이름을 간직하고 있는 산이다. 특히 증심사 계곡은 여름이면 갈 수 있는 나의 유일한 피서지였다. 너덜겅 약수터에서 약수를 떠 나르던 추억도 산이 준 크나큰 선물이다.
비가 그치고 물안개가 산허리를 휘감는다. 나무 사이로 아침 햇살이 사뿐히 내려왔다. 무등산을 탐방하기로 한 날이었다. 그런데 정상 개방 날과 겹쳤다. 군부대가 자리하여 평소에는 오르기가 쉽지 않아 전국에서 몰려든 산악인들로 북새통이다. 원효사를 거쳐 의상봉을 다녀오기로 한 달 전부터 약속된 터라 장소, 날짜 변경이 쉽지 않다.
무등산 원효사는 신라시대 원효가 창건한 절이라 전한다. 정상 길 우측에 숨은 듯 위치하여 찾기가 쉽지 않다. 어느 산처럼 절을 거쳐 가거나 눈에 띄는 곳에 위치한다면 자주 들렀을 텐데, 아쉬움이다. 천년 고찰을 자주 대하지 못한 미안한 마음에서다.
지난 10월 3일 의상봉 탐방을 다녀왔다. 원효사에서 출발하여 의상봉을 거쳐 관음암까지다. 9시에 원효사에서 출발하기로 했다. 먼저 원효사 탐방이다.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도 방문이 쉽지 않은 절이다. 특히 잘 알 것 같으면서도 알 수 없는 것이 사찰이기도 하다.
일주문 계단에 올라섰다. 일주문은 절의 문이다. 해설사분이 기둥과 보조기둥, 단청 하나하나가 의미가 있다고 가르쳐 준다. 일주문에 들어서기 전에 자신이 갖고 있는 온갖 번뇌와 고통 등을 잊고 일심으로 진리의 세계로 향하라는 상징적인 가르침이 담겨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