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전을 벌이고 있는 황교안 국무총리(왼쪽)과 은수미 새정치연합 의원.
남소연, 연합뉴스
15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황교안 국무총리를 상대로 임금피크제의 효과를 따지던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갑자기 질문 주제를 바꾸었다.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이에 황 총리는 즉답을 피했다. 대신 "그런 오해를 줄 수 있는 부분들도 있기 때문에 반듯한 교과서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역사교과서 개정을 준비하는 것이다"라는 건조한 답변을 내놓았다.
건조한 답변이 성에 안찬 듯 은 의원은 "그럼 주체사상을 가르치라고 지시한 교육부 장관이나 그런 가이드라인을 만든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국보법 위반이죠?"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황 총리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 분들이 주체사상을 가르치라고 한 바 없다"라고 반박했다.
은 의원이 '가이드라인'이라고 지칭한 것은 한국사 교과서 집필 기준을 가리킨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09년 한국사 집필기준에는 '분단 이후 북한의 변화 과정을 서술하고 오늘날 북한의 세습 체제 및 경제 정책의 실패, 국제적 고립에 따른 체제 위기와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 등을 서술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를 서술하기 위해서는 '주체사상'을 언급할 수밖에 없다. 한국사 검정교과서들이 '주체사상'을 비판적으로 서술한 배경이다.
또한 '2015년 개정 교육과정'의 고교 한국사 성취기준에는 "주체사상과 세습체제, 천리마운동, 7·4 남북 공동성명, 이산가족 상봉, 남북한 동시 유엔 가입, 남북 기본합의서, 6·15 남북 공동선언, 탈북자"가 학습요소에 포함됐다. 교육부가 '주체사상을 가르치라'고 명시한 셈이다.
이를 모르는지 황 총리는 "주체사상을 가르치지 말라는 가이드라인은 있을 수 있어도 주체사상을 가르치라는 가이드라인은 있을 수 없다"라고 반박했다. 더 나아가 "대한민국에서 교육자가 주체사상을 가르치라고 한다면 심각한 문제다"라고도 했다.
한치의 양보도 없는 황 총리의 답변에 여러 차례 한숨을 내쉰 은 의원은 "가이드라인이 있다는 것이 사실로 확인되면 총리직을 내려놓을 것인가?"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황 총리는 "있을 수 없는 전제를 가지고 총리직 사퇴를 얘기할 수 없다"라고 응수했다.
다음은 '미스터 국보법' 황교안 총리와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출신 은수미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벌인 설전을 정리한 것이다.
"가이드라인 있다면 총리직 내려놓을 건가?"
- 다른 걸 하나 묻겠다. 법조인이시니까.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다고 한다. 사실인가? "교사들에 따라, (교사들이 선택한) 교재나 부교재에 따라 그런 오해를 줄 수 있는 부분들도 있기 때문에 반듯한 교과서 만들자는 취지에서 역사교과서 개정 준비하는 것이다."
- 그럼 (주체사상을 가르치라고) 지시한 장관이나 (그런) 가이드라인을 만든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은 국보법 위반이죠? "그 분들이 주체사상을 가르치라고 (지시)한 바 없다. (주체사상을) 가르치지 말라는 가이드라인은 있을 순 있어도…. 사실관계를 확인해주면 고맙겠다."
- 총리, 보고를 못받는 건 그렇다 치고 언론도 안 보나? 그럼 왜 새누리당이 ('우리 아이들이 주체사상을 배우고 있습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자진철거했겠나. "주체사상을 가르치라고 말하는 정부가 어딨겠나?"
- 가이드라인 보신 적 있나? "그런 가이드라인이 있을 수가 있나? 대한민국에서 주체사상을 가르치라는."
- 본인이 말한 게 사실이 아니면 총리직을 내려놓겠나? "아니 그런 주체사상을 가르치라는 정부나 고위공무원이 어딨겠나?"
- (총리직을) 내려놓을 건가? 자신있으면…. 가이드라인 있었다, 그게 확인되면. "지금 교육부장관이 가이드라인? 있을 수 없는 전제로 (총리직 사퇴를) 말씀드릴 수 없다. 있을 수 없는 전제다."
- 책임지시라. "글쎄 뭐에 대한 책임을 지란 건지."
"누가 주체사상을 가르치라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누가 위증했나? "주체사상을 제대로 가르치는 부분이 부족하기 때문에, 염려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역사교과서 개편하는 것이다. 그런 걸 방치할 순 없는 거 아닌가. 플래카드가 있으면 보여 달라.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새누리당, 아니 새정치연합도 그런 플래카드 걸겠나? 주체사상을 가르쳐라는 그런 플래카드를 걸겠나?"
- 지금 새누리당 원내대표 안계시나?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아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라고…. "그런 문제가 있으니 고치라는 얘기 아닌가."
- 그러면 그걸 왜 철거했겠느냐. 그게 2009년에 처음 만들어진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이다. "이해 안 된다."
- 보고 못 받았나? 이건 책임져라. "대한민국에서 교육자가 주체사상을 가르치라고 한다면 심각한 문제다. 지금 누가 그런 말씀하는지 모르겠는데 어떤 교과서에 주체사상을 가르치라고 하면 문제될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숨을 내쉬는 은수미 의원)"주체사상을 가르치라고 누가 얘기를…. 그것이 과연 사실이라고 하면 정식으로 문제제기하라. 우리나라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주체사상'과 관련, 황 총리와 설전을 벌이던 은수미 의원은 "새정치연합이 이미 정식으로 문제제기하고 있다. 총리님 책임지시라"라고 말하며 다음 주제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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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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