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송전탑 반대 남성, 음독 자살 시도

생명 지장 없어... 한전, 유감 표시하면서도 공사 강행 시사

등록 2015.10.30 20:37수정 2015.10.30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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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군산 새만금 송전철탑 건설을 둘러싸고 한국전력(한전)과 지역주민 사이의 대치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한 남성이 음독 자살을 시도하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29일(목) 오후 전북 군산시 회현면 금광리 제51호 철탑 건설 현장에서 주민 김아무개씨(50세)가 한전의 공사강행에 맞서 농약(제초제)을 들이마신 것이다.

김씨는 인근 군산의료원으로 후송돼 위세척 치료를 받았다. 새만금송전철탑반대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 강경식 법무간사는 "김씨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다만 후유증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공대위와 주민들의 증언, 그리고 주민들이 찍은 영상을 통해 당시 상황을 재구성해보자.

다친 누나에게 가는 것 막자, 제초제 마셔

a  새만금 송전철탑을 둘러싸고 군산 지역 주민들과 한전 사이에 갈등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29일 지역 주민 한 명이 제초제를 마시고 자살을 시도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새만금 송전철탑을 둘러싸고 군산 지역 주민들과 한전 사이에 갈등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29일 지역 주민 한 명이 제초제를 마시고 자살을 시도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 새만금송전철탑반대 공동대책위원회 제공 영상 갈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사는 김씨는 간간이 고향으로 내려와 누나의 농사를 도왔다. 특히 올해는 누나와 매형이 송전철탑 문제로 농사에 제대로 매달리지 못하는 처지어서 휴가까지 내고 내려왔다.

음독자살을 시도한 날, 그는 누나의 보리밭에 제초제를 주러 왔다. 그런데 그때 그의 누나가 철탑 건설에 쓰이는 자재 하역을 막다가 한전 직원 200여 명에게 에워싸였다. 실랑이 과정에서 누나의 손은 쇠파이프에 깔려 다쳤다. 그런데 이런 상황임에도 현장의 한전 직원 20여 명이 일제히 달려들어 누나에게 다가가려던 김씨의 접근을 막았다. 김씨는 이에 분개해 제초제를 들이마신 것이다.

김씨의 음독은 어느 정도 예고된 불상사다. 한전 측은 공사에 들어가던 시점부터 70~80대가 대부분인 주민들을 거칠게 다뤘고, 부상자가 속출했다. 공대위 측은 "한전 측 용역들이 노인들을 1명씩 에워싸서 사진촬영을 못 하게 막고 쓰러뜨린 후, 주먹으로 때리는 게 아니라 타박상이 생기지 않도록 주먹으로 짓누르는 방법을 써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한전 측은 주민들이 송전철탑 반대 기도회장으로 사용하던 컨테이너를 무단 철거하는가 하면 반대 주민에 대해 무더기로 법적 조치를 취했다. 법원도 한전의 손을 들어줬다. 관할법원인 군산지법이 지난 9월 주민 34명에 대해 공사방해금지 가처분을 결정한 것이다. 공대위와 주민들은 이에 맞서 28일 군산시청에 컨테이너 반환 및 한전에 행정처분을 요청하는 민원을 제출했다. 앞서 14일엔 법원의 공사방해금지 가처분 결정에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a  새만금 송전철탑을 둘러싸고 군산 지역 주민들과 한전 사이에 갈등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29일 지역 주민 한 명이 제초제를 마시고 자살을 시도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자살을 시도한 김 모 씨는 군산의료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만금 송전철탑을 둘러싸고 군산 지역 주민들과 한전 사이에 갈등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29일 지역 주민 한 명이 제초제를 마시고 자살을 시도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자살을 시도한 김 모 씨는 군산의료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 새만금송전철탑반대 공동대책위원회


한전 측은 주민의 음독자살 시도에 유감을 표시하면서도 철탑 건설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한전 측 이모 팀장은 "자살을 시도한 김씨의 누나가 자재를 끌어안고 있었고, 그분의 남편은 남의 일처럼 촬영만 하고 있었다. 김씨는 직원들이 누나를 쓰러뜨린 것으로 오해해 음독을 시도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김씨가 농약을 마시자 재빨리 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이송했다. 또 불상사에 따라 사고 현장인 회현면 지역의 공사는 일시 중단했다"고 했다. 그러나 "분쟁을 없애는 최선의 길은 공사를 신속히 끝내는 것"이라며 기존 입장에서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한국전력 #새만금 송전철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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