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 수거지금은 논바닥에 있는 짚들을 수거해서 경운기에 쌓아 올리는 중이다.
송상호
솔직히 아침잠을 깨우는 것이 짜증난다. 나의 소중한 잠을 전화 한 통화로 날려버리는 형님이 야속하다. 거기다가 그 전화 내용은 일 도와달라는 거다.
하지만 이내 나는 그 전화가 걸려온 곳으로 마음을 옮긴다. 세수하고, 정신을 차리고, 물도 마시고. 그렇게 몸을 워밍업한 후 현장으로 간다. 이렇게 몸이 저절로 움직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끝까지 읽어보면 아시리라.
현장? 그렇다. 바로 울 마을 형님의 논이다. 논에는 짚단들을 부분적으로 조금씩 쌓여 있다. 형님은 벌써 나와서 혼자 힘으로 경운기 짚단을 실고 있었다. 이미 경운기의 절반 이상 짚단이 쌓였다.
"아따, 그 양반! 부지런도 하시네. 벌써 이만큼 하신규."
나의 너스레에 형님이 웃는다. 형님이 오늘 일을 벌이는 이유를 한마디로 설명하신다.
"동상! 내일 비 온 디야."형님의 작업 브리핑은 이 한마디가 다다. 형님의 이 한마디를 풀어 설명하면 이렇다.
"내일 비가 오기 때문에 오늘 미리 이 작업을 해둬야 된다. 짚이 비를 맞으면, 말리기도 더럽고, 거둬들이기도 더럽고, 갖다가 쌓아 놓기는 더 더럽고, 그렇게 쌓아 놓으면 속아 썩을지도 모르니 더 더러운 겨. 그러니까 비 오기 전에 동생이 좀 도와줘야 오늘 중으로 이 짚단을 옮겨 집 앞에 다 쌓아 놓을 수 있을 거야. 좀 도와주지 않겠나." 이렇게 자세한 말을 형님은 참 짧게도 해주신다. 어쩌면 이렇게 짧게 말하고도 통하는 사이라면, 우린 참 가깝고 좋은 사이인가보다 싶다. 몇 년 전에 이사 온 나를 이렇게 인정(?)해주시는 형님이 한편으론 든든하다.
형님과 나는 열심히 경운기에다 짚을 날라 쌓아 올린다. 경운기 키의 세배 정도 높이 쌓아 올리면 한 짐이 된다. 가져간 줄로 꽁꽁 묶으면 출발 준비 완료다.
"탈탈탈탈......"조용한 가을 아침 들녘엔 경운기 소리만이 무성하다. 휘청휘청 하지만, 절대로 짐이 넘어가는 법은 없다. 꽁꽁 묶은 줄 탓에 볏짐이 넘어갈 리가 없다. 더군다나 우리 형님이 얼마나 꼼꼼하신지, 줄 처리가 야무지시다. 60평생, 농사만 짓고 살아왔으니, 베테랑 중 베테랑이시다.
형님 집 앞에 도착해 짚단을 하나씩 내려 쌓는다. 그렇게 쌓으려니 앞마을 작가 양반(이사 온 사람)도 왔다. 아마 형님이 전화로 불렀나보다. 지원군이 오니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작가 양반이 경운기에서 짚단을 던져 올리면, 나는 그것을 받아 일하기 좋게 형님 앞에 놓자 주고, 형님은 그 짚단을 하나둘 정성스레 발로 밟으며 꼭꼭 쌓아 나간다.
"이건 아무렇게나 하는 게 아녀. 급하게 해서도 안 되는 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