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굴이 한 '불고기 또띠아'와 갈비.
배지영
갑자기 제굴은 인터넷에서 본 '불고기 또띠아'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적양파가 꼭 필요한데 집 근처 시장과 마트에는 없었다. 그래서 아빠를 따라나섰다. 군산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에 가서 적양파 한 망을 샀다. 제굴 덕분에 우리 식구는 영원히 몰랐을, 멕시코 음식을 먹었다. 또, 제굴은 "고기는 진리야"라면서 냉장고를 뒤졌다. 쇠고기를 꺼내서 갈비를 했다.
10월 23일 금요일, 제굴은 오전 7시 25분에 카풀 버스를 타지 않아도 되니까 느긋했다. 직업체험활동을 하러 군산 청소년회관으로 갔다. 오전 내내 직업에 대한 강연이 이어졌다고 한다. 서울의 유명 대학에서 온 교수의 강연이었다. 제굴은 "저는 쫌 와 닿지가 않았어요, 그래서 졸리더라고요"라고 했다. 점심 먹을 시간에야 일어났다고.
"오후에는 각자 직업체험 하러 갔어요. 나는 요리학원으로 갔어요. 스무 명 넘게 왔는데 직업 체험 할 게 별로 없으니까 그냥 요리학원에 온 애들도 많았어요."그날의 요리는 잡채. 학원 선생님이 시범을 보이면, 네다섯 명씩 조를 이룬 학생들이 따라서 했다. 제굴은 '사공이 많아서 잡채가 산으로 간다'고 생각했다. 마음속으로는 '빨리 집에 가서 혼자 만들어 봐야지'라고 결심했다. 그러나 생각한대로 행동하는 게 쉬운가. 직업체험이 끝난 제굴의 몸은 어느새 친구들과 피(시)방에 가 있었다.^^
제굴은 주말 내내 친구들이랑 어울려 다니면서 놀았다. 다음 월요일 오후에야 잡채 만들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학교에서 돌아온 제굴은 펄펄 끓는 물에 당면을 데쳤다. 당근이랑 호박, 버섯을 채 썰었다. 달걀도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해서 지단을 부쳤다. 간장 2, 설탕 1, 마늘, 다진 파, 깨, 참기름을 넣어서 양념장을 만들었다.
"다 만든 양념장은 4개로 나눠요. 그 중에 한 개는 고기 볶을 때 써요. 데친 당면은 양념장 2개를 넣어서 볶아요. 당면에 잡채 색깔 나오면 돼지고기를 넣어서 볶아요. 당근, 양파랑 다 함께 넣고 볶아. 채소 즙이 나와서 물기가 생겨요. 팬 밑을 보면, 양파 물도 나오고요. 그때 당면을 넣어요. 양념장 1개 남았잖아. 이때 넣어요. 다시 팬에다가 돼지고기 재어놨던 거를 볶아요." "엄마, 잡채는 여섯 가지 요리를 한꺼번에 하는 거랑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