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마곡사 백범 명상길을 가다

탈옥한 백범이 머문 백련암

등록 2015.11.05 11:56수정 2015.11.05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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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범 명상길 소나무 숲길.
백범 명상길 소나무 숲길.이상훈

요즘 역사 교과서 국정화로 국론이 심각하게 분열된 양상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현재 역사교육이 청소년들에게 잘못된 역사관을 키우고 있다며 이를 바로 잡기 위하여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2008년 한나라당 대표시절 <대한교과서 한국근·현대사> 일명 뉴라이트 교과서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습니다.

평생을 독립운동과 통일된 대한민국을 이루기 위해 헌신한 김구의 서술을 보면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어느 방향으로 갈지 짐작할 수 대목입니다. "한인애국단을 조직하여 항일 테러활동을 시작하였다" "1948년 남한만의 단독 총선거를 실시한다는 국제연합의 결의를 반대하고, 북한에 들어가 통일정부 수립을 위한 교섭을 벌였으나 실패하였다. 이후에도 대한민국 건국에 참여하지 않았다."(129쪽) 김구를 테러리스트로 대한민국과 무관한 인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실로 답답함을 넘어서 억장(億丈)이 무너지는 상황입니다. 


충남 공주 마곡사로 향합니다. 태화산 마곡사 소나무 숲 길을 걷기 위함입니다. 소나무 숲길 사이로 많은 굴참나무도 함께 어우러져 있습니다. 참나무도 가을단풍이 들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태화산 주변에 펼쳐진 기운찬 소나무 숲은 '마곡사 솔바람 길'이란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걷다보면 솔내음의 여운이 느껴집니다. 소나무 숲 길이 얼마나 부드러웠던지, '솔잎융단길' 이란 이름의 구간도 있습니다. '마곡사 솔바람 길' 이름에 '백범 명상 길'이란 이름도 함께 있습니다.

이는 마곡사와 백범의 각별한 인연 때문입니다. 백범이 1896년 명성황후 시해에 분노하여 황해도 안악에서 일본군 장교를 죽이고 인천 형무소에서 옥살이하다 탈옥하여 숨어든 곳이 마곡사입니다. 마곡사로 몸을 피한 백범은 원종이라는 필명으로 잠시 출가하기도 하였고, 그때 머문 곳이 마곡사 백련암입니다. 이런 인연으로 '백범 명상 길'은 자연스럽게 붙여진 것 같습니다. 

소나무는 우리민족의 상징이 된 나무입니다. 우리민족의 정신과 문화, 삶이 깊게 스며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소나무는 척박한 땅에서 숲을 이루는 나무입니다. 땅이 건조하고 흙이 풍부하지 않은 환경에서도 자연스럽게 소나무 숲을 이룹니다. 소나무는 사시사철 푸르고 줄기가 웅장하며 노출된 그루터기가 아름다운 나무입니다. 활엽수와의 경쟁에서 자연도태 되기 때문에 산등성이에 군집하여 소나무 숲이 형성됩니다.

마치 우리민족의 굴곡진 역사 속에서도 민족의 독립을 이룬 정신과 일맥상통 합니다. 백범은 마곡사 주변의 소나무 숲길을 걸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 까요? 국가와 민족, 백성을 걱정했을 것입니다. 일제의 침략에 울분을 참으며 진정한 대한민국의 독립을 고민하였을 것입니다. 태화산 소나무 숲은 늠름하면서도 힘찬 기품이 서려 있습니다. 백범이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이끌 때 모습과 오버랩 됩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역사 왜곡과 미화를 정당화하려는 우려를 지울 수 없습니다. 조선시대 왕조실록을 국왕이 열람할 수 없게 한 이유는 사관이 올바른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성군인 세종대왕도 아버지 기록이 무척 궁금하여 태종 실록을 보고자 하였으나 열람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하여 만들어진 역사책이 조선왕조실록입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실록을 보고 마음에 들지 않는 내용을 바꾸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러면 역사가 제대로 기록될 수 있을까요? 오직 역사의 왜곡과 미화만 있을 뿐입니다. 태화산 미곡사 소나무 숲 '백범 명상 길'을 걸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바로 이것 이었습니다. 그리고 어지러운 세상에 백범 같은 지도력을 갖춘 지도자를 생각해 봅니다.
덧붙이는 글 새전북신문(2015.11.3)에 게재한 글입니다.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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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전북 전주고에서 한국사를 담당하는 교사입니다. 저는 대학때 부터 지금까지 민속과 풍수에 관심을 갖고 전북지역 마을 곳 곳을 답사하고 틈틈히 내용을 정히라여 97년에는<우리얼굴>이란 책을 낸 바 있습니다. 90년대 초반에는 전북지역의문화지인 <전북 문화저널> 편집위원을 몇년간 활동한 바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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